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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도 실패´ LG…박 감독에게만 돌 던지나


입력 2011.09.30 20:05 수정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막판 부진으로 9년 연속 가을잔치 탈락

리빌딩하겠던 박종훈, 성적 원한 구단

팀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지만 팀의 수장인 박종훈 감독도 올 시즌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팀타율 4위-팀 평균자책점 3위. 10승 투수 3명. 마무리 투수는 세이브 2위. 타율 2위 타자 보유. 활발한 전력보강.

LG 트윈스가 안정된 전력과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서도 올 시즌 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LG의 현주소다.

사실 올 시즌이야말로 LG 팬들은 유광점퍼를 입을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시즌 초반에는 1위 자리에도 올랐고, ‘100% 4강 보장’인 30승 고지에도 선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후반기로 접어들자 ‘DTD 이론’(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이 고개를 들며 거짓말 같은 추락이 시작됐다. 급기야 팬들은 감독을 소환해 퇴진을 요구했고, 선수들은 팬들과 다투는 볼썽사나운 장면도 연출됐다.

결국, 지난 주말 9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분노가 극에 달한 팬들은 올 시즌의 실패를 누군가 책임지길 바라고 있다. 구단 측도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 그리고 화제의 중심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종훈 감독에게 모아지고 있다.


리빌딩? 성적? 오락가락 팀 방향

2009시즌 7위로 마치자 LG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우승 청부사’로 모셔왔던 김재박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화수분 야구’의 주인공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을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특히 1군 감독 경험이 없던 초보 감독에게 5년이라는 장기계약을 안긴 점이 눈에 들어왔다. 나락으로 떨어진 팀을 본격적으로 리빌딩할 수 있게 충분히 긴 시간을 주겠다는 구단 측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 대목이었다.

박 감독도 취임 당시 당장의 성적보다는 팀 체질개선에 주력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당시 박 감독이 강조했던 부분은 크게 세 가지였다. 팀 분위기 개선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한 신뢰 구축, 그리고 승부근성과 자신감을 선수단에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또한 팀을 맡은 즉시 우승을 목표로 내건 여타 감독들과 달리 박 감독은 “5년 이내”라고 덧붙였다.

일단 박종훈 감독은 선수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신뢰를 얻으려 했고, 겨우내 강한 훈련으로 선수들의 심신을 단련하고자 했다. 팬들도 더욱 강해져 돌아올 트윈스를 기대하며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LG의 리빌딩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팀원들과의 인화단결이 가장 중요한 시점에 구단은 주전급 선수의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LG는 2010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골든글러브 외야수 이택근을 데려오는 현금트레이드를 단행했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일본에서 유턴한 이병규를 받아들였다. 리빌딩도 중요하지만 성적까지 올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라는 뜻과 같았다.

이후에도 LG는 약점인 투수보강을 위해 여러 차례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외야 빅5로 인해 설 자리를 잃게 된 안치용을 최동수+권용관과 묶어 SK로 보냈고, 선발 요원인 박현준과 윤상균, 김선규를 영입했다. 올 시즌에는 마무리 송신영을 비롯해 무려 5명의 투수들을 받아왔다.

선수들의 이동이 잦다보니 기존에 있던 선수들도 불만이 있지 않을 수 없었다. LG는 박종훈 감독 부임 이후 에이스 투수의 부인이 미니홈피를 통해 불만을 토로했고,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유망주 역시 대놓고 항명하다 방출 처리됐다. 올 시즌에는 또 다른 유망주 투수가 트위터를 통해 선수영입에 불만을 나타내자 구단 측은 해킹에 의한 것이라고 유야무야 사건을 덮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다시 예년과 같은 실패가 반복됐다. 구단 측은 상위권을 내달리던 성적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자 조바심이라도 난 듯 약점을 메우려 무차별 선수영입을 시도했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불만을 토로했고, 팀 재건이 1차 목표였던 박종훈 감독도 무언가에 쫓기듯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되자 최대 숙원사업인 리빌딩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여기에 주전 야수들의 대부분이 30세 이상의 베테랑들이라 이들이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승부를 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자연스레 팀 내 유망주들의 성장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주전 선수들의 대부분이 고액 연봉자라 이들을 뚫고 기회를 잡는 것조차 어려운데다가 흔치 않은 기회에서 잘 하려다 보니 의욕만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넥센으로 이적해 잠재력을 폭발시킨 박병호가 좋은 예였다.

팀의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지만 팀의 수장인 박종훈 감독도 올 시즌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박종훈 감독의 작전 구사는 분명 많은 말들을 나오게 했다. 박 감독은 1승을 위해 이후 10경기를 버려야했고, 1점을 막다가 경기 자체를 내주는 일이 빈번했다. 또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려고 애를 쓰다 주자가 쌓여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투타 모두 안정적 전력이었지만 타선이 폭발하면 마운드도 함께 폭발했고, 선발진이 잘 틀어막으면 꼭 불펜진에서 탈이 났다. 이 같은 엇박자 패턴은 시즌 내내 이어졌다.

조금만 잘한다싶으면 그 선수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 것도 팬들의 비판대상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박현준과 임찬규다. 이 가운데 박현준은 후반기 들어 급격한 구위 저하에 시달리며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올스타브레이크 직전, 구원으로 나선 주키치도 투구리듬을 망쳐 이후 4경기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6.95로 부진했다.

야구에서는 ‘질 때 지더라도 과정이 좋아야한다’라는 격언이 있다. 그러나 LG의 올 시즌은 분명 힘겹게 이기면서도 지는 과정이 무척 좋지 못했다. 매 경기를 치열하게 부딪치다보니 박종훈 감독도 선수들도 지쳐만 갔다. 뒷심이 부족하다보니 ‘추격은 있지만 역전은 없다’라는 비아냥거림도 들렸다. 결국 페넌트레이스 기간 내내 LG 혼자 포스트시즌을 치른 셈이었다.

박종훈 감독은 올 시즌에 대해 “이렇게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잘 꿰지 못한 나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구단에서도 많은 지원을 했고, 팬 여러분 등 주변의 기대도 컸는데 여기에 부응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종훈 사퇴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LG 팬들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박종훈 감독이 취임 당시 공약으로 밝혔던 ‘단단한 LG’를 더욱 원하고 있다. 성적은 둘째치더라도 선수들을 단단하게 꿰지 못한 책임만은 분명하게 밝혀둘 이유가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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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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