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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가족 남더라도 팽목항 떠나지 않겠습니다"

  • [데일리안] 입력 2014.05.21 10:58
  • 수정 2014.05.21 14:49
  •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인터뷰>실종자 가족들 곁을 지킨 조성래 재난구호 이사장 부부

"가족들 지켜달라는 부탁은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

“제발, 두 분은 떠나지 마세요. 끝까지 우리 곁에 있어주세요.”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실종자 구조작업이 이어진 진도 팽목항에는 분노와 슬픔, 절규로 신음했던 수백명의 피해자 가족들이 다녀갔다. 이제 팽목항에 남은 피해자 가족들은 불과 수십여명.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심신은 속절없이 타들어가지만 차디찬 바다 속에서 잠긴 혈육이 ‘이제라도 돌아올까’ 잔혹한 희망고문을 되새기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다. 그리고 그들 곁에는 줄곧 조성래 한국재난구호 이사장과 부인 김진실 씨가 있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6일 세월호 발생 직후부터 팽목항에서 상주하며, 매일 약 500명 이상의 실종자 가족과 민관군 봉사자들에게 순두부와 두유를 직접 만들어 제공해 왔다. 그 과정이 고스란히 몸에 새겨진 듯 9일 만난 조 이사장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졌다.

세월호 침몰참사 24일째인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재난구조 긴급구호봉사단 조성래 이사장과 부인 김진실 씨.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세월호 침몰참사 24일째인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재난구조 긴급구호봉사단 조성래 이사장과 부인 김진실 씨.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 이사장은 “재난 현장에서는 가장 필요한 것이 먹을거리”라며 “특히 이번 경우, 피해자 가족들이 대체로 식사는커녕 물조차 먹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메뉴선정에 더욱 고민이 많았다”고 말문을 뗐다.

그는 “그러던 중 지난해 안전행정부로부터 제공받은 순두부기계가 생각났다”며 “그동안은 저 기계를 활용해 노숙자들에게 무료식사를 제공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 음식섭취가 힘든 피해자 가족들에게 따끈한 두유나 그걸 응고해 순두부를 드시게 하면 좋겠다 싶어서 매일 새벽 5시마다 두유를 생산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사고 발생 초기만 해도 이들 부부를 바라보는 피해자 가족들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했다고 한다. 정부와 언론, 해경, 그리고 선사에 대한 가족들의 불신과 분노는 자원봉사자들에 행동에도 주의가 필요했던 셈이다.

조 이사장은 “처음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었다”며 “여기저기서 싸움만 이어지고 누구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한 달이 넘도록 항상 팽목항에 머물며 피해자 가족들을 몸과 마음으로 돌보는 이들 부부의 진심이 통하면서 서로 간의 교감이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부부는 세상의 그 어느 아픔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을 목도하며 가족들과 함께 울고, 위로하고, 또 격려했다. 기자 역시 이들 부부를 통해서나마 피해자 가족들의 상황을 직간접적 접할 수 있었다.

현재 피해자 가족들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벌컥 눈물부터 쏟아낸 김진실 씨는 “마음 아프지 않은 사연이 하나도 없다”며 목이 메었다. 잠시 숨을 고른 김 씨는 “그 중 얼마 전 하나밖에 없는 고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찾게 된 한 엄마가 팽목항을 떠나기 전 우리를 찾아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한없이 울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 씨는 “특히, 아직도 실종된 혈육을 찾지 못한 가족들이 점차 현장에서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다 떠나도 이사장님(부부) 만큼은 꼭 함께 있어달라’ ‘제발 가지 마시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픈 점”이라고 했다.

조 이사장도 “이분들이 이렇게 말하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잊혀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며 “이들은 자칫 구조작업이 장기화 될 경우 누가 자신들을 끝까지 보호해줄 수 있는지, 국가가 정말 책임지고 실종자를 구조해 줄 수 있는지 모든 것이 두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구조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대화할 수 있는 온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말대로 최근 팽목항 현장은 마치 텅 빈 공터와도 같았다.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팽목항 대합실을 중심으로 300여 미터가 넘는 길목 양편에 설치된 임시텐트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이제는 그것의 20%도 되지 않는 사람들만 남아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이 사라진 공간에는 남은 자들의 시린 한숨만이 자욱할 뿐이다. 조 이사장의 말대로 이들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진심어린 위로와 온정이 절실해 보였다.

세월호 침몰참사 24일째인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자원봉사단체들의 천막들 가운데 한국재난구조 긴급구호봉사단 천막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세월호 침몰참사 24일째인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자원봉사단체들의 천막들 가운데 한국재난구조 긴급구호봉사단 천막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0년간 국내 재난현장 구조시스템 개선되지 못해”

이들은 또 매번 큰 재난사고를 겪고도 조금도 개선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재난구조시스템과 언론의 재난보도 문제점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두 사람은 1995년 한국재난구호 창립 이후 삼풍백화점 붕괴, 미국의 카트리나 사태 등 국내외 재난현장마다 즉시 파견, 긴급구조 및 구호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20년간 구조활동을 하면서 바라본 우리나라의 재난구조시스템은 여전히 그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했다.

조 이사장은 “종종 기자들이 한국의 구조시스템이 개선된 점이 있느냐고 묻는데 ‘개선’이라는 말 자체도 쓰고 싶지 않다”며 “개선이란 말 속에는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전재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대부분 (자연)재난사고는 최소 사고발생 30분 전에는 모두 파악이 돼야 한다”며 “실제로 지난 2005년 카트리나 참사로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 전역에 재난 예고보도가 곧바로 터져 나왔다. 이때 모든 사람들이 속전속결로 짐을 싸 대피하는 움직임을 봤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또 “그것을 보면서 미국인들이 얼마나 재난사고 대책과 관련해서 얼마나 정부와 언론을 신뢰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그들은 정부의 판단과 언론의 보도가 진실하다고 믿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실종자 가족들 대부분 언론이 진실을 왜곡해 보도한다며 언론에 ‘언’자만 나와도 분개한다”며 “(언론과 실종자 가족 간) 벽이 굉장히 크다. 언론이 보다 신중하게 이들의 사정을 세심히 듣고, 그들이 정말 하려는 말을 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결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위로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아마 세월호 사태와 관련, 향후 더 큰 문제들이 사회 곳곳에서 소용돌이처럼 더 일어날 것”이라며 “이번 참사를 제대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실종자를 찾는 것이 끝이 아닌 시작점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가족들에 대한 심리치료만 부각해서 논의하곤 하는데 결코 이들이 짊어질 슬픔은 그것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이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을 얘기하고, 표출하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동반돼야만 이들의 상처가 조금씩이나마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끝까지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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