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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시·적소에 적재·적무면 ‘골든타임’ 사수 가능


입력 2014.05.08 08:55 수정 2014.05.08 10:57        데스크 (desk@dailian.co.kr)

<기고>국가재난대응시스템의 문제와 해법, 멀리 있지 않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두고 안전당국의 잘못된 관행과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해운회사와 해운당국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이번 사태가 사고 초기의 절대적인 구조 적기에 드러난 선원들의 무책임함, 구조당국의 허술함 및 재난대응당국의 무능함 등이 화를 키운 전형적인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였기에 그렇다.

안전관리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사고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으로 실무에서는 예방, 경감, 대비, 대응 및 복구로 미션을 나눈다. 안전을 위해서는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고 발생한 피해에서 회복하게 하는 경감과 복구 보다는 미연에 사고를 막는 예방이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재난대응시스템은 안전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

하지만 막지 못해 벌어진 사고로 위난에 처한 인명을 구하고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할 안전장치 또한 예방책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상시 적시(適時)·적소(適所)에 적재(適材)·적무(適務)를 통한 대응이 있다면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가 있고 복구에 드는 사회적 비용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전관리에 있어서 대응은 안전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사고 예방과 피해 경감은 규제와 순응, 안전점검 및 시설투자 등으로 이루어진 행정의 영역이나 사고 대응은 이와 전혀 다르다. 현장대응 및 상황관리 인력의 기량과 팀워크를 키우고 현장·지역 및 중앙으로 이어지는 응원(應媛) 태세를 갖춰야 하는 전형적인 위기관리의 영역인 것이다.

재난대응시스템의 결함을 알리는 신호에 주목해야

그러니 이번 사태를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적 재난대응시스템을 만드는 디딤돌로 삼고자 한다면 사고 초기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해경·소방 등 구조당국 간의 엇박자와 재난 콘트롤타워(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무능력, 민간 전문인력의 현장참여 지연 등의 문제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사한 문제들이 서해훼리호 침몰사고(1993.10)와 천안함 폭침사건(2010.3)의 인명구조 과정에서도 있었고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2014.2)를 비롯해 노량진 배수지의 상수도관 공사장 수몰사고(2013.7) 등의 사고·재난 대처과정에서도 불거지곤 했던 터라 재난대응시스템의 근원적 결함을 알리는 신호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구조당국 간 엇박자는 사고지휘시스템(ICS) 정립으로 풀어야

구조당국 간 엇박자는 긴급구조 현장지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6)를 계기로 정부는 '긴급구조대응활동 및 현장지휘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비상시 소방, 경찰, 군 등 현장 대응기관의 활동을 통합적으로 지휘·조정 및 통제할 수단을 갖춘 지 오래되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커 보인다.

육상에서는 소방에, 해상에서는 해경에 긴급구조를 위한 통합지휘권을 둔 이 규칙대로 했다면 해경은 전국 각지에서 출동한 119소방헬기와 대기 중이던 해군의 특수전전단(UDT) 및 해난구조대(SSU) 등과 함께 바로 통합지휘부를 구성해 구조작전을 펼쳤어야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 현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의 구조 현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고 발생 장소에 따라 소방과 해경에게 부여된 긴급구조 통합지휘권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유관기관의 구조 역량을 끌어 모아 ‘골든타임’을 지키는데 쓰라는 것이지 관할권을 들어 유관기관의 구조 자원을 통제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사고현장에 통합지휘소를 설치해 두고 긴급구조기관의 구조 활동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초대형 여객선의 전복 침몰 사고의 초동대응 과정에서 법령이 정한 지휘원칙에 따른 적극적인 구조 및 구조지원 활동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가장 긴요한 순간에 현장 통합지휘체계가 작동하지 못했던 이유를 면밀히 분석해 차제에 사고지휘시스템(Incident Command System, ICS)을 정립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올바른 사고지휘시스템(ICS) 없이는 올바른 대응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지휘시스템(ICS)이란, 공통의 지휘조직 내에 유관기관들의 인력과 장비를 통합하고 표준 용어·조직구조 및 업무절차와 통합통신망, 공통시설 등을 사용하여 긴급구조 등의 대응활동을 체계적으로 지휘할 수 있게 설계된 현장 중심의 표준화된 지휘체계를 말한다.

