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정진석 "통진당 폭력사태, 새누리당 분열 단초"


입력 2012.05.14 11:41 수정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인터뷰>“박근혜, 구체적 아젠다를 던져야 할 때”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쉽지 않은 만남이었다. 국회의원 세번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으로 국정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던 그였지만 4·11총선에서의 낙선은 그의 입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서울에서도 ‘문화의 중심’인 중구에 출마, 불과 4%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쓴 잔을 마셔야 했던 정진석 전 수석.

‘다른 일’로 만나자며 간신히 자리를 마련했지만 총선에서의 패배, 향후 정국 전망 등 총선 이후 한달 가까이 정치의 중심을 꿰뚫어 보았을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정 전 수석은 “낙선자가 무슨 면목이 있겠느냐”고 인터뷰는 절대 못하겠다며 펄쩍 뛰었다. 지난 4일 그리고 일주일 후, 두 번의 만남과 전화 끝에 힘들게 입을 연 그는 역시 ‘정무’수석이었다.

“국민은 미래와 안정을 택했다”

그가 천천히 입을 떼며 시작한 것은 선거 평가다. 정권심판론이 총선을 관통하는 이슈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현장에 뛰어다니면서 느꼈지만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지낸 나에게 강하게 정권심판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그 보다는 중구가 서울의 중심부, 대한민국의 중심부에 위치했지만 상당히 낙후되고 침체된 곳이라는 답답함, (전략공천으로)뒤늦게 중구로 오면서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부족함이 요인이었다”고 바라봤다.

조직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인구수가 적은 반면, 야당측의 탄탄한 조직이 상대적으로 유리했던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중구민들의 마음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서울에서는 새누리당이 상당히 뒤쳐졌지만 전반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선전했다고 되묻자 그는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미래형 투표가 상당히 작동했다”며 “그게 바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힘’”이라고 평했다. 총선이 시작하기 한달전만 해도 백석이 안될 것이라고 암담해 했던 새누리당이 152석이라는 과반의석을 차지하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미래에 대한 기대”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야당이 야권연대를 한다면서 주장했던 한미FTA 폐기·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 요구, 공천과정에서 불거진 부도덕한 행위들,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막말 사건 등 “야당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은 미래와 안정을 동시에 갈망했다”며 “여기에 보수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과정이 국민들에게 오히려 불안요인을 확장시켰다고 했다. 야권의 입장에서는 ‘연대’가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선거를 ‘새누리당의 승리’라고 평하지는 않았다. 그는 “의석수에서는 이겼을지 모르겠지만 전체 득표율을 따지면 사실상 패배”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 보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8개월 후면 다가올 12월19일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여권이 정권재창출을 하기 위한 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그는 “중구도 그랬고 전반적으로 ‘중간지대’, 즉 ‘비영남 수도권 2040’을 잡지 못했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그 지점을 굉장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에 그동안 힘겨운 지역이었던 충청권은 12월 대선 때 상당히 유리해 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결국 수도권, 특히 2040세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근혜, 국민들에게 구체적 아젠다와 담대한 제안을 내놓아야”

이를 위해 그는 몇가지 굵직한 전략을 제안했다. 우선 국민들의 가슴에 다가올 구체적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과 2007년 ‘줄푸세’공약에서 2012년 ‘경제민주화’로 전환하게 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설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위원장에게 위협적인 것은 출마하지 않고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할 때”라며 “많은 정치분석가들이 말하듯 박 위원장이 이미지에 많이 치중하고 있는데 이제는 국민들에게 구체적 아젠다, 즉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선거 기간 ‘국민이 행복한’ ‘국민을 위한’ 등 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해소를 위한 귀족노조 문제라든지 학교폭력 대책이나 교육을 위한 대안 등 뭔가 국민들의 가슴에 확 다가올 구체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국민들은 늘 변화를 요구한다. 총선 기간 동안 ‘경제민주화’ 등 새누리당이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적절하게 대응한 것은 잘 한 것이지만 대선에는 또 다른 이슈가 필요하다”며 “정책 아젠다 한두 개를 확실히, 누구도 예상치 못한 담대한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부자 몸조심’이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된다”며 “프랑스의 유명한 축구선수 지단이 월드컵 본선을 위해 평가전에 안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평가전에서 더 열심히 뛰어 감을 익히고 경기력을 향상시킨다”고 비유했다. 박 위원장 역시 대선 본선을 위해 당내 경선에서 몸을 사릴 게 아니라 경선 과정을 통해 집권후 구상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기회를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내 대선 ‘경선룰’과 관련, 비박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서는 “2007년에 마련된 규정을 놓고 특정 후보 유불리에 의해 바꾸는 게 정당한가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조용한 추대는 반대다. 세상에 조용한 추대가 어디 있느냐. 엄연히 정해진 당헌당규 정신대로 선출해야한다. ‘추대’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쓴소리를 했다.

