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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의 세계화 이끌 장수 은행장 없나요?


입력 2014.02.28 10:39 수정 2014.02.28 11:25        목용재 기자

<인터뷰>이장영 금융연수원장 "임기 2, 3년 국내 은행장들, 정교한 전략 세울 수 없어"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한국금융연수원 제공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한국금융연수원 제공
저금리 시대에서 은행권의 예대마진이 덩달아 축소되면서 은행업계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들의 향후 생존방안에 대해 '해외진출'이라는 해답을 내놓고 있지만 각종규제와 은행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장기적 전략의 부재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지난해 11월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금융권이 새로운 시장과 수익원을 개척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점포에 대한 경영실태 평가 유예기간을 연장하고, 국내은행이 지주회사 형태의 현지 금융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 등이 골자지만 정작 문제는 은행의 해외진출을 장기적으로 진두지휘할 CEO가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휘황찬란한 정책이 나온다고 해도 은행의 해외진출을 이끌 은행장이 없다면 당국의 정책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이장영 금융연수원장은 26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의 해외진출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보고 관련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국내은행장들은 단명하고 있어 은행의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장영 원장은 "은행의 해외진출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 금융당국이나 국내 은행들은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금융권의 향후 생존을 위해 세계화는 좋은 방안이지만 보통 은행장 임기가 3년인 우리나라에서는 중장기적인 전략자체를 세우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내 은행장들의 임기는 보통 2~4년으로 짧다. 하나·외환 은행장은 2년 임기에 1년 연장식이다. 우리은행 합병이후 임기를 마친 5명의 은행장의 경우, 평균 임기는 2년 4개월이다. 박해춘 전 행장은 1년 2개월로 단명했고, 이덕훈·황영기 전 행장은 3년의 임기를 채웠다.

국민은행도 2001년 통합, 출범이후 임기를 마친 3명의 은행장 가운데 강정원 전 행장이 5년 8개월이라는 비교적 긴 임기를 채웠지만 초대 행장인 고(故) 김정태 행장은 3년가량, 민병덕 행장의 임기는 2년 11개월에 불과했다.

신한은행의 은행장 임기도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이다. 서진원 행장의 전임자인 이백순 전 행장의 경우 2009년 3월 취임해 1년 9개월의 짧은 임기를 마감했다. 반면 신상훈 전 행장은 2003년 취임해 2009년까지 6년여의 임기를 채운 바 있다.

이 원장은 "해외진출의 중장기적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외 전략를 구상한 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꾸준히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은행장의 임기는 10년 정도는 보장돼야 한다. 또한 국제화를 담당하는 부행장 등 임원진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임기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은행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신축적이지 못한 임금 △각종 금융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부문에 대한 악화된 사회적 시선 △지속되는 저금리 환경 등을 꼽았다.

다음은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한국금융연수원 제공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장.ⓒ한국금융연수원 제공
시중은행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동안의 예대마진은 2010년 10%대에서 2012년에는 6%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4%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비이자 수익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외화환전, 무역금융, 펀드판매, ATM기, 방카슈랑스 등의 각종 수수료가 너무 낮다. 이 부문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고임금에 대한 지적도 있다.

"고임금이라기 보다는 신축적이지 못한 임금구조가 문제다. 한마디로 성과가 연동되지 않는 임금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성과가 적어도 일정하게 나가는 임금구조가 문제다. 하지만 임금 구조에 변화가 올 경우 우리나라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곧바로 신축적인 임금구조로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스웨덴의 경우 1991년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이 모여 앉아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며 상당히 신축적인 노사문화로 바뀌었는데 이같은 외국 사례를 참고해 신축적인 임금구조로 개선시켜야 은행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은행의 주수익원은 예대마진인데, 이 부분 외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펀드판매, 방카슈랑스, 외환환전, ATM기 등의 수수료를 올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은행을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수수료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거세다. 때문에 은행들은 수수료를 올리기 두려워하고 있다. 물론 부당한 수수료에 대해선 엄하게 다스려야겠지만 정당한 수수료는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

선진국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나은가.

"IMF 통화 환율정책국에 있을 때 12개국의 예대마진 데이터를 분석한 적이 있었다. 아프리카 등 개도국은 예대마진이 굉장히 높았다. 중진국으로 갈수록 그 예대마진은 축소되고 선진국으로 갈수록 그 예대마진은 다시 증가했다.

후진국이 중진국으로 성장하면 생산성·금융중계의 효율성이 좋아지면서 예대마진을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예대마진이 다시 올라가는 것을 보면 미스터리이긴하다. 선진국의 예대마진이 높은 이유는 대면서비스의 질이 굉장히 높아 이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인 것으로 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모바일의 발달로 대면 서비스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 아닌가.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상품이 복잡해지고 투자기법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 어떻게 자산을 굴려야 할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친절하고 전문적인 상담가를 필요로 하는 고객이 많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경우 대면서비스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여신이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나.

"그렇다. 외국의 대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은행권을 이용할 일이 없다. 때문에 선진국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데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은 가산금리를 붙일 여지가 많아 이 부분에서 수익성이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주수익원은 예대마진이다. 우리나라 은행의 예대마진을 올릴 방법이 있을까.

"고금리 추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쉽지 않다.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 은행의 해외시장 진출이 최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해야 할 은행의 수장들의 임기가 짧아 은행들의 세계화 전략은 근시안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적정한 은행장의 임기는 어느정도로 보나.

"정답은 없지만 외국사례로 볼 때 10년 정도가 적당하지 않겠나. 일본의 은행들은 해외에 나가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조그만 지분투자부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M&A전략을 추진한다.

하지만 2~3년의 짧은 임기를 보내는 우리나라의 은행장들이 해외 진출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해외진출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중장기적 전략을 진두지휘할 CEO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장이 바뀌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담당하는 부행장도 교체되는 등 임원진의 변화가 심한데 정교한 전략이 나올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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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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