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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내 탈북자들, 북 가족에 "나오면 개고생"


입력 2014.09.05 08:29 수정 2014.09.05 09:19        하윤아 기자

<긴급진단-탈북자 급감하는 이유③>기획 탈북 말려

탈북자 30% 일용 노동자, 경제 사회 부적응 심각

탈북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탈북자수는 2914명으로 역대최고점을 찍었다. 2011년 탈북자수도 2706명으로 높은 숫자를 유지했지만 2012년에 들어와 탈북자 숫자는 1500명대로 역대 최고치의 절반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렇게 떨어진 탈북자 숫자는 최근까지 1500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탈북자가 급감한 것은 김정일의 사망, 김정은 정권의 출범 시기와 그 맥을 같이한다. 지도자 교체로 인한 북한의 정치·사회·경제 등 다방면의 변화상이 북한주민들의 탈출을 억제하고 있다. ‘데일리안’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탈북자 숫자가 급감한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통한 북한사회의 변화상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

한 여성탈북자가 대북 관련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북한내 자신의 고향을 가리키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 여성탈북자가 대북 관련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북한내 자신의 고향을 가리키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남한에 괜히 왔다.”
“거기가면 막노동이나 해야 되잖아요.”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국경 통제가 강화되고 중국의 강제북송 정책 또한 이어지고 있다는 탈북자 감소의 외부적 요인과는 별개로 남한 내 탈북자들이 정착 과정에서 실제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 부적응 등이 북한 내 주민들에게까지 전해지면서 탈북을 꺼리는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상당수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그냥 북한에 남아라"라고 권유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눈초리는 여전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으로 남한으로 내려왔지만 실제 현실은 기대했던 것만큼 녹록지 않았다는 게 남한 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지난 2월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발행한 ‘2013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동향’의 탈북자 직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남한 내 탈북자의 과반수 이상인 57.0%(일반 국민 33.8%)가 기계·조작·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반면, ‘전문·기술·행정 관리자’의 비율은 7.3%(일반 국민 21.8%)에 그쳤다. 남한 내 탈북자와 일반 국민의 해당 직업 간 비율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인 것.

이밖에 남한 내 탈북자들의 29.1%는 일용직 노동자(일반 국민 6.4%)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돼 탈북자 10명 중 3명이 변변한 직장 없이 하루벌이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은 음식점에서 시간제 혹은 일당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은 건설 현장이나 중소 제조업체에서 차량 운전이나 단순 노무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탈북자들의 월 개인 소득을 살펴보면, 월 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00만원 이하인 탈북자는 전체의 40.8%였고, 101~150만원 이하가 34.7%, 51~100만원 이하가 24.6%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신효선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은 “매년 관련 조사를 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보다 탈북자들의 평균 급여가 확실히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누구나 그렇겠지만 소득에서 차이가 있으면 탈북자들은 더욱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신 연구원은 "직장 내에서 북한사람이라고 해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도 있고, 사회 속에 섞이는 문제에서도 편견이 있어 탈북자들이 스스로 문을 닫는 경우 많다"고 덧붙였다.

목숨을 담보로 남한 땅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감내해야 할 것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와 관련,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탈북자 수가 급감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여기(남한)에 와서 마땅히 할 게 없다는 것이다”며 탈북자들이 남한 내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이 탈북자 급감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북한에서도 남한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는데 드라마에서는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상당히 화려하게 보인다”며 “그러나 막상 와보면 힘든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니까 기대가 확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들어온 한 탈북자도 ‘여기 괜히 왔다’고 했다. 그곳(북한)에 있으면 그래도 부자는 아니더라도 고향에는 다 아는 사람들이니 잘 지낼 수 있는데 남한에 오면 또 새롭게 시작해야 되지 않느냐"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돈도 많이 못 벌고 힘든 일만 하고 (탈북자들이) 여전히 남한 사회에서 소외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같은 상황과는 달리 일부 전문가들은 남한 내 탈북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다’며 북한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을 끌어들이는 ‘기획탈북’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지금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들 대부분은 북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 데리고 들어오려고 한다”며 “최근 탈북자도 보면 대다수가 국내에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 남한 내에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사무국장은 “연동되지 않은 사람들은 남한으로 들어오기가 매우 힘들다”며 “그렇게 북에서 온 탈북자들이 처음 남한에 정착할 당시에는 적응을 못하거나 힘들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해 몇 년 후에는 곧잘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도 “탈북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남한에서 사는 게 힘들고 짜증스러워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각보다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만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소장은 “최근 남한 내 가족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끌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며 “이미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도 기획탈북이 있었지만, 그 비율이 계속 올라가 전체 탈북 유형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 역시 “2000년도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남한에 정착한 가족들이 돈을 보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며 “남한 내 가족들의 경제적인 지원이 (탈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탈북부터 입국까지의 기간이 짧아진 점을 언급하며 “남한에 정착한 가족들이 돈을 보내는 등 경제적으로 지원으로 탈북자들이 제3국에 체류하는 기간이 점차 줄어들어 단기간에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2013년 12월 18일부터 2014년 1월 8일까지 3주간동안 실시한 ‘2013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동향’ 조사는 2013년 12월 기준 국내거주 탈북자 2만 3986명을 모집단으로 신뢰도 95%에 오차율±5%로 표본을 추출, 총 390명의 탈북자들 대상으로 전문 조사원의 전화조사와 일대일 대면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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