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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구속 윤석금 불구속 '고장난 저울'?


입력 2013.08.22 18:05 수정 2013.08.29 10:09        이의춘 편집국장 jungleelee@naver.com

<칼럼>형평성 잃은 기업인 배임죄 금가는 법 신뢰성

경제민주화 광풍 편승한 엄벌주의 경제현실 고려해야

이의춘편집국장
미증유의 국난이었던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그는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아서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그의 지휘에 따라 감독당국은 부실 기업과 은행 등을 잇따라 퇴출시켰다. 한국에서 당연시되던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를 깼다. 30대그룹 중 16개그룹이 퇴장당했다. 재계 4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됐다. 쌍용, 기아, 삼미, 진로, 한라, 거평, 미도파, 쌍방울 등도 재계무대에서 사라졌다.

이헌재 위원장은 기업구조조정 원칙을 세웠다. 대기업집단의 경우 계열사 부실은 자율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침이었다. 총수 등 대주주가 책임지고 계열사 부실을 털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것이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도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주문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대기업에게까지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 등 금융권에만 64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추가 재원조성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던 그룹마다 총수의 사재출연이 러시를 이뤘다. 계열사 통폐합 등을 통한 회생의 과정에서 총수들이 대부분 보유식과 부동산을 내놓아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과 부채비율 인하등에 주력했다. 총수의 사재출연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그룹을 살리는 것이 당면과제였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을 보면 구조조정의 모범생임을 알 수 있다. 한화는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들의 판매난과 공급과잉, 금융부채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룹 살리기에 나선 김승연 회장은 몸통부터 팔아 재무구조 개선에 힘을 기울였다. 그룹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정유사를 팔았다. 당시 정유사 매각은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만큼 그룹을 정상화시키려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는 대단했다. 이후에도 베어링사업 등 돈되는 사업이면 팔았다.

김 회장의 구조조정은 화제를 모았다. 부실 계열사보다는 돈 되는 사업, 알짜기업을 팔아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그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시장은 신뢰를 했다. 대부분 계열사들이 부채비율 200%를 회복했다. 한화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건강하게 재탄생했다.

한화의 구조조정에 대해 정부, 금융기관 등에서도 합격점을 줬다. 언론에선 한화의 강도 높은 개혁조치에 대해 재계의 모범이 되는 구조조정 사례라며 높은 평가를 했다.

한화는 체력회복을 바탕으로 생보업계 2위 대한생명 인수 등을 통해 금융분야를 대폭 강화하고, 태양광사업 진출 등을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김 회장의 리더십, 미래를 보는 안목 등이 임직원들의 열정과 애사심이 어우려져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것이다.

그런데 한화의 성공한 구조조정이 혹독한 사법부의 심판대상이 되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비계열 자회사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을 뒤늦게 문제삼아 김 회장과 그룹이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김 회장은 비계열 자회사 지원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배임혐의로 실형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1년을 넘겼다.

김 회장의 배임혐의 구속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문제가 된 자회사인 한유통과 웰롭은 90년대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편의점사업을 전개한 유통업체다. 자회사지만, 주거래은행 등에선 한화계열사로 간주하고 대출 등을 해줬다.

이들 자회사는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극심한 판매부진과 원리금상환부담에 시달렸다. 2005년엔 결손금만 3000억원대로 급증했다. 자력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룹은 고민했다. 그냥 놔둘 경우 부도가 불가피했다. 지급보증을 해준 그룹계열사들에 대한 채권금융회사들의 상환압박이 불가피해지고, 그룹이미지 추락도 심각한 문제였다.

그렇다고 잘못 지원하면 배임문제도 고려해야 했다.

한화는 정부의 대기업 구조조정 지침을 따라 그룹에서 한유통과 웰롭에 대한 담보제공 등의 긴급 지원에 나섰다. 이들 자회사들은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의 길을 걸어 정상화됐다.

백척간두에 있던 자회사도 살아나고, 그룹도 이미지 추락을 막았다. 모두가 잘된 윈-윈의 모범사례였다. 당시 그룹마다 계열사의 부실을 막지 못하면 공중분해됐다. 계열사를 살린 그룹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해나갔다.

