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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거북이?’ 김연아-아사다 피겨 동화


입력 2014.03.23 13:28 수정 2014.03.23 13:2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김연아, 천재적 재능에 노력까지..점수 핸디캡도 극복

아사다, 끈질긴 노력에도 끝내 영원한 2인자 꼬리표

아사다 마오(왼쪽)와 김연아의 경쟁은 노력파 거북이와 전력을 다한 토끼의 대결을 보는 듯했다.ⓒ 연합뉴스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토끼가 전력을 다하면 거북이는 이길 방법이 없다.

토끼의 평균 시속은 80km, 거북이는 시속은 0.8km이기 때문이다. 토끼는 천부적인 운동신경을 지녔다. 긴 뒷다리 덕분에 평지는 물론 암벽도 민첩하게 오른다. 북미 분포 습지토끼는 수영도 가능하다. 한 마디로 ‘토털패키지’다.

김연아(24)는 피겨계의 토끼로 비유할 만하다. 토끼처럼 민첩하고 다재다능하다. 그래서일까. 국제빙상연맹(ISU) 심판진은 독보적인 1인자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24)를 비롯한 2그룹의 경주에서 항상 ‘핸디캡’을 줬다.

ISU 주관 대회 때마다 김연아 점수가 경쟁자들보다 짰다. 같은 3회전을 뛰어도, 스텝을 밟아도, 스핀을 소화해도 김연아는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에 억울한 눈물을 삼킨 적이 많았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대표적인 예다. 김연아 스텝은 꿀을 모으기 위해 이 꽃 저 꽃 사뿐히 날아다니는 벌을 보는 듯했다. 외신은 레벨 4의 최고난도 기술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심판진은 김연아에게 레벨 3을 줬다.

반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의 저난도 스텝은 레벨 4를 받았다. 해외 주요 언론이 소트니코바의 거품점수 요인 중 하나로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다. 눈치 없는 소트니코바는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김연아보다 기술이 더 견고했다”고 자아도취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금메달은 놓쳤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세계가 인정하는 진정한 1인자이자 천부적인 토끼다.

김연아와 달리 아사다는 ‘노력파 거북이’였다. 포기하지 않고 우직하게 한 길을 걸었다. 성공률이 낮은 트리플 악셀을 고집한 것이 ‘노력파 거북이’ 아사다의 특징을 잘 말해준다.

거북이 아사다에게 불운이라면 ‘노력파 천재 토끼’ 김연아와 경주했다는 점이다.

김연아는 거북이 아사다와의 진검승부에서 전력을 기울였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가진 역량을 모두 쏟아 부었다. 그 결과가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졌다. 4년 뒤 소치 올림픽에서도 김연아 머릿속에 거북이 아사다는 없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 ‘밴쿠버 퀸연아’와의 자아 대결(기록경신)만 생각했을 뿐이다.

아사다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도저히 김연아에 근접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런 아사다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꽤 많다.

‘들러리 설움’에 공감하기 때문일까. 소치 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선 심판진이 거북이 아사다에게 ‘동정표’를 던졌다. 트리플 악셀 회전수 부족을 눈감아줬고, 트리플 플립 오류도 문제 삼지 않았다. 거북이 아사다의 한계를 희석하기 위한 ‘어드밴티지’ 성격이 짙었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는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연아는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과 함께 금메달 1개, (사실상 금메달인) 은메달 1개를 주머니에 넣고 쿨하게 피겨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다.

거북이 아사다는 역대 올림픽 집념의 은메달 1개만을 받아들였다. “은퇴할 것인가”라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미련이 남은 듯 “은퇴 가능성은 반반”을 외쳤다.

‘영원한 2인자’ 꼬리표를 떼지 못한 아사다는 이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또 한 번 도전을 선택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나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에 비해 각광받진 못했지만, 아사다의 노력과 집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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