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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서남표, 12일 국회 출석할까?


입력 2011.04.10 17:05 수정        

카이스트 11~12일 수업 중단후 논의예정, 12일 2차 총장-학생 간담회도

과학 인재들의 산실이었던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학생 4명의 잇따른 자살로 인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카이스트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는 각종 보도로 인해 카이스트는 만신창이가 됐다.

서남표 총장의 사퇴 압박은 물론, 지나치게 효율성 중심의 학사운영, 징벌적 성격의 차등수업료제, 100%영어강의의 부담, 제한적 재수강제도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카이스트 내부의 ‘불편한’ 이야기들도 쏟아져 나온 까닭이다. 일반계고 출신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학점 기계로 전락하는 것 같다’는 고백, 동기부여를 위한 경쟁은 필요하다는 반박 등이 이어졌다. 서울대 교수들은 ‘서남표식 개혁’을 ‘실패’로 규정하고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언론이 너무 사건을 자극적으로, 그리고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불만과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카이스트 문제는 이사회와 정치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1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서 총장이 12일 오후로 예정된 임시국회 교과위에 출석, 카이스트 업무 및 현안을 보고하고 ‘서남표식 개혁’에 문제점은 없는지 여부를 추궁할 계획이다.

카이스트 이사회(이사장 오명)도 15일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서 총장으로부터 자살방지 대책 등을 보고받고 관련 학칙 개정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사회에는 서 총장 외에도 교과부와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포함돼 있어, 정부 차원에서 징벌적 등록금제와 100% 영어강의 등에 대한 개선책을 청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건에는 올라있지 않지만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서 총장의 거취 문제 역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카이스트 내부에서도 해법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카이스트 각 학과들도 11일과 12일 이틀 간 수업을 일시 중단한 채 개별적인 자살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오는 12일 2차 총장-학생 간담회도 열린다.

그러나 현재 카이스트 학생과 총장 사이의 소통이 원활치 않은데다 감정의 골까지 생겨 이같은 움직임이 이런 간극을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양측은 지난 8일 열린 1차 간담회를 통해 ‘차이’를 확인했을 뿐 공감할만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간담회는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언론공개를 놓고 공방을 벌인 끝에 1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되는 파행을 겪었다. ‘공개로 진행하면 말 한 마디하지 않겠다’고 밝힌 서 총장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학내 구성원을 위해 총학생회 측이 약속한 인터넷 및 문자 중계마저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이 ‘이 와중에도 감추기에만 급급하냐’고 강하게 반발하다가 인터넷 중계를 재개한 뒤 우여곡절 끝에 간담회가 진행됐지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서 총장은 징벌적 등록금제와 100% 영어 강의를 폐지 제도는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학업무담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MIT 재학 시절 소방 호스를 입에 물리고 물을 쏟아 붓는 것처럼 공부할 양이 많았다”고 반박했다.

이로 인해 반응을 엇갈렸지만 학생들은 ‘간담회에서 대화는 있었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었다’는 평가다. “납기일 지키는 공장과 같이 효율성만 강조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며 “극단적 개혁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서 총장은 카이스트 개혁에 대한 소신과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을 뿐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 “대랙을 강구하겠다” 등의 답변으로 확답을 회피했다.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었다.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본질적 사과나 해법없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서 총장의 해법이 학생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사퇴는 없다’는 말로 나름의 ‘배수진’을 친 서 총장은 앞으로 신입생 멘토링, 심리치료 등 다양한 자살방지 예방책을 마련하고, 학생활동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문제가 드러나고 있음에도 서 총장이 ‘개혁’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고, 외국 명문대와 일방적으로 비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과주의식 경쟁에 지치고 소통 불능에 실망한 학생들의 반응이 더욱 차가워지면서 카이스트가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넘기고 합리적인 대책을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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