한화의 구조조정 성공사례는 최근 효성, LIG등 일부그룹들이 부실 건설 계열사를 꼬리자르기식으로 떼내려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대주주와 그룹이 책임지고 부실자회사를 살려 협력업체의 연쇄부도를 막고, 금융회사의 부실이 늘어나는 것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사익을 편취하지 않은 것도 주목해야 한다. 배임죄가 성립하면 자회사 지원을 통해 오너가 개인적으로 사익을 편취한 것이 명백해야 하는데, 김 회장의 경우 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회장에 대해 구속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도 김회장이 개인적 이익을 편취한 바 없고, 부실회사를 살리기위한 구조조정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배임혐의로 중형을 선고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취한 경영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단죄받는 것은 석연치 않다. 이런 식으로 배임죄를 확대적용하면 어느 총수가, 어떤 최고경영자가 투자 및 인수합병등의 경영판단을 소신있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재계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 회장에 대한 배임죄 적용은 그룹경영에 대한 폭넓은 면책을 허용하는 유럽의 사법제도와 뚜렷이 비교된다. 프랑스의 경우 1985년 대법원의 로젠블룸 판결을 통해서 그룹경영의 공통이익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확산됐다.

다시말해 계열사간에 긴밀하게 연결된 기업집단이 계열사간 내부거래나 출자, 담보제공 등의 지원에 나설 경우 그룹 최고경영자에게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명문화한 것이다.

김 회장 구속은 그룹경영의 특성에 대해 검찰이나 재판부가 너무 좁게 해석하거나, 그룹경영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비롯된 것이 아닌 가 생각된다.

계열사나 자회사에 대한 지원을 배임죄로 걸 경우 그룹경영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부실 자회사에 자금이 지원된 것만을 문제삼아 배임죄로 단죄한다면 한국에서 그룹경영을 하기 힘들 것이다.

30대그룹을 보면 대부분 총수의 강력한 오너경영과 계열사간 지분 및 거래 등으로 긴밀하게 연계돼 그룹경영을 하고 있다. 그룹경영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재계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된다. 한국재계의 지배적인 지배구조를 검찰과 사법부가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마치 사법부가 그룹경영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에 의한 독립경영을 하라고 법률적으로 재단하는 것과 같다.

김 회장의 법정구속은 최근 일부 총수의 불구속기소와 관련해서 주목된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 회장의 경우 자금난에 직면했던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1200억원대 사기성 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최근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김 회장과 윤 회장의 배임 문제를 비교하면 사실상 윤 회장이 더욱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윤 회장은 계열사가 부도를 내기 직전에 수천억원의 사기성 어음을 부당하게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기업어음 발행이 어려운 수준까지 회사 신용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기업어음을 발행했다는 점에서 사법적 단죄는 물론 도덕적 해이문제도 불거지기 때문이다.

웅진은 사기성 어음을 발행하는 등 자구책을 했음에도 불구, 결국 법정관리 등을 통해 회생의 길을 밟고 있다. 그룹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계열사들이 쓰러지고, 윤 회장 지분도 대부분 감자 소각등의 절차를 거쳐 대부분 없어졌다. 그룹이 쓰러지면서 임직원들도 구조조정을 당하는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윤 회장과 계열사, 임직원 모두가 손해를 본 것이다.

반면 김승연 회장은 어떤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던 부실 자회사를 그룹에서 지원해 살렸다. 그룹도 자금상환압박 및 이미지 추락 등의 위기를 벗어났다. 그룹과 계열사, 자회사 모두가 승자가 됐다. 채권금융회사들도 부실부담도 해소됐다. 그룹과 자회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들도 피해를 보지 않고, 건강한 거래관계를 발전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자회사 지원에 어떤 사기성 경영행위가 전연 없었던 셈이다. 정당한 경영행위요, 반드시 했어야 하는 경영판단이었던 셈이다. 국민과 채권금융회사, 협력업체등에 부담을 지우지 않고, 그룹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휼륭하게 수행했다. 왜 이게 문제가 돼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기성 어음을 발행한 윤석금 회장은 사익추구가 없었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불구속 기소한 반면, 정부의 구조조정 지침에 화답해 자체적으로 자회사를 살려낸 김승연 회장은 혹독한 처벌을 받았다. 법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와 기소를 하는 검찰에 따라 구속과 불구속이 달라지는 것은 법의 일관성과 보편성에 어긋난다.