이 시스템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개발된 것이나 보편성이 있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일상적인 사고와 대형․복합재난 등의 위기상황에서 현장 합동작전을 체계화하는데 사용해왔다. 현장 활동의 목표관리(MBO)로 작전의 효과성을, 지휘, 작전, 기획, 보급지원 및 재무·행정 등 5가지 주요기능을 담은 모듈 조직으로 작전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그러니 이러한 시스템이 현지화(localization)로 변질됨 없이 구축된다면 재난대비 문화의 신기원(新紀元)을 열 수 있겠다.

재난 콘트롤타워(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문제는 재난대응시스템의 문제

재난 콘트롤타워의 무능력 문제는 사고 현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데서 불거졌다. 하지만 재난 콘트롤타워의 문제를 정확히 보려면 재난 콘트롤타워 본연의 기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한다.

세월호 사태 대처과정에서도 보았듯이 재난 콘트롤타워의 기능은 주로 현장상황 파악 및 윗선 보고에 맞춰져 있었다. 이러한 보고위주의 상황대처 관행은 반복돼 온 호우, 태풍, 대설 등 풍수해 대처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자연재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피해예상 지역의 대책본부를 통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대비를 종용하고, 대처상황을 확인하고, 피해에 따라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는 식의 하향식(top-down) 대처를 해왔고 천재지변이란 이유로 피해에 따르는 책임부담도 적었다.

이러할 수 있었던 건 기상특보에 따른 재해위험의 예측가능성, 선제적 조치를 위한 시간적 여유, 시설(토목)직공무원 중심의 전국 네트워크, 장기간의 투자로 이룬 재해대비 정보화시설, 누적된 재해취약 정보 자산, 신속한 피해산정 및 복구비 배정 등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실이나 고의, 기술결함, 기계고장, 서비스 수요의 폭증, 집단행동, 병원체의 확산 등으로 발생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회적 재난은 사고의 원인과 발생장소에 따라 대처방식은 물론 주무부처와 현장 관할기관이 달라진다. 그러니 부지불식간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사고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지키고 피해의 확산을 조기에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관의 역량을 통합하고 융합하여 현장에서 유기적인 팀워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고의 규모와 피해가 클수록 재난 콘트롤타워의 허점도 커질 수밖에 없었고 재난 콘트롤타워의 무능력은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재난 콘트롤타워의 핵심기능은 현장대응을 지원하는 것

이제는 이러한 문제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그 방향은 명확하다. 자연재해를 포함한 모든 사고 상황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원칙을 세우고 현장 중심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마다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세워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반복하며 현장대응 역량과 대응지원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 가운데 다양한 사고와 빈번한 자연재해를 겪으며 모범적인 재난대응시스템을 정립한 미국의 경우를 보면, 주요 사고 유형별로 사고처리 및 인명구조에 전문역량을 갖춘 합동대응팀(IMT)을 지방과 주정부 단위에 편성해두고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투입해 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울러 사고 초기에 각급 정부, 군(軍) 및 민간단체 등이 범정부 합동현장본부(JFO)를 설치해 통합현장지휘소의 대응활동 지원 및 대언론 창구로서 역할을 다 하면서 복구단계로의 전환을 매끄럽게 잇게 하는 점도 돋보인다.

이러한 합동현장본부는 세월호 사고로 설치된 재난 콘트롤타워 및 중앙사고수습본부와는 별개로 진도군청에 즉흥적으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한 사례가 제도화 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현장 중심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갖추려면 모든 위험과 위협을 대상으로 계층적 대응(tiered response)을 하는 상향식(bottom-up) 대응원칙부터 세워야 한다.

상향식 대응이 필요한 이유는 일선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와 특별지방행정기관이 현장 초동대응 역량을 확보해야만 초동대응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는데 있고 이런 원칙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재난 콘트롤타워의 주된 역할은 평상시에 정책과 예산으로 지방의 합동대응팀(IMT) 육성을 지원하고, 정부연습을 통해 그 역량을 확인하고, 현장·지역 및 중앙의 계층별 응원체계를 공고히 하는데 있다.

