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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은 좌초" 4년 지났어도 음모론자들 뇌구조는...


입력 2014.03.26 14:12 수정 2014.03.27 08:57        이충재 기자

신상철의 좌초설 뿐 아니라 자작극설까지 집요

이정희 "북한에 조의 제안" 했지만 궁여지책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주장은 지금도 같은 입장이다.”

그들은 여전히 천안함 피격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지 않았다. 26일 천안함 피격 사건 4주기를 맞았지만, 좌초설, 기뢰설, 자작극설 등 각종 음모론은 서해에 영면한 46인의 전사자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었다.

특히 대표적인 천안함 음모론자인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는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분석에 대해 지금도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 민주당 추천 몫으로 참여했던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진실의 길’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담은 칼럼을 쏟아냈다.

그는 기존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했고, 이미 매듭지어진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거짓말과 조작으로 덧칠하고 있다”고 원색 비난했다.

그는 천안함 함미 스크루(프로펠러)가 휘어진 현상이 ‘어뢰피격 직후 급정지되면서 관성으로 휘어진 것’이라는 합조단보고서 내용에 대해 “이는 프로펠러 제작업체인 스웨덴 KAMEWA사가 논리를 제공하고, 노인식 충남대 교수가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 듯 했으나 ‘그 원인은 미스터리’라는 명언을 남기고 소멸된 논리”라며 “국방부와 합조단은 프로펠러 손상의 원인을 두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미스터리로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내의 많은 조선소에는 (천안함 프로펠러) 손상의 사례가 무수히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모두 침묵을 하는 이유는 ‘굳이 지금 그에 대해 언급했다가 불필요한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어서’일 것”이라며 “하지만 진실이 드러나고 나면 줄줄이 토해져 나올 데이터와 자료들이 산적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련의 음모론자들은 4년이 된 지금까지도 그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일련의 음모론자들은 4년이 된 지금까지도 그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그는 ‘합조단 구성’에 대해서도 “상세한 명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천안함이 침몰된 시점, 해군의 최초 보고는 ‘좌초’, 천안함 함미가 인양될 당시 시신이 발견된 지점 등에 의문을 표시하며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울러 그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과정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사건을 자기중심의 해석으로 의혹의 꼬리표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2월 13일 ‘합조단 합류 과정에 대하여’ 제하 글에서 “합조단이 내게 합숙과 외출 금지를 요구했던 이유는 당시 천안함의 사고 원인과 국방부 주도 조작·은폐의 중요한 부분들이 그때까지 내가 올린 글 속에 고스란히 언급이 되었기 때문”이라며 “천안함 사고 후 2주 동안 내가 올린 글들을 보면서 그들은 분명 경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천안함 침몰 후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인데 천안함 사고의 원인과 그들의 은폐에 관한 중요한 핵심사항들을 대부분 펼쳐놓았으니 그들이 받았을 충격은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천안함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군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를 당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다.

천안함 프로젝트, 천안함 자작설, 미국 침몰설...끊이지 않는 '갈등들'

신 전 대표 외에도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를 비롯해 천안함 피격 사건에 ‘좌초설’ 등 의혹을 제기한 인물들은 “그때와 생각이 같다”거나 “의문이 여전하다”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들은 ‘폭침’ ‘포격’ ‘피격’이라고 하지 않고 ‘천안함 사건’이라고 했다. 좌초설이나 기뢰설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표현이다.

특히 지난해 개봉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의 침몰원인이 좌초나 좌초 후 잠수함에 의한 충돌이라는 주장과 함께 합조단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과 은폐의혹 등을 다큐멘터리식으로 풀어냈다.

영화는 대부분 신상철 전 대표와 이종인 대표의 진술에 의존했고, ‘천안함이 좌초 후 제3의 잠수함에 충돌했다’는 등 두 사람이 제기한 의혹만을 부각했다. 이에 당시 천안함 희생자 유족 등 5명이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영화제작사가 제작배경을 ‘소통’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지만, 의혹제기에 대한 해명을 철저히 무시하고 한쪽 입장의 주장만 다루면서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천안함 음모론자들의 집요한 억지 주장은 천안함 46용사들이 아직도 지하에서 편히 눈을 감을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유가족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의 가슴까지 힘겹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46 용사 분향소.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천안함 음모론자들의 집요한 억지 주장은 천안함 46용사들이 아직도 지하에서 편히 눈을 감을 수 없게 할 뿐 아니라 유가족은 물론 대다수의 국민들의 가슴까지 힘겹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천안함 46 용사 분향소.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는 지난해 11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시국미사에서 “천안함 폭침은 정부가 북한이 했다고 만든 것”이라며 “북한을 적으로 만들어야 종북 문제로 백성을 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아울러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천안함은 종북몰이를 위한 정부의 자작극이었다”, “미국이 침몰시킨 사건이다”라는 등 황당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선 끝낸' 정치권 들끓던 '천안함 공세'도 가라앉아

정치권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은 정치적 공세수단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 분위기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당초 북한 공격에 의한 천안함 폭침이라는 정부와 국제 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불신하고 의문표를 던져왔다. 통합진보당은 아예 정부의 발표를 부인하면서 북한이 무관함을 주장하기도 했다.

대선을 마친 정치권은 천안함 피격 사건 4주기를 맞아 ‘천안함 입장’을 어느정도 매듭지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당초 의혹 제기에서 슬그머니 안보 책임론, 대북정책 실패론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 내에서는 “북한은 한반도에 봄바람이 불기를 원하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민주당 백군기 원내부대표)”는 의견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미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북한 소행’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도 대선을 앞둔 공세 차원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MB정부 청와대 외교안보 담당을 맡았던 한 인사는 “민주당 외교안보 전문 의원들과 핵심 핵에게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발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다들 이해를 하셨다”며 “그런데 여의도로 돌아가서는 정부의 발표에 의혹이 있다고 공세를 펴더라”고 말했다.

특히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동의하지 않아왔던 통진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회복의 난제였던 금강산 사건, 연평도 사건, 천안함 사건에서 희생된 모든 이에 대한 북 당국의 조의(弔意) 표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통진당이 그동안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거나 북한 관련성을 부인해왔던 것을 뒤집는 모습이어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를 두고 여전히 천안함 ‘폭침’이 아닌 ‘사건’으로 표현하는 등 진정성을 인정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6.4지방선거와 정당해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비난여론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은 전혀 아니다”면서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의혹들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명복을 빈다’는 뜻을 밝히라는 표현일 뿐,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인정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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