더구나 한화와 웅진의 그룹사세나 임직원, 협력업체수, 금융회사와의 거래규모, 수출비중 등 우리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를 보면 비교가 안된다. 국내외사업장 임직원만 10만여명가량되고, 한화와 거래하는 협력업체수도 수천개가 넘는다. 그룹매출도 40조가 넘는다. 외형에 포함되지 않는 한화생명은 국내 2위 생보사로 자산규모가 50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화로 생계를 유지하는 국민들이 수십만명이나 된다.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 본사 앞 모습.ⓒ연합뉴스
더구나 한화는 첨단 유도 미사일와 총포탄 등 각종 방산무기를 만들어 국방에 기여하고 있다. 나로호 등 인공위성 개발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라크 미국 동남아 중국 등 해외사업장에서 시장점유율 확대와 달러벌이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수출역군이다. 영위 업종도 화학 금융 정보통신 태양광 건설 무역 유통 레저 호텔 등으로 다각화돼 있고, 수출비중도 높다.

이라크에선 80억달러규모의 초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도 수주해서 진행중이고, 추가로 100억달러규모의 공사를 따내기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웅진은 출판재벌에서 출발해 화학 식음료 레저 금융 등으로 단촐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핵심산업이 별로 없다. 수출규모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한화 김승연회장과 웅진 윤석금 회장간에는 국가경제 기여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웅진과 비교되는 게 LIG그룹이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 부자 3명은 지난 8월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돼 8~12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LIG 그룹 구 회장 부자는 2011년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담보로 맡긴 주식을 환수하기위한 자금 마련용으로 2150억원규모의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를 받아 기소된 바 있다.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문제로 기소된 웅진과 LIG그룹 총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배임죄에 대한 일관성이 보편성, 형평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별건수사를 통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당초 검찰은 2010년 9월 전직 한화증권 간부의 차명계좌 제보를 바탕으로 한화에 대규모 전방위 수사를 개시했다. 김 회장이 선대회장의 상속재산 등 비자금을 임직원 차명계좌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부지검은 재벌의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캐낼 대어를 낚았다며 흥분했다. 남기춘 지검장은 칼을 빼면 반드시 휘두르는 강골검사, 외압에 굴하지 않는 강직한 지검장으로 평가받았다. 서부지검은 그룹과 임직원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벌이고, 언론플레이를 벌였다. 보안요원들이 본사입구를 막아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다며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검찰은 엄청난 비자금 줄기를 캘 것으로 기대했지만, 별로 나오는 게 없었다. 그룹이 이실직고한 차명계좌를 확인한 것 외에는 부정한 돈이나 검은 비자금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의 조서만 5만페이지가 넘는다. 조사인원도 320명에 달했다.

검찰은 차명계좌 조성 등에 연루된 임원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조리 기각당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홍모 재무팀장의 경우 재청구도 기각당하며 과잉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서부지검은 한화비자금 수사가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검찰이 대기업을 지나치게 옥죄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았다. 남기춘 지검장은 논란의 와중에서 재벌의 로비로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항의성 메일을 남기고 사퇴했다.

칼을 빼든 남은 수사팀은 절치부심하며 한화의 과거자료까지 수사대상으로 넓혔다. 외환위기이후 그룹의 다양한 구조조정과정에서의 배임과 횡령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비자금수사에서 엉뚱하게 배임 및 횡령수사로 전환된 것. 한화의 별건수사는 한번 검찰 수사선상에 들어오면 어떤 방식으로든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관행을 재확인했다. 보복수사라는 이야기도 적지않게 흘러나왔다.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한유통 등 자회사에 대한 자금지원과 담보제공을 빌미로 김회장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에선 이중 횡령혐의는 무죄로 보고, 배임죄만 적용해서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회장의 재판과정에서 불거진 경제민주화 바람도 변수가 됐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부도덕한 행태가 국민여론을 자극했다. 담회장은 해외 유명 미술품등을 구입하는 데 회사돈 300억원을 유용한 것이 드러나 수사를 받았다.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도 거액의 비자금조성 및 횡령, 배임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양태승 대법원장은 사회지도층의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엄한 형량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수에 대한 유전무죄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여론가 제기됐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대기업과 기업총수에게 가혹한 역풍으로 작용한 셈이다.

김 회장의 경우 이호진 회장이나 담철곤 회장과는 사안이 다르고, 부도덕한 행태도 없었지만, 경제민주화의 태풍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기업인 중형주의 바람이 갑작스레 형성되는 상황에서 김회장도 유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된지 만1년이 넘었다. 김 회장은 구속이후 심각한 건강악화로 두차례나 구속집행정지상태로 풀려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체중이 20kg이나 급증하고, 고혈압 당뇨등의 합병증도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화는 지금 총수의 부재로 인해 막대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총수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그룹경영의 특성상 최고지도자의 부재 중요 해외사업이나 투자등에서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가 시작된지 3년이 지난 지금 한화는 기로에 서 있다. 무엇보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추가 수주가 답보상태에 있다. 이라크 총리는 2012년에 80억달러의 비스마야 신도시 본계약을 하면서 앞으로 실시할 100만호 신도시 건설 계약에서도한화에 최고의 우선권을 약속했다. 하지만 김회장의 구속이후 한화는 이라크 재건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는 중국, 터키 등 경쟁국가에도 밀리는 상황이 됐다.

