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평생 교육자 재산으로 42억 충당? 이상한 교육감


입력 2014.06.10 08:32 수정 2014.06.10 18:08        김지영 기자

교육감후보 정당보조금, 후원금 활용 못해

경기도 교육감 후보 7명 중 4명은 빈털터리로

지난 4일 실시된 교육감 선거가 진보진영의 완승으로 끝난 가운데,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은 최근 이를 위한 헌법소원 추진을 공언했고,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도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교총은 지난 5일 성명에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면서 “나아가 교총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 정신에 부합치 않는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정부에 대해서도 “(직선제 폐지에) 적극 나서길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여기에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9일 당 비대위회의에서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과도한 선거비용, 끊이지 않는 비리, 후보자 인지도 부족으로 인한 ‘로또선거’, 검증 미흡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번에는 야당이 이 문제를 직시하고, 조기에 이 문제를 고치는 노력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교육감 후보 7명 중 4명은 빈털터리로

교육감 선거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는 교육자를 뽑는 선거가 ‘돈선거’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교육감 후보가 지출할 수 있는 법정 선거비용은 광역단체장 후보와 같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7개 광역단체장 후보의 법정 선거비용이 평균 14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가운데,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는 법정 선거비용이 각각 37억3000만원, 41억700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교육감 후보가 광역단체장 후보와 비교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 적다는 점이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정당 선거보조금과 개인 자산, 후원회 기부금 등을 선거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교육감 후보자는 최근 1년간 당적을 보유하고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모든 자금을 개인이 조달해야 한다.

22일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서울 광화문 인근 거리에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상면, 고승덕, 조희연, 문용린 후보의 선거벽보가 붙어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2일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서울 광화문 인근 거리에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상면, 고승덕, 조희연, 문용린 후보의 선거벽보가 붙어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특히 정치자금법 제32조 2항은 교육감·교육위원을 선출하는 일에 있어서는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감을 예로 들면, 41억7000여만원에 달하는 돈을 자산이나 펀드로 충당해야 한다. 펀드의 경우,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후보자는 그야말로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현행 선거법은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일 때 선거비용의 전액, 10% 이상 15% 미만일 때 선거비용의 절반을 국고로 보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생을 현장에서 보낸 교육자들은 정작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신 후보자 중 교원 경력이 없거나 짧은 자산가나 정치인 출신의 교육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교원 경력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고승덕 변호사다.

이와 관련, 주 의장은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은 1인당 평균 38억5800만원, 경기는 40억7300만원을 썼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고도 선거에서 지면 패가망신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며 “실제 2010년 선거에서 74명의 후보가 1인당 평균 4억6000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서울에서 1명, 부산에서 4명, 광주에서 3명, 대전에서 1명, 경기에서 4명 등 13명이 선거비용을 한푼도 보전받지 못했다. 득표율 15% 미달로 선거비용의 절반만 보전받은 후보자도 대구 1명, 대전 2명, 울산 1명, 경기 1명, 충북 2명, 전북 2명, 전남 1명, 제주 1명 등 모두 11명에 달한다.

교육적 이념이나 정책이 다름에도 선거를 앞두고 각 진영 후보들이 단일화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도 이 같은 이유가 있다. 단일화 없이 한 선거구에 10명의 후보가 출마한다고 가정하면, 소수 후보에게 표가 쏠리거나 득표율이 나뉘어 절대다수가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교육감 선거에서는 정당의 경선처럼 다수의 후보자를 정리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본인의 소신에 따라 독자노선을 걷는 후보는 단일후보에 밀려 뜻을 접거나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책·이념 관계없이 유명하면 ‘장땡’

이와 함께 교육감에게 주어진 막대한 권력을 둘러싼 비리와 후보자의 인지도 부족으로 인한 ‘로또선거’도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로 지적된다.

주 의장은 “2010년 이후 취임한 교육감 18명 중 무려 절반인 9명이 수사를 받거나 감사원에 적발됐다”면서 그 배경으로 인사권을 지목했다. 주 의장에 따르면 충남의 경우, 도지사가 3800명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지만, 교육감은 무려 2만2000명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음에도 견제받지 않는 상태다.

여기에 인지도가 높은 후보, 투표용지에서 앞번호에 있는 후보가 득표율이 높은 ‘로또선거’도 시정돼야 할 관행이다. 지난 2010년 선거까지 기호 1번을 배정받은 후보가 유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순환 배열식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인지도 부족으로 인한 깜깜이 선거는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 따른 문제점 중 하나가 전과자의 유입이다. 교육감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검증도 소홀해지는 것이다. 실제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들 가운데에는 폭행, 뺑소니,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3차례 실형을 선고받은 전과자도 있다.

한편, 국제적 추세를 보면 교육선진국이라는 일컫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교육감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36개주에서 임명제를, 14개 주에서 직선제를 각각 채택하고 있다.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핀란드 등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들도 대부분 교육감에 한해 임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