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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계형 의혹제기는 민주주의 기생충
합참 할도리만 다했어도 장병들 살 수 있었다"


입력 2012.03.26 08:07 수정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천안함 2주기 인터뷰>이정국 당시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

"유가족들은 아직도 아픔에서 못헤어나와 수면제 없으면 못자"

지난 2010년 4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앞에서 이정국 당시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가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 2010년 4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앞에서 이정국 당시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가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생계형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생충이다.”

“자기들 집 위로 포탄 떨어지지 않는다고 북한이 약속했는가?”

쌓인 게 많았다. 가슴 속 둑이 무너진 듯 그동안 쌓인 울분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

22일 천안함 폭침 2주기를 4일 앞두고 만난 이정국 전 천안함유족협의회 대표(고 최정환 상사 매형)는 정부와 군 당국, 정치권 그리고 시민단체를 향해 그동안 담아뒀던 응어리를 폭발시켰다.

이 씨는 "직접 당해보니 무지하게 아팠으며, 회복이 힘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젊은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게 정부와 정치권, 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재발시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추모라는 것이다.

“진실성 인정되지 않으면 단순히 천안함 팔아먹기다”

첫 포문은 정부와 군 당국을 향해 열었다. 이 씨는 천안함 루머에 대응하는 정부의 자세에 대해 방향을 잡지 못하고 그저 헤매고 있을 뿐이라고 한탄했다. 정부는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에 대해 이해를 시켜야 하는데 회피만 하고 있다는 것.

그는 “반대쪽이 혼란을 일으켰다고 말은 하면서 그 혼란의 불씨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회피를 하고 있다”며 “한 쪽은 떠들고 싶은데 정부는 끊임없이 떠들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특히 국방부가 천안함 폭침 2주기인 26일을 ‘천안함 폭침, 응징의 날’로 정한 것에 대해 “책임 소제 하나 제대로 못 가린 채 자기들 앞가림하기 위해 애먼 사람 때려잡은 분들이 무슨 응징의 날이냐”며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천안함 피격 당시 합동참모본부(합참)가 기무사령부로부터 북한의 이상 침투 징후를 전달 받고도 2함대사령부 등 예하부대에 정보를 내려주지 않았다’는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의 발언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응징의 날? 그거 하기 전에 기무사령관 발언부터 먼저 해명해야 된다. 그럼 진실성을 인정해주겠다. 진실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단순히 천안함 팔아먹는 거밖에 안 된다.”

이 씨는 군 당국을 향해 “가식이고 위선이다. 합참과 국방부가 할 도리만 다 했어도 천안함 장병들 다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잠수함은 전략무기라서 때리려고 마음먹으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최소한 가족들에게 미련은 주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0년 4월 29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해군장으로 열린 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에서 조문을 마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0년 4월 29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해군장으로 열린 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에서 조문을 마친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생계형 의혹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생충이다”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는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쌓인 게 많았다. 이 씨는 “계속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욕 먹으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생계형 의혹’은 민주주의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의혹을 ‘합리적 의혹’과 ‘생계적 의혹’ 두 종류로 분류했다. 사건 초기 원인에 대한 의혹, 함체를 건진 뒤 파란 1번과 스크류가 휘어진 것에 대한 것은 조사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합리적 의혹’이지만 조사 발표 후 끊임없이 제기되는 잠수함 충돌 등은 단순히 사람들을 자극해 이목을 끌기 위한 ‘생계형 의혹’이라는 것이다.

그는 “생계형 의혹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느 사회에나 있는데 다들 잘 먹고 잘산다. 그래서 멈출 리가 없다. 이목을 끌기위해 사회를 비판하고 적대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없는 것도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일부 진보단체가 유엔 안보리에 정부의 천안함 조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그대로 긁어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며 “결국 의혹을 부풀리는데 일조하고 나라 망신 시켰다”고 비난했다.

이 씨는 “부부싸움을 해도 담장 밖으로 목소리가 나가서는 안 된다”며 “내부의 문제를 밖으로 끌고 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이며 ‘내 남편 바람 폈어요’라고 떠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그의 비판 범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씨는 “국가 존립의 가장 기초인 안보를 두고 자기네들 장사 속으로 흔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천안함을 이용해 표몰이를 하려고 한다는 것.

그는 “희생된 장병들 중에 국회의원 보좌관의 친구의 사촌이라도 있었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면서 “평범한 사람들 자식이 죽었기 때문에 아무도 신경을 안 쓴다. 우리끼리 아파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특히 나라를 이끌어 가시는 분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며 “그 사람들이 사는 집 위로 포탄 떨어지지 않는다고 북한이 약속을 했는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위협 받으면 자기 자식들 생명도 위협 받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해보니 무지하게 아프다. 회복이 힘들 정도다”

이 씨를 비롯한 천안함 유가족들은 공개 활동을 삼가고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꺼려한다. 유가족들의 발언에 대해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언론을 통해 밝힌 합참에 대한 문제제기도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합참에 대한 발언이 나간 이후로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고 있다. 사람들은 정치적 의미만 따진다”며 “그런 것을 보면 고등학생인 우리 애들도 상처 받는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유족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외동 아들을 잃은 분은 아직도 아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해보니 무지하게 아프다. 회복이 힘들 정도다. 나 스스로도 아직까지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데일리안 = 조성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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