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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풍우버틴 성벽 붕괴 ´초읽기´


입력 2009.03.21 15:22 수정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경기도 전곡 수칠성 "아름답다 못해 전율"

‘저기 성벽 좀 보세요. 1500년 풍우에도 버텨온 위용에 절로 머리가 숙여집니다.’
지난 18일 경기도 전곡읍 양원리 수철성. 함께 동행한 배용순(52)부천대학 교수는 휘어지는 곡선 성벽아래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성벽앞에선 배용순 교수

산성아래서 스산한 바람이 산마루를 타고 오른다. 가마득한 역사와 마주보고 있다. 인적하나 없는 산성에 서자 옛사람들의 숨소리. 살육의 아비규환이 바람결에 들린다.
천수백년 세월 앞에서 문득 우린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느낀다. 산성이 있었기에 선조와 줄기가 닿아 있는 것이다.

‘성을 쌓은 옛 사람들의 고생이야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섰던 그 성벽을 우리가 밟고 서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휘어지는 곡선의 성벽

사진을 찍기위해 성벽을 타고 내려가자 배교수가 경고를 준다. ‘조심하세요. 절벽입니다.‘
암반위에 걸려있는 성벽이 움푹 파여 금세 무너질 것 같다. 우리나라 산성대부분은 매우 가파른 지형을 이용해 성을 축조했기 때문에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성벽위에 흉물스런 군사진지

배교수는 등산을 하다가 우연히 산성을 접하게 됐다. 우리의 소중한 유적이 무관심으로 훼손. 방치된 것이 너무 안타까워. 더 이상 무너져 없어지기 전. 또는 복원이란 이름으로 변형되기 전에.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이 서린 성터를 매주 다닌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전국 산간오지에 남아있는 이름 없는 산성 120여 곳을 답사해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배교수같이 산성에 애정을 갖는다면 산성보존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경기도 북부지역에는 한탄강과 임진강 줄기를 따라. 그리고 사람이 오가는 길목. 전망 좋은 곳에는 산성이 쌓여 있다. 50여 곳에 축조된 크고 작은 산성들은 삼국시대 쟁탈의 현장이다. 그 산성들은 나이가 비슷한 1500년의 세월을 가지고 있다. 수철성도 그런 곳이다. 오래된 고성인데다 폐성 된지 오래되어 일반사람들에게는 생소하다.

주춧돌의 문지공

가는 길은 서울에서 북동쪽 의정부를 거처 동두천으로 가는 3번국도를 이용 덕정사거리에서 좌회전 한다.
56번 국도를 따라 5km 정도가면 368번 지방도와 만난다. 이 지방도로를 따라 간파리를 지나 강화천을 건너 하봉암동에서 고개를 넘어 오른쪽 군부대를 끼고 산 정상으로 올라야 한다.

비지정문화재는 안내판도 없다. 토끼길 따라 40분정도는 산행해야한다. 가는 길에 드문드문 땅을 파서 만든 군사시설물인 벙커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산성에는 온통 군 시설물이 가득하다. 예나 지금이나 무기는 달라졌지만 지형전술은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시설물 세울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1500년 된 호국의지의 표상인 성벽을 부셔버린 것은 호국정신이 무너진 것이다.

축성당시의 성벽

성벽에 입 벌리고 있는 군시설 벙커를 밟고 올라서면 넓은 평지다. 건물지로 보인다.
동문지로 보이는 출입구 옆에는 안과 밖을 쌓아올린 언덕형태가 남아 있어 망대로 추정된다. 망대 아래 성벽은 옹성같이 곡선을 이뤘다. 성벽 높이가 5m는 족하다.

남쪽방향은 급경사로. 그 아래는 좁은 협곡이다. 하천이 보이고 길목이 한눈에 조망된다.
동두천지역에서 북진하는 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형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원형의 성벽이 70m 정도 이어진다. 서북쪽은 경사가 완만하며 산등성이를 이루고 있다. 이쪽성벽은 모두 멸실됐다. 군 시설물 때문이다. 평지 한 모퉁이에는 성문을 고정시키는 주춧돌 문지공도 보인다.

수철성의 전체둘레는 250m의 보루성 같은 작은 규모다. 산성형태는 동서가 긴 타원형이다.
성벽은 잘 다듬은 화강암으로 정교하게 쌓았다.
계곡 하나 건너 아미성과 마주보고 있으며. 성내에서 신라토기편이 출토되고 있지만 초기축성은 기록이 없다.

망대로 보이는 성벽

우리나라 산성에서 많이 등장하는 마귀할멈과 치마폭의 이야기가 수철성에도 남아있다.
한국인의 정서는 산성과 함께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간다. 종족보존의 마지막 보루이자 국가의 운명이 산성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300년 된 중국의 만리장성은 세계인을 모았다. 천수백년 수철성도 언젠가 주목받을 날이 올 것이다.

산성에 군시설 흉물들은 언제 누가 정돈 할 것인가? 성돌을 뚫고 있는 잡목제거도 시급하다.연천군 관할에서 이보다 더 좋은 산성이 있는가? 성벽이 붕괴되면 막대한 재정도 문제지만 산성을 생명같이 여겼던 선조들의 혼령이 수철성을 떠나질 못하고 있다.
그래도 믿을 건 연천군청뿐이다.

위치 -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양원리
지정 - 비지정

글. 사진 / 최진연 기자(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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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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