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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공격 ´자본주의 4.0´은 정치 의도"


입력 2011.10.12 10:40 수정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인터뷰>´포퓰리즘의 덫´ 공동저자인 조동근 명지대 교수

"총선 대선 앞둔 정치권의 복지 경쟁은 미래세대에 빚만 남길것"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자본주의 국가 정책은 각자 밥벌이를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하고, 복지는 경쟁에서 낙오된 패자부활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주다가는 국가재정만 거덜내는 결과를 낳는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여야간 복지공약 경쟁으로 치를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보편적 복지라는 치명적 유혹의 끝은 미래 세대에게 빚만 남길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정치권에 복지정책의 쓰나미가 시작됐다”고 진단하면서 “하지만 정책 하나를 놓고도 정당 간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야 서로 견제가 되는 법인데 여야가 한 방향으로 속도 경쟁이 붙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선거 바람을 타고 불어닥친 포퓰리즘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포퓰리즘의 덫 - 세상에 공짜는 없다’(나남출판사)를 공동으로 펴낸 조 교수는 “수혜자를 한정하지 않은 보편적 복지란 말이 우선 달콤하게 들려도 이는 미래세대에게 부당한 짐을 지우고 한편으로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경제자원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것으로 고복지는 당연히 고부담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을 세우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야당 선점 ‘복지’ 여당 크레딧 될 수 없어”

지난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처음 예상과 달리 좌우 대결구도로 흐르자 야권에서 투표불참운동까지 벌였던 사실이 보여주듯 우리 사회에서 ‘복지’는 국민을 향하기보다 정치권의 대결 ‘도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MB노믹스’를 버리고 감세철회 결정을 한 일,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을 선언하면서 3년만에 촛불시위를 불러온 것이 대표적인 현상으로 조 교수는 “포퓰리즘 경쟁에서 한 발을 빼야 할 여당이 오히려 한 발을 더 집어넣으면서 지속가능한 복지를 깨뜨리는 우려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가 위험한 까닭은 복지가 타성이 될 때 사람들이 그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며 “복지는 모든 이에게 얇고 고르게 혜택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혜택이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한 지원을 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지금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대결을 벌이는 데 현 정권이 기여한 바가 크다는 입장이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은 현 정권이 2010년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 결국 지금의 감세정책을 불러온 것이 큰 계기가 됐던 것”으로 그는 판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월 1일 기자회견에서 친서민 정책을 공표하고도 그해 보궐선거에서 결국 민주당에 패배한 것을 볼 때 정치는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로 좌우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부의 감세철회와 관련해 “세금을 올리는 방법으로 소득재분배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현재 직접세 중 소득세와 법인세가 거의 반반씩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법인세 안에는 배당금과 월급이 포함돼 있으므로 법인세를 높인다는 것은 그만큼 배당과 월급을 줄여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각에서 들고 나온 ‘지본주의 4.0’에 대해서도 그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신자유주의를 공격하는 자본주의 4.0 이론은 정치적 소득을 얻으려는 프레임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퓰리즘의 덫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조동근 등 7인 공저/나남출판사 간 ‘포퓰리즘의 덫 - 세상에 공짜는 없다’ 조동근 등 7인 공저/나남출판사 간
조 교수는 “자본주의 4.0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존메나이드 케인지가 내세운 처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경제 규모는 상당히 다른 데다 더구나 전에 없던 국가 부채까지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서 수요관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비판의 자세를 견지했다.

이런 차원에서 “정당은 나름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 민주당이 선점한 복지 이슈를 한나라당이 추월한다 해도 결코 그들의 크레디트가 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감세의 기본철학 역시 ‘땀 흘리는’ 사람들을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것으로 부자가 많아져야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기부가 가능해진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 우리에게는 사회안전망 강화,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확충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란, 골고루 나누기보다 패자부활 지원돼야”

조 교수는 보편적 복지 논쟁의 시발점이 된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서도 “무상급식이 다른 복지에 비해 소요되는 예산은 얼마 안 된다 하더라도 포퓰리즘으로서의 상징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스스로 먹을 수 있는 사람에게까지 왜 무상으로 해야 하나. 그런 이유로 무상급식을 반대했어야 맞다”며 “다만 소득하위 50% 이하로 규정한다고 해도 그 범주 안에서 혜택이 필요한 탈락자를 찾아내는 것이 복지”라고 강조했다.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복지 확충”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번 서울시 무상급식을 밀어붙였던 곽노현 교육감이나 야당은 10만명에 달하는 ‘급식노조’를 베네핏으로 삼았다. 한나라당이 야권의 이런 정치공학적 의도를 캐치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면서 “보육 문제 역시 출산휴가만 제대로 지켜주면 된다. 출산전후 휴가와 재취업 등만 철저히 보장되어도 보육에 별도의 예산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일반 가정에서도 유지해오던 생활수준을 쉽게 못 내리는 것처럼 보편적 복지가 입법화되면 의무지출은 늘어나기 마련으로 이로 인해 점차 예산이 경직화되고 경기 조절이 안 되는 문제를 불러온다”는 것이 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게 없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바라봐선 안 된다”면서 현재 토지·주택공사 부채가 100조에 달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국가 재정을 맞추기 위해 세금을 올리게 되면 기업으로선 투자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고 결국 풍선효과처럼 국민의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만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 교수는 “복지정책을 세울 때 반드시 ‘복지의 생산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복지정책은 무조건 퍼주는 것이 아니라 탈수급하는 대상자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중점으로 둬야 한다”며 “실업에서 먼저 벗어난 사람들이 나와서 ‘마중물’이 되어 더 많은 탈수급 대상자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즉 복지란, 수혜자의 경계선에 있는 가정마다 일일이 부양가족이 더 있는 경우, 자식이 있어도 실제로 부모가 부양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 등을 찾아내는 세심함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제대로 된 복지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국민이 원하는 것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속도조절이 필요할 때 설득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게 정치리더십이고, 그렇게 해야만 장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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