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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도 국민도 외면한 새정연, 거리 나간다한들...


입력 2014.08.26 17:29 수정 2014.08.26 18:01        이슬기 기자

세월호 유족들 여당과 직접 대화 뻘쭘해진 야당

강경파에 떠밀려 투쟁 선언했지만 무능함만 노출

고착상태에 빠진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유가족이 참여하는 여야 3자협의체 수용을 촉구하며 국회일정을 중단하고 강경투쟁에 나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3자 협의체 수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고착상태에 빠진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유가족이 참여하는 여야 3자협의체 수용을 촉구하며 국회일정을 중단하고 강경투쟁에 나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3자 협의체 수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정국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역할이 궁색해졌다. 그간 새정치연합을 통해 목소리를 내던 세월호 유가족이 “무능한 야당을 못 믿겠다”며 전면에 나섰고, 이에 설 자리를 잃은 새정치연합이 강경노선으로 방향을 튼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은 26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앞서 전날 의총을 통해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국회 예결위장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한 새정치연합은 결의대회 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모여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규탄결의대회를 진행,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아울러 문재인 의원은 광화문 단식장에서 “유민아빠를 살리자”며 단식 7일째에 접어들었으며, 정청래 의원도 “유민아빠의 뜻을 이어받자”는 피켓을 세우고 단식 농성에 동참하는 등 점차 거리로 시선을 돌리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유가족의 대변자 역할을 해왔던 새정치연합이 유가족의 신뢰를 잃으면서, 세월호 정국 내 위치 선정이 궁색해진 탓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과 김병권 가족대책위원장, 김형기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 등은 지난 25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을 만났다. ‘새누리당과 진정성 있는 만남을 원한다’던 유가족의 요구를 받아들인 첫 회동이었다.

가족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과 △여·야·유가족으로 이뤄진 3자협의체 구성을 촉구하며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새누리당의 전향적 입장 변화를 요청했다. 이는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있기 한참 점인 지난달 초부터 이미 가족대책위가 요구해왔던 사항들이다.

이에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유가족과 다시 만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대변인도 만남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구체적인 얘기가 진행된 건 거의 없지만, 서로 오해와 불신이 쌓여 있었다는 현실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며 “신뢰 회복 차원에서 서로 껄끄러운 부분까지 이야기 했으며 몇 차례 더 만나며 풀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양 측은 오는 27일 오후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간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국정조사 초기였던 지난 5월부터 유가족이 원하는 증인 채택을 강하게 요구하는 등 상당 부분 유가족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였던 김현미 의원과 세월호특별법 TF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 등을 비롯해 특위 소속 위원들도 유가족과 접촉하면서 새누리당은 물론 야당에게도 유가족의 입장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여당과의 협상 결과가 시원치 않음에도 유가족이 새정치연합에 힘을 실어 줬던 이유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두 차례의 원내대표 간 회동을 비롯한 일련의 과정에서 당내 계파 분쟁과 독단적 결정 등의 모습을 보였고, 유가족의 신뢰를 잃게 됐다.

앞서 박영선 원내대표는 1차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대신, 진상조사위를 5:5:4:3(여야 각 5명, 대법원과 대한변협 4명, 유가족 3명)의 비율로 구성하는 합의안을 내놨다. 문제는 유가족의 사전 동의나 충분한 설명 없이 합의를 진행, 유가족은 물론 당내 강경파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재협상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이 진상조사위의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에 대해 ‘절대 불가’를 선언하자 박 원내대표는 특별검사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 국회가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몫인 2명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얻어 추천하는 등의 재합의안을 내놨다.

이에 유가족은 “특검추천위원에 여당 인사가 들어갈 경우, 사전 동의 조항이 있다 해도 시간을 끌거나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여당 인사는 전원 빼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이날 유가족의 의견을 수렴하던 전 의원은 원내대표 간 갑작스런 ‘재합의’ 결과가 나오자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를 두고 고성까지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변인도 새정치연합 의총 중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국 말만 바꾼 조삼모사 합의”라며 “더 이상 안 속는다. 이 합의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결국 새정치연합은 ‘추인 유보’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박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가족 총회 전 유가족과 면담했으나 “야당이 한계가 있으면 빠지라”, “(박 원내대표에게)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면박을 받은 채 돌아서야 했다.

한편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치역사상 야당이 사라져버린 상태”라며 “야당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세월호 유족하고 새누리당이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그러면 정치에서 야당은 없어진 것”이라며 “앞으로는 간접민주주의가 아니고 직접민주주의 하겠다, 국회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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