그리고 비상시에는 합동대응팀(IMT)의 투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계층별 응원체계를 통해 현장의 대응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면서 사고대처과정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환류하여 재난대응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현장 초동대응의 성패, 민·관·군의 자원 활용역량에 달려 있어

민간 전문인력의 현장참여 지연 문제는 방재자원 관리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해난사고의 수중 선체 수색·구난 과정에서 보듯이 잠수구조 능력과 장비 면에서 민간 잠수업체가 해경보다 나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정부 당국은 민간업체뿐만 아니라 군부대의 우수한 자원을 현장 초동대응에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자원관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앞서 사례를 든 미국의 연방비상관리청(FEMA)도 민·관·군의 사고 대응자원을 적시·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자면 각급 정부 간의 응원협정 체결, 응원대상 인력의 자격인증, 자원의 역량에 따른 자원분류, 사고의 수준별 전문대응팀 육성 등의 제도와 사고대응자원 재고관리시스템(NIMS-IRIS)을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필요한 자원을 필요로 하는 곳에 신속히 투입해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인프라를 갖춘 셈이다. 결국 앞에서 언급한 상향식(bottom-up) 대응원칙도, 사고지휘시스템(ICS), 합동대응팀(IMT), 합동현장본부(JFO) 및 계층별 응원체계 등도 자원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고, 제 모양을 갖추고 제 기능을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이러한 선진 외국의 사례는 앞으로 방재자원 관리 제도를 개선하고 현장 위주의 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본보기로 삼기에 충분해 보인다.

시스템의 문제는 제도, 관행 및 의식의 문제

현행의 국가재난대응시스템은 일본의 풍수해대책과 포괄 안보의 개념을 토대로 한 미국의 통합형 재난대비 제도를 부분적으로 차용해 우리나라의 행정관행에 맞춰 각색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시계가 현재시각을 가리키려면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이 제 위치를 잡아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듯이 재난대응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구성요소 하나하나의 역량과 상호관계의 짜임새가 올바르게 유지돼야만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의 기본구성을 보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긴급구조대응활동 및 현장지휘에 관한 규칙' 및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등의 정책에 따른 상황관리 및 현장대응 기구,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인력과 장비, 계획 및 매뉴얼 등이 어우러져 있어 외관상으론 큰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가·사회 및 국민의 안전을 하나로 보는 틀(paradigm)에 대한 몰이해는 안전 정책과 조직의 난맥상을 낳았다. 외국에서 차용해온 재난대비 정책은 아전인수(我田引水) 식 해석과 과도한 현지화로 시작부터 절름발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부처 및 전문가 집단의 이기주의와 할거주의 장벽은 재난대응 조직 간 소통의 문제를 넘어 팀워크의 형성마저 어렵게 하였다. 계급이나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관료들에게 재난대비의 기본덕목인 수평적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공직사회의 폐쇄성은 국민안전에 대한 소명의식을 무디게 하였고 위기대처의 실패에 대한 무책임성을 낳았다. 형식주의와 겉치레 관행에 따른 움직임은 늘 바쁜 듯 보였으나 정작 위기대처 역량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러니 부족한 소명의식과 잘못된 관행, 허술한 제도로 얼기설기 짜인 현행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사고의 규모와 피해가 클수록 그 허점을 더욱 크게 드러낼 수밖엔 없었다.

새 틀엔 포괄 안보개념, 현장 위주의 재난대비 정책 및 올바른 안전문화로 채워야

정부는 세월호 사태로 직면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화로 재난대비에 있어 그간의 악습과 잘못된 관행, 비정상적인 것들을 일소(一掃)하고 국가안전의 비전·미션 및 핵심가치가 내재화된 현장 재난대응 역량을 확보하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정기조에 ‘포괄 안보’를, 국정목표에 ‘현장 중심의 국가재난대비체계 구축’을 두어 국가안전을 위한 국정철학부터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재난대응시스템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 동력이 생기고 안전관리체계의 난맥상과 관료 조직의 저항을 뚫고 개혁의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글/이응영 소방방재청 행정사무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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