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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가 구조보다 의전 요구? 녹취록 의도된 편집


입력 2014.05.15 00:59 수정 2014.05.15 01:02        윤정선 기자

안행위서 공개된 녹취 중략부분엔 구조인력 언급

"적어도 구급차 10여대 헬기도 11대 거기 있어요"

14일 국회에서 열린 안행위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사진 왼쪽)과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연합뉴스 14일 국회에서 열린 안행위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사진 왼쪽)과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연합뉴스

해경 : "지금 바빠서 끊어야..."

119 상황실 : "잠깐만요. 우리 팀장님 좀 바꿔드릴게요."

119 상황실 팀장 : "팽목항으로 일단은 중앙부처에서 온다는데 어떻게 하죠?"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119 상황실과 해경의 긴박했던 통화내용이 국회 안행위에서 공개되면서 구조보다 의전을 신경 썼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실은 의도적인 편집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데일리안'이 입수한 통화내용 전문을 보면 119 상황실과 해경은 구조자의 팽목항 이송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해경의 '구조'와 119의 '환자 이송' 사이에 갈등이지 '의전'은 어디에도 없다.

14일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6일 119 상황실과 해경 통화내용을 공개하면서 "(이 통화가) 구조를 위한 게 아니다"면서 고위관계자 앞에 구조된 사람을 보여주기 위해 119 상황실이 해경의 구조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의전' 때문에 '구조'가 방해됐다고 정리했다.

진 의원이 공개된 통화내용을 보면 119 상황실은 16일 오전 10시34분 서해지방경찰청에 전화해 "보건복지부랑 중앙부처에서 지금 (진도로) 내려오고 있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서 못 간다"며 "팽목항으로 일단은 중앙부처에서 온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해경은 "높으신 분이 서거차도로 오든 팽목(항)으로 오든 저희는 모르겠고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 게 우선 아닙니까"라고 따졌다.

10분이 지난 뒤 또 다른 통화에서도 119 상황실은 "중앙정부에서 (팽목항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 다 붕 뜨게 된다"며 해경을 압박했다.

공개된 내용만 보면 119 상황실이 말한 '보건복지부'와 '중앙부처' 그리고 해경이 언급한 '높으신 분'이라는 단어는 구조와 동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구조보다 의전에 더 치중한 모습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화 내용을 보면 119 상황실이 언급한 보건복지부와 중앙부처, 중앙정부는 높으신 분과 거리가 멀다. 이 부분은 진 의원실에서 '중략'으로 뺀 부분이다.

해경 : "지금 많이 바쁘니깐 죄송합니다."

119 상황실 : "중앙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버리면 어떻게 해요. 다 붕 뜨게 된단 말이에요."


해경 : "그러면 구급차 몇 대입니까?"

119 상황실 : "적어도 10여대. 구급차 10여대, 헬기도 11대가 거기 있어요."


'데일리안'이 입수한 통화내용 전문에 따르면, 119 상황실에 '중앙정부에서 집결하고 있다'는 말에 해경은 "그러면 구급차 몇 대입니까"라고 묻는다. 중앙정부에서 오고 있다는 게 의전해야 할 대상이 아닌 구급차를 포함한 구조인력과 장비로 해경도 알고 있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오전 10시39분 119 상황실은 해경에 "지금 보건복지부 쪽에서 팽목항으로 의사 등 인력 집결 중인데 지금 모든 환자를 서거차도로 보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119 상황실이 말하는 보건복지부는 고위공무원이 아닌 의료진이라는 설명.

구조로 정신없는 해경은 "어느 병원으로 갈 것인지 우리가 파악을 못하고 있다"며 질문과 동떨어진 대답을 내놓는다.

이에 다시 119 상황실은 "보건복지부 말로는 사람들이 나오면(구조되면) 병원갈 사람은 병원에 보내고, 안 갈 사람은 처치하고 그런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 많은 인원이 못가기 때문에 어쨌든 구급차로 이송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진다.

통화가 끊어진 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119 상황실은 다시 전화를 걸어 "서거차도에서 다시 이송할 방법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해경은 "그건 나중에 인명 구조가 우선이니까 그건 나중에 나중 일이다. 지금 많이 바쁘니까 죄송하다"고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다급한 상황에서 119 상황실과 해경은 계속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유는 뚜렷하다.

119 상황실은 병원도 없는 서거차도에서 구조자를 치료하는 데 제한적이고 헬기로도 육지까지 옮기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육지(팽목항) 이송을 계속해서 묻고 있다. 반대로 구조가 시급한 해경은 환자 이송을 떠나 가까운 서거차도에 구조자를 실어 나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진 의원은 이 부분을 생략해서 공개했다. 누가 봐도 의전이라기보다 구조 과정에서 119 상황실과 해경이 서로의 역할을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다. '의전 때문에 구조가 늦어졌다'는 틀을 씌어 반정부 비판으로 몰고 가기 위한 의도적 편집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119는 구조인력을 '중앙부처'로 부르고, 해경은 '높으신 분'으로 이해

해경이 통화 중 말한 '높으신 분'도 119 상황실의 말을 잘못 이해해서 생겼다.

119 상황실에서 '중앙부처'를 언급하자 해경이 "높으신 분이 문제가 아니라 구조하는 게 우선"이라고 따진 이후에도 119 상황실은 몇 차례 더 중앙부처와 중앙정부를 언급한다.

오전 10시50분께 119 상황실은 해경에 전화해 "헬기가 전국에서 11대 정도 동원됐고, 구급차 열 몇 대, 인근에서 헬기에 급유할 유조차 등 모든 인력장비, 소방과 통보된 모든 유관기관도 팽목항 그쪽으로 집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해경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중앙부처'를 언급하며 "중앙부처에서 전부다 팽목항으로 집결 중인데 (구조자가) 서거차도에 그대로 있으면 다 발목이 묶인 상태가 되지 않냐"며 구조자를 팽목항으로 옮길 것을 권유한다.

결국 119 상황실이 해경에 구조자를 서거차도에서 팽목항으로 옮기라고 말한 것은 의료팀이 있는 곳으로 이송하기 위해서로 해석될 수 있다. 119 상황실이 고위관계자 앞에 구조된 사람을 보여주기 위해 팽목항으로 이송시켰다는 진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것.

중앙부처라는 단어도 구조인력과 장비를 언급한 것이지 진 의원이 말한 고위관계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소방방재청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사고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인 팽목항이 환자응급처치와 헬기이송에 적합한 지역"이라며 의전 때문에 세월호 구조를 방해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팽목항으로 집결한 중앙차원의 사람은 보건복지부 재난의료팀, 중앙구조본부 구조팀으로 의전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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