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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바꾸겠다" 접근한 북 주민중 절반이 스파이


입력 2014.08.05 09:17 수정 2014.08.05 16:21        목용재 기자/하윤아 기자

<중국 감옥서 돌아온 북 반체제 조직 육성 3인 인터뷰>

김영환 "남북한 통일 장벽은 이념 아닌 문명의 격차"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2012년 7월 20일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과 북한인권운동가 3인이 114일 간의 중국 억류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들은 북중 접경 도시로 나오는 북한주민들을 교육시켜 다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등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다가 '국가안전위해죄'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북한인권운동을 벌이다가 억류돼 고초를 겪었지만 이들의 북한인권운동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데일리안'은 북한인권운동가들의 무사귀환 2년을 맞이해 이들이 북한인권운동을 벌이면서 겪은 고초와 어려움을 재조명하고 향후 이들의 북한 사회변화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남북한 통일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이념과 체제의 차이가 아닌 문명의 차이다. 앞으로 우리는 남북 간 문명의 차이를 최대한 좁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2012년 3월, 중국에서 북한인권운동, 북한민주화를 위한 사업을 벌이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북한인권운동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고문을 감수하며 묵비권을 행사 했다. 조직을 사수하려는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내 북한민주화 조직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구축해 놓은 중국 내 조직이 한 순간에 무너졌고, 김 위원조차 중국으로부터 '영구추방'돼 북중 접경지대에서의 사업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남한에서 남북통일 방안과 북한인권, 북한민주화를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성남 모처의 카페에서 만난 김 위원은 2년 전 중국 당국의 고문 후유증은 찾아볼 수 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올해 8~9월 즈음에 우리가 15년 동안 중국에서 활동했던 내용을 담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고 11월에는 북한체제의 본질과 대북정책에 대한 나의 통일담론을 담은 책을 낼 계획"이라는 김 위원의 첫 마디는 그가 북한민주화 운동과 통일을 위한 활동에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2년 전 전기고문을 겪는 등 고초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그의 남북통일과 북한민주화에 대한 꿈은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김 위원은 "남북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체제와 이념의 차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문명적 차이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북한은 과거 독특한 체제를 유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북한의 체제는 이미 무너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계획경제가 망가졌고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면서 "북한 공작원, 보위부원, 탈북자, 무역회사 일꾼 등 많은 북한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북한은 이념도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 위원은 남북이 근현대사에서 문명적 공유를 한 시간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 남북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동·서독의 경우 150여 년 간 근대문명을 함께 건설했던 과거가 있지만 남북의 경우 구한말-일제강점기로 넘어가면서 정상적인 근대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곧바로 6.25전쟁이 발발했다. 이후 남북이 갈려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문명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북한에 기술을 전수하고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서 소득을 끌어올려도 북한의 문명은 결코 빨리 발전할 수 없어 남북 간 괴리감이 커질 것"이라면서 "남북 문명통일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한 사회 내에서 '흡수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하루속히 제거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북통일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흡수통일뿐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은 "흡수통일이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남한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현실적인 통일 방안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결국 우리는 흡수통일을 준비하고, 이에 따라 국민들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권운동가 접촉하는 북한주민 절반은 보위부 스파이"

김 위원은 2년 전 귀국한 후, 북한체제 붕괴 가능성에 대비한 통일방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5년 간 중국 내 북한인권활동가들의 활동 내용들을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 내 북한 주민들에 대한 계몽사업에 미련이 남는다는 의미다.

그는 "중국으로 나온 북한주민들 가운데 교육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북한 보위부의 스파이들을 걸러내는데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북한인권운동가들은 교육대상자들을 선정할 때 '북한민주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식을 가진 북한 주민들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북한 보위부 스파이들은 이 같은 점을 이용해 북한인권운동가들에게 접근하고 암살·납치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렇게 "북한사회를 개혁하겠다"며 북한인권운동가들에게 접근하는 북한 주민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보위부 스파이라는 것이 김 위원의 설명이다.

김 위원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 (교육대상으로) 가장 좋지만 절반이 스파이다"라면서 "우리를 찾아다니면서 '북한 내부에 소규모 조직을 만들어놨다. 당신들과 연계하고 싶다'며 접근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상당수가 스파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스파이들도 고도로 훈련 받은 후 우리에게 접근하기 때문에 우리도 이중 삼중으로 북한 주민들의 신분을 검증해왔다"면서 "북한 내부의 인맥을 통해 우리에게 접근한 사람이 누구인지,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꼭 거쳤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 위원은 스파이들로부터의 위협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북한인권운동가들에게 '체력훈련'도 병행시켰다고 전했다. 납치 등의 위협적인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놔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가스총도 구비해 소지하고 다녔다는 후문이다. 여성 활동가의 경우 립스틱으로 위장된 가스총으로 신변을 보호했다.

김 위원은 "상대가 스파이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훈련은 기본이고 체력훈련도 늘 시켜왔다"면서 "위기 상황 시 도주해야 할 체력이 필요했고 납치를 시도하는 상대에 대항할 힘도 길러야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인권운동에 대해 차가운 시각을 보내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졌지만 여전히 북한인권은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북한인권운동가들을 '과격분자'로 보고 멀리하려는 시각을 느끼고 있다고도했다.

김 위원은 "정부가 북한인권운동가들에 대해 과격하다고 평가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의 대북전략은 다양한 것을 수용해야 하는데 우리를 지나치게 멀리하려고 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처우 개선, 활동영역 확대를 위해 정치권에 진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두 정치권에 진출할 필요는 없지만 정치권에 진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그런 생각이 조금씩 터지고 있지만 꾸준히 정치권으로 진출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제가 정치권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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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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