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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장사 25년, 태극기 아저씨 독도를 꿈꾸다


입력 2008.08.15 07:46 수정        

"꿈이유?... 일본놈들이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고 싶어유"

25년 전부터 태극기를 판매했다는 태극기 아저씨, 이민원씨. 멋모르고 인연을 맺게 된 태극기는 아저씨의 가슴 깊은 곳에 세월의 크기에 비례하는 애국심을 심어주었다. 아저씨에게 태극기는

“이것은 대가리가 아니유. 무궁화지유. 사람들은 이걸 보고 대가리래유. 이것이 무궁화라고 제대로 일러줘도 그 사람들은 부끄러운 것조차 모르더라구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태극기 깃봉에 대해 설명하며 국기를 파는 이민원(56)씨는 태극기 아저씨다. 아저씨는 서글서글한 눈매와 선한 인상을 지녔지만, 태극기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눈빛이 달라진다.

태극기 아저씨가 태극기와 인연을 맺은 건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4년. 일자리를 구하고 있던 아저씨에게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있던 것도, 딱히 내세울 재주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가족들 입에 풀칠하기 위해 아저씨는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장사를 시작했다.

하루에 많이 팔려야 고작 10여개 남짓. 하나밖에 안 팔리는 날, 아예 하나도 안 팔리는 날도 허다하지만 태극기 아저씨는 좌절하지 않고 부지런히 태극기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며 자식 대학교육까지 다 시켰다.

눈비가 심하게 내려 태극기가 손상되는 날을 제외하고는 1년에 320일 정도, 25년 세월 동안 꼬박 아저씨가 팔아온 태극기는 거의 7만개에 달한다.

태극기 아저씨에게 태극기는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덜어주는 생계수단을 넘어 생사고락을 나누는 삶인 동시에 인생의 모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저씨의 가슴 깊은 곳엔 세월의 크기와 비례하는 태극기 사랑이 존재한다.

태극기 장사를 시작한 후부터 아저씨의 머리 속에는 온통 태극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지금 태극기를 넣어 다니는 가방도 아저씨가 직접 고안해 만들었다고 한다.

아저씨표 가방을 사용하기 이전에는 등산용 가방에 태극기를 담아 장사를 다녔으나 아이디어가 떠올라 직접 천을 떼 밤을 꼬박 새 아저씨만의 태극기 가방을 만들었다. 가방에는 아저씨가 좋아하는 행운의 숫자와 같은 7개의 태극기꽂이도 달아 놓았다.

아저씨는 아저씨표 가방에 30Kg이 넘는 태극기를 하나 가득 담아 서울,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를 지나 경상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태극기 장사해 자식 대학 교육까지 다 시켜

서울부터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태극기 아저씨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아저씨의 손을 거친 태극기가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태극기는 민족의 상징이고 이 나라 대한민국의 혼이여유.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뭐 응원들 한답시고 태극기를 머리에 뒤집어 쓰지 않나 조각조각 잘라 붙이질 않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스러운 국기를 그렇게 대해도 되겠슈?”

거센 바람에 제대로 펄럭이지 못하는 태극기의 매무새를 연신 고쳐주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자식을 쓰다듬는 부모의 모습이 연상된다.

손님이 없어도 한시도 쉬지 않고 태극기를 갓난아이처럼 돌보며 태극기를 말하는 아저씨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아저씨의 떨리는 목소리는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 장롱 속 같은 어두운 그늘 속에 숨어 있어야만 했고 인공기 게양투쟁과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설 자리를 잃었던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태극기를 향해 지녀야 하는 존경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시유. 바로 대한민국의 얼과 혼인 태극기에 대한 마음가짐이유. 나라 사랑이 별건줄 아세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경일마다 자기네 집 앞에 국기를 게양하는 것. 그게 바로 나라 사랑의 첫걸음이쥬.”

“지 꿈은 독도 가생이에 태극기를 비~잉 두르는 거유”

“꿈이유? 지 꿈은 독도 가생이(가장자리의 충청도 사투리)에 태극기를 비~잉 두르는 거유. 여건이 된다면 그 꿈을 꼭 이루고 싶어유. 툭하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놈들이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고 싶어유.”

태극기 아저씨의 소원은 태극기로 독도 가장자리를 빙 두르고 우리나라 도로며 집이며 할 것 없이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해 태극기 물결을 이루는 것이다.

“태극기는 보면 볼수록 참 아름답지유.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볼 때마다 주는 느낌이 다른 거 가터유. 특히 바람에 휘날릴 때가 젤 멋지지유. 그런 멋진 태극기가 내 집 앞에서, 가로수 옆에서, 산 위에서, 바다 앞에서 흩날린다고 생각해봐유.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구먼유.”

25년 세월동안 변함없이 태극기를 등에 지고 다니며 태극기 사랑을 몸소 실천한 아저씨.

태극기가 독도 전체를 에워싸고 동해의 바닷바람에 날려 멋지게 휘날려 아저씨의 꿈이 이뤄지는 날, 독도에서 환하게 웃는 아저씨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태극기 아저씨, 이민원씨의 꿈은 독도 가장자리에 태극기를 둘러 일본인들이 독도에 대한 망언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꿈을 이뤄지는 날을 상상하는 이씨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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