미래 신성장사업인 태양광사업의 추진동력도 약화되고 있다. 한화는 중국 독일 말레이시아등에서 태양광업체를 인수합병하는 등 세계최대규모의 태양광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태양광산업은 아직 유치산업이어서 각국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구속전에 이들 국가 고위관료들과의 활발한 접촉과 담판을 통해서 보조금 지원을 받는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제는 협상력이 떨어져 보조금 정책이 지연되고 있다.

그룹은 김 회장 구속이후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해 ING생명 인수전, 신규 사업 투자, 인수합병 등을 챙기고 있지만,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글로벌 경영전장에서 한화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총수가 장기간 부재하면서 그룹의 미래가치가 하락하고, 임직원들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도 경제민주화 드라이브에서 이젠 경제활성화모드로 바뀌고 있다. 경제가 워낙 악화하고, 기업들의 경영난도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삼성전자 현대차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종에서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조선 해운 건설 유통업종등은 불황의 파고가 워낙 심각하다. 올해 성장률도 2%대의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에 들어갈 재원은 눈덩이처럼 커지는데, 세수는 벌써 상반기에만 9조원가량 펑크났다. 이대로 가면 올해 20조원가량의 세수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수 차질의 상당부분은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인한 법인세 납세 감소에서 연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젠 경제활성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의 규제를 풀어주고,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투자하는 기업들은 업어줘야 한다고 했다. 투자를 방해하는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규제를 풀어서 외국인의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기업현장 방문을 통해 투자를 결정한 기업인을 업어주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복지재원 135조원 마련을 위한 증세와 중산층비율 70% 복원,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도 기업들을 뛰게 해야 한다.

사법부도 경제민주화에 편승한 기업인 엄벌주의에서 벗어나 우리경제 상황을 감안한 탄력적인 판단을 했으면 한다. 복지재원을 위해서라도 기업인들이 뛰게 해줘야 한다.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기위해서라도 기업인의 기를 살려야 한다. 기업들이 왕성하게 투자해서 법인세 등 세금을 많이 내게 해야 한다. 기업인은 무조건 실형구속부터 하고 보는 기업인 역차별은 문제가 있다.

기업이나 기업인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들이다. 일반 형사범과는 다르다. 더구나 배임죄의 경우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재판을 통해 관계 당사자들이 해결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인 소송의 경우 형사처벌보다는 벌금액수를 대폭 올려 재정에 기여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법경제학이 사법부에서 주류가 되고 있다. 경제분야의 상법 공정법 독점법등은 물론 형사법, 가족법까지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로스쿨도 법경제학이 모든 학문의 토대가 되고 있다. 조미 메이슨 대학 로스쿨은 모든 과목의 70%가량이 법경제학으로 채워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검찰이나 사법부, 로스쿨 모두 법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없다. 이에는 이 식의 가혹한 형사처벌 위주로 가고 있다. 한국에선 법경제학이 변호사시험등에서 필수과목으로 분류되지 않다보니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법경제학 연구와 재판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 여론으로부터 성공한 구조조정으로 칭송받았던 것이 한참 지난 후에 배임죄로 중형을 선고받아 최고경영자가 영어의 신세로 전락한다면 누가 승복할 것인가 곱씹어볼 일이다.

경제민주화 광풍시절에 이뤄진 사법부의 기업인 엄벌주의도 이젠 경제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혹시 검찰이나 사법부에도 법과 양심에 의한 수사나 판결보다는 경제민주화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수사나 재판이 없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공자는 정치에 종사할 때 필요한 5가지 미덕을 설파한 바 있다. 이중 5번째가 군자는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검찰이나 사법부는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위엄을 보여야 하지만, 지나치게 사납지 않아야 한다. 한비자는 먹줄이 곧아야 굽은 나무도 곧게 자를 수 있다고 했다. 먹줄은 굽은 모양에 따라 구부려 사용하지 않는다.

기업인 배임죄의 경우 검찰이나 변호사가 누구냐에 따라 구부려진다면 법의 신뢰성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의춘 기자 (junglee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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