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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아파트 밑 지나가면 하늘에서 X 떨어진다고?


입력 2014.07.20 10:07 수정 2014.07.21 17:59        김소정 기자

양수장 시설 열악해 대변 비닐에 담아 창밖 투척

소식통 "스키장보다 주민용 아파트는 부실덩어리"

지난 5월 13일 북한 평양의 평천구역에서 2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붕괴돼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사고 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하면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고위 간부들이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는 18일 오후 보도시간에 관련사진들을 내보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3일 북한 평양의 평천구역에서 2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붕괴돼 대형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사고 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하면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등 고위 간부들이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TV는 18일 오후 보도시간에 관련사진들을 내보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지난 5월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동의 23층 아파트가 붕괴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한국을 비롯해 영국의 민간단체에도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최근 전해졌다. 거절 이유는 사고가 발생한 시기가 상당히 지난 데다 지원을 요청한 북한 단체의 신뢰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주민 300여명이 사망한 이번 사건 이후 북한 당국은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을 내세워 공개 사과했으며, 공사 책임자 3명을 공개처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사실 북한에서 고층아파트에 사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에서 잇따라 고층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오직 ‘속도 보장’만을 요구하는 현 정권이 불러온 비극”이라며 “건설할 때부터 철근과 시민트 등 자재를 빼돌리고 충분한 콘크리트 양생을 하지 않아 고층아파트에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고층아파트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대응하기 위해 개최한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기념해 광복거리를 조성하면서부터다. 하지만 평양도 기본적으로 전기가 부족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데다 물을 퍼올리는 양수장 등 후생시설이 열악해 화장실 이용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에 붕괴사고가 난 평천구역 아파트나 광복거리 아파트에도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한다”며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간부들은 고층아파트 배당이 되더라도 이런 저런 방법으로 입주를 거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내에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고층아파트 지하에는 돈이 없는 빈민들이 사는 세대가 있다고 한다. “아파트 지하주택에라도 살기 위해서는 어김없이 보안부에 뒷돈을 주고 그나마 ‘임시 입사증’을 받아야하지만 장마철이 돌아오면 절반까지 물이 차오르는 난리를 겪으며 주민들이 임시로 윗층 복도로 짐을 옮겨 그곳에서 숙식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사실 김정은 정권 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해온 마식령스키장과 승마장 건설에 건설부대와 자재들이 몰리면서 한때 김정일이 추진하던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중단된 일이 있다. 그러다가 주민들 사이에 불만이 고조되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아파트 건설에 속도를 내다가 지난 아파트 붕괴사고도 발생했다.

하지만 10%도 안되는 고위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스키장이나 물놀이장을 지을 때보다 주민들이 살 아파트 건설은 그 과정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북한에서 아파트를 건설할 때 벽체나 층간에 대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설계대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소식통은 “설계에는 12㎜ 이상의 철근을 사용하도록 하지만 실제로 10㎜가 안되는 낡은 철근이 사용되고 있으며, 시멘트와 모래, 자갈 혼합 비율도 4대4대2로 정해져 있지만 대개 3대5대2 비율로 섞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특히 김정일 시기에 상징적으로 건설한 광복거리의 아파트도 급하게 건설하다보니 양수장 등 후생시설이 변변치 않아 집에서 화장실 이용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아예 대변은 종이나 비닐봉지에 싸놓았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창밖으로 던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똥세례를 맞지 않으려고 아파트 아래로 다니기를 꺼리고 거리에도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말했다.

게다가 겨울에는 아파트 집안이 벽에 성애가 어리는 냉장고로 변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난방관에 온수를 못 넣다보니 추운 날씨에 얼어서 터지니까 냉수라도 넣어 순환시키면 집안에서 동상환자가 나올 정도”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전에 평양 락랑구역에서도 20층 아파트 두 개 동이 동시에 붕괴되면서 건설에 동원됐던 군인 500여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인명피해사고가 날 때마다 당국은 유언비어로 몰면서 피해보상은 물론 오히려 피해자 가족들을 불러 국가를 위해 자식들을 바쳤다고 생각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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