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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십팔기가 조선 무술이 아니라고?


입력 2010.08.04 09:18 수정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봉승 칼럼>문을 숭상했던 조선, 정조가 모든 무술 정리해 집성

덕수궁 광화문 등 수문장 교대식에서 공연돼 역사적 사실 알려야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잘못된 상식을 옳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뜻밖으로 많다. 그때 하는 말 중에서 특기할 것이 "저도 나름대로는 알고 있습니다만..."이라는 아주 조심스러우면서도 실상은 자신감에 찬 확신이다. 따지고 보면 그 나름대로 아는 것이 자신의 무지를 들어내는 근원이라는 사실을 대개는 모르고 있다.

이 같은 오류를 직장의 상사가 입에 담으면 밑의 사람들은 대부분 믿어 주는 척하는 것이 상식이다. 설혹 상사의 잘못임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윗사람의 의견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주는 경우가 일반이다. 그러므로 나름대로 안다는 것이 임자를 만나면 무식꾼으로 들어가는 큰 길이 된다는 사실에 각별히 유념해야 된다.

일본은 무(武)를 숭상하는 나라여서 예로부터 칼을 잘 쓴다. 이를테면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가 두 개의 칼(二刀流)을 휘두르면 날아가는 파리를 잡는다는 식의 신격화된 실화를 바탕으로 칼을 상찬하는 문화가 발달한 것만은 사실이다. 막부(幕府)시절만해도 큰 도시에는 검술도장이 성하여 각기 무슨 무슨 류라는 면허를 주어서 전설적인 칼잡이를 길러내곤 하였다.

이와는 반대로 조선은 문(文)을 숭상하는 나라여서 누가 얼마나 칼을 잘 썼다는 전설적인 기록은 별로 없고, 이성계가 명궁(名弓)이어서 나르는 까마귀를 동시에 몇 마리를 쏘아 잡았다는 식의 전절 같은 얘기는 있다. 또 말을 잘 탔다는 기록은 꽤 있는 편이다.

중국의 경우는 관운장과 같은 거인이 긴 창을 자유롭게 휘둘러서 상대를 눕히는 광경을 보면 그의 긴 수염에 어울려서 중국의 무가 마치 창술(槍術)로 대표되는 듯한 상식을 나름대로 만들어내게 되기도 한다.

한 때 이소룡(李小龍)과 성룡(成龍)에 의하여 범람하기 시작한 홍콩의 무술영화가 극장가를 휩쓸면서 <쿵푸>니 <취권>이니 하는 손으로 하는 무술의 본산이 소림사(小林寺)의 고유자산이 되어버린 때도 있었다.

자, 그렇다면 '십팔기'(18技)는 어느 나라 무술인가. 십팔기가 조선 고유의 무술이라는 사실을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앞에서 잠시 언급하였듯 조선은 문을 숭상하는 나라여서 문신(文臣)을 우대하였던 까닭으로 무신(武臣)쪽으로는 인재가 모이질 않았다.

그러므로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과 같은 엄청난 국란을 당하여도 병조판서(兵曹判書·요즘의 국방장관)는 언제나 문신들이 맡게 된다. 병서를 읽는 것과 실제의 작전은 다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피해가 컸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에 영조(英祖)는 대리청정을 하던 사도세자(思悼世子)에게 명하여 조선의 무술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것을 명했다. 사도세자는 총력을 기울여서 부왕의 뜻을 받들었으나, 뒤주로 들어가야 하는 불행을 당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正祖)는 세손시절부터 무에 관한 관심이 많았고, 몸소 무로써 몸을 단련하며 자신을 위해하려는 세력과 대결할 정도였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불행은 정조의 가슴에 원한으로 남아있고, 아버지를 흠모하는 마음 또한 남달랐던 터라, 아버지 사도세자의 못다한 위업을 마치고 싶었다.

마침내 정조는 이덕무(李德懋)와 박제가(朴齊家)에 명하여 조선의 역사를 총망라한 모든 무술을 정리하여 정교한 그림을 곁드린 방대한 내옹의 책을 내고 어정무예도보통지(御定武藝圖譜通志)라고 이름 붙이면서 친히 서문을 썼다.

이로서 우리나라의 무예가 그림으로 그려져 망라됨으로써 무반들이 공부하는 공식적인 무본(武本)이 되었다. 이 무본에는 칼쓰기, 창쓰기, 말위에서의 무술이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그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하여 실연(實演)하는 연구모임이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18기, 우리 고유의 무술이 국가에서 장려되었다는 사실을 보다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겠다. 덕수궁이나 광화문 등에서 수문장 교대식을 할 때 우리 고유의 무술인 18기가 공연될 수 있다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나름대로´의 잘못된 상식을 고치는 데도 큰 도움이 도지 않을까 싶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역사적인 사실을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글/신봉승 극작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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