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운용발 펀드런 우려 증폭···판매사들 좌불안석


62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 은행·증권사 긴장감 확산
업계 전반 펀드런 사태 우려…“위험선호 현상 경종 울려”
백서원 기자(sw100@dailian.co.kr) |
62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 은행·증권사 긴장감 확산
업계 전반 펀드런 사태 우려…“위험선호 현상 경종 울려”


▲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대규모 사모펀드 상품 환매 중단을 결정하면서 투자자 수천 명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대규모 사모펀드 상품 환매 중단을 결정하면서 투자자 수천 명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헤지펀드를 개인 고객에게 판매한 금융회사들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시중은행의 불완전판매로 논란을 키운 파생결합상품(DLF·DLS) 사태와도 연결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에도 환매 중단 사태 불똥이 튀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는 은행 9곳 증권사 21곳이다. 총 30여 곳을 통해 3000여 명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만큼 이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라임운용은 대체투자펀드 중 사모채권이 주로 편입된 ‘플루토 FI D-1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이 주로 편입된 ‘테티스 2호’에 재간접 투자된 펀드의 환매를 각각 중단키로 했다.

이들 2개의 모펀드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중도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는 4400억원, 중도 환매가 안되는 폐쇄형 펀드는 1800억원이다. 모펀드 1조2000억원 중 일부는 만기가 많이 남아있는 자펀드에 재간접으로 들어가 환매 중단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라임운용은 일단 6200억원에 대해서만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라임 펀드 판매액은 6월 말 기준 5조6599억원이다. 대신증권(1조3403억원)이 판매 비중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우리은행(1조139억원), 신한금융투자(4909억원), KB증권(4297억원), 교보증권(4212억원), 신한은행(3820억원), 한국투자증권(2532억원) 등의 순이다.

이 중 문제가 된 두 가지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과 대신증권은 환매가 중단된 6200억원 규모 펀드의 잔액으로 각각 1700억원, 670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를 판매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해당 펀드 유동성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다보니 고객들이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라임운용 쪽에서 밝힌 판매 연기 사유와 필요성을 고객에게 안내하며 소통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판매사들도 고객 상담을 진행하면서 라임운용과의 관련 사안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문제가 된 펀드는 지난 7월부터 더 이상 판매하고 있지 않다”면서 “운용사에게 전달받은 사항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고 운용사와는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저희는 개방형펀드가 아닌 폐쇄형만 판매했고 만기는 아직 10개월 정도 남았다. 다만 라임운용의 환매 연기 요청과 관련해 판매 직원들에게 안내 자료를 배포했고 최근 다시 재배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에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이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은 대부분 발행회사와 인수계약을 직접 체결해 편입한 사모 금융상품이다.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낮아 장내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가 용이하지 않고 무리하게 자산을 매각하면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운용사 측 입장이다. 또 ‘테티스 2호’가 사놓은 CB나 BW는 7월 이후 코스닥 시장 하락으로 발행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주식전환을 통한 유동화가 어려워졌다.

금융감독원이 8월부터 라임운용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과 관련해 검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제재 수위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라임운용의 자금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게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다.

사측은 환매 중단 후 편입 자산을 최대한 빨리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라임운용 측의 환매 중단이 펀드의 영구 지급 불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입자가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피해가 불가피한 데다 환매 불능 우려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라임운용은 앞서 이달 2일이 최초 상환일인 사모채권펀드 3개도 274억원 규모의 상환금 지급이 연기됐다. 업계는 라임운용의 자산에서 고위험 자산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 유동화가 힘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하이일드 회사채와 메자닌 등 고위험 자산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이다. 운용사 평균인 5~10%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결국 라임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돼 사모펀드 업계 전반의 펀드런(대규모 환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선 DLS·DLF처럼 불완전판매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판매사들이 라임운용 펀드 역시 DLF처럼 상품의 원금 손실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몇 년 새 급성장을 이룬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로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높아졌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더 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라임의 펀드 환매 중단 원인부터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위원은 “라임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다른 펀드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환매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유동화 과정을 거쳐 판매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황 연구위원은 “다만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펀드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한 위험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들어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산운용에 있어 리스크테이킹이 점차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일부 펀드의 유동성 문제가 다른 곳으로도 유사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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