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버닝썬사태, 설정방송 참사에 당했나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실관계 따지지 않는 묻지마 마녀사냥 되어선 곤란
승리 측 해명이 맞는다면 이번엔 승리가 설정 방송으로 부메랑 당한 셈
하재근 문화평론가 문화평론가() |
<하재근의 이슈분석> 사실관계 따지지 않는 묻지마 마녀사냥 되어선 곤란
승리 측 해명이 맞는다면 이번엔 승리가 설정 방송으로 부메랑 당한 셈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승리는 ‘승츠비’ 캐릭터로 떠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승츠비 캐릭터가 승리의 자승자박이 된 느낌이다. 버닝썬 클럽 사태 때문이다.

버닝썬에서 폭력 사건이 벌어졌고, 김 모씨와 경찰, 클럽 측이 진실게임에 돌입했다. 사람들은 클럽 내에서 벌어지는 약물 성범죄를 클럽 측과 유착한 경찰이 막아왔다고 의심했다. 버닝썬의 소유주라고 알려진 승리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하지만 버닝썬 관계자들에게서 승리가 사실은 클럽 소유주가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이사 중의 한 명으로 홍보를 맡았었는데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사임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승리는 버닝썬 사태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해서 승리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후 버닝썬 관계자 인터뷰로 승리가 홍보 담당 대표이며 업소에선 가끔 노래를 트는 정도로 일했다는 내용이 또 나왔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승리에게 책임을 물었다. 급기야 양현석 대표가 해명에 나섰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고, 결국 승리가 직접 나섰다. 홍보를 담당하는 사내이사였으며 이미 사임했고 클럽 운영엔 관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디스패치가 버닝썬 직원들의 주장과 대화방 메시지 내용을 폭로했다. 중요 손님의 룸에 술 취한 여성을 들여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직원이 룸 안을 몰래 보거나 심지어 촬영하기까지 하고 ‘물뽕’을 유통하기도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승리를 대표라고 부르는 메시지 내용도 있었다. 이와 함께 승리의 지인들이 이사진으로 있고, 승리 어머니가 감사였다가 승리 사임 시에 같이 물러났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이 보도가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승리에게 책임을 묻는 여론이 활활 타올랐다. 이에 버닝썬의 진짜 대표라는 사람이 입장을 밝혔다. 승리는 컨설팅과 해외 디제이 섭외 및 홍보를 맡았을 뿐 클럽 운영과는 상관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의 진행을 보면 사태 초기, 중기, 최근에 이르기까지 승리가 클럽의 홍보를 맡았을 뿐 운영엔 개입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여러 차례 나온 걸 알 수 있다. 이 해명이 거짓이라는 정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가 클럽을 운영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디스패치가 내세운 승리의 지인이 이사진이라는 점과, 어머니가 감사였다는 것, 그리고 직원들이 승리를 대표라고 불렀다는 점만으로 승리가 클럽을 운영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무조건 승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실관계도 따지지 않는 묻지마 마녀사냥이 되어선 곤란하다. 클럽 운영의 문제, 경찰과의 유착 문제에 대해선 당연히 진상을 밝혀야 하지만, 이제 막 조사가 시작된 단계에서 그 책임이 승리에게 있는 것처럼 결론을 내놓고 몰아가거나 진상규명의 초점을 승리에게 맞추고 표적공세를 펼치는 건 부적절하다. 조사 결과 승리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이건 그때 가서 얘기할 부분이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간 것은 일단 유명 연예인에게 집중하는 여론의 문제도 있지만, 승리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승리 스스로가 TV에 나와 클럽 소유주인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클럽의 모든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승리에게 책임을 묻게 됐다.

승리가 홍보 담당이었다는 해명이 맞는다면 이것은 설정 방송의 참사다. 예능은 캐릭터를 설정해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승리는 ‘승츠비’ 사업가 캐릭터로 밀어붙이다보니 클럽도 승리가 경영하는 것처럼 그려진 것이다. 승리가 클럽이 자기 거라며 제작진을 속였다면 온전히 승리의 잘못이고, 홍보 담당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그렸다면 제작진에게도 연대 책임이 있다.

예능의 캐릭터 설정으로 인한 폐해가 그간 반복돼왔는데, 승리 측의 해명이 맞는다면 이번엔 승리가 설정 방송으로 부메랑을 당한 셈이다. 승츠비 캐릭터가 승리에게 전성기를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자승자박이 됐다. 설정 방송의 문제가 극명히 드러난 사례다.

‘골목식당’에서도 설정 방송 의혹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현실은 복잡하고 밋밋하고 애매하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예능 제작진은 단순하고 극단적인 설정으로 재미를 끌어내려 한다. 출연자도 그런 캐릭터 설정에 동참한다.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순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노출된다는 걸 잇따르는 논란이 말해준다.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MSG' 방송을 자제하는 것이 상책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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