아울러 그는 박 위원장이 2007년 대선경선 때 주장했던 경제담론인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에서 ‘경제민주화’로 전환한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는 “우파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아니라 ‘대안 부재론’이라는 말을 하더라”고 했다. 여권내 유력한 대권주자 대안이 없어 박 위원장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우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박 위원장의 정책 변화를 설명, 설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민 잘살게 노력했던 박정희, 박근혜 ‘아버지의 꿈 완결하겠다’ 이야기해야”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공격에서도 박 위원장이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박 위원장에게 있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은 훌륭한 자산”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은 서민들을 잘 살게 하기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서민의 고단한 삶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화했고 그 과정에서 국부도 창출했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은 고위층이나 대기업 자제들을 전방에 보내라고 했고 재벌 2세들이 흥청망청 하는 모습도 봐주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그러한 아버지의 꿈을 완결하겠다는 이야기를 박 위원장이 먼저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이 강조하는 ‘국민이 행복한 삶’ 즉 민생이 바로 박 위원장이 이루려는 꿈인 동시에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하려했던 일임을 강조한다면 야권의 불필요한 공세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제언이다.

안철수 원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는 “안 원장이 박 위원장을 폄훼한 적 없고 박 위원장 역시 안 원장을 폄훼한 적이 없음에 주목해야 한다”며 “박 위원장이 먼저 안 원장을 향해 손을 잡아야 한다. 분명 상호보완적인 요소가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앞으로의 정치는 공화, 협치, 상생으로 가야한다. 패권주의는 안된다”며 “안 원장이 반드시 야권과 함께 갈 것이라는 등식은 없다”고 거듭 박 위원장과 안 원장과의 ‘연대’를 제안했다.

그야말로 가상의 사견임을 전제로 그는 “만약 박 위원장이 안 원장에게 ‘당신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을 합해보자고 제안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정치적 상상을 하기도 했다.

북한문제와 관련, 그는 “아젠다를 설정할 때 모든 것을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안된다”며 “특히 북한문제는 어느 때보다 이념과 가치 지향성이 있어야 한다. 명확한 원칙과 입장을 표명하기 원하는 여론이 상당히 있다”고 ‘우파 가치’에 방점을 뒀다.

아울러 그는 박 위원장이 수도권 2040세대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기존 정치권에서 흔해진 ‘강연정치’는 적절치 않고 2040세대들을 권역별로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형식의 ‘타운미팅’ 방식이라는 ‘형식’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정 전 수석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박 위원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물었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과의 회동”이라며 “정무수석이지만 정치 경험과 정치 분석가로 차기 대권주자는 박근혜 위원장임을 외쳐왔다. 청와대에서도 박근혜 위원장을 보호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고 했다. 왜냐고? 박근혜 위원장이 새누리당이 갖고 있는 포기할 수 없는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통진당 위기 민주당 자극, 야권 분화 촉진된다면 새누리당 내부 분열도 가능”

그가 정치를 보는 눈은 여권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충돌 등 최근 통합진보당 내에서 일어나는 사태에 대해 향후 정계에 미칠 영향력을 주시했다.

그는 “현재 통합진보당이 파산이다, 폐가 분위기다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여권이 즐거워할 일만은 아니다”라며 “통진당의 위기는 민주통합당에도 자극을 줘 야권연대가 분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주당 내부에서 종북·친북 주의자들을 도려내는 노력을 해 분화가 촉진된다면 예기치 못한 새 구도가 형성 될 수 있다”며 “이는 새누리당 내부 분열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조건적인 야권연대가 아니라 종북·친북주의자들을 도려내는 새로운 중간지대로의 야권연대가 이뤄진다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중간지대로 향하기 위한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그는 “(새누리당도)내부 분열을 단속하고 경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된다”며 “박 위원장이 경계할 대목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데일리안 = 대담 이의춘 편집국장 / 정리 동성혜 기자]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동성혜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