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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덕수용소 폐쇄까지...북인권NGO의 '눈물겨운 분투'


입력 2015.01.08 08:54 수정 2015.01.08 08:59        하윤아 기자

<특별기획 북 인권 유린의 상징 정치범수용소 대해부③>

국제사회 대북 압박·결의안 채택, 북인권단체의 결실

2013년 3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ICNK 대표단과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단,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서포터즈 학생 4인 등 12명의 NGO활동가들이 북한 대표부 앞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날 NGO활동가들은 '유엔 조사위원회 조사를 수용하라!',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라!', '고문 및 비인간적 처벌을 중단하라!', '납북자를 즉각 송환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진행했다.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2013년 3월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ICNK 대표단과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단,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서포터즈 학생 4인 등 12명의 NGO활동가들이 북한 대표부 앞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날 NGO활동가들은 '유엔 조사위원회 조사를 수용하라!',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라!', '고문 및 비인간적 처벌을 중단하라!', '납북자를 즉각 송환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를 진행했다.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유엔이 '북한의 반인도범죄 책임자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강력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인권 유린의 '소굴'인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지난 11월 28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여야 간사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인 '요덕수용소'가 일부 폐쇄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명 '만탑산수용소'라고 불리는 수용소의 규모가 확대돼 요덕수용소의 인원을 옮겨 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북한인권 유린의 '핵'인 정치범수용소의 현황과 실태를 짚어보고 정치범수용소 해체,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유럽연합(EU) 등 60개 국가가 공동으로 제안한 북한인권결의안이 지난해 11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채택된 후 한달 뒤인 12월에 유엔총회 본회의 통과에 이어 안전보장이사회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면서 북한의 반인도주의 범죄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해서일까. 북한은 최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내용이 대폭 반영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안보리 채택 직전에 놓이게 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지하고는 함경북도 요덕군에 있는 정치범수용소를 일부 해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국내 북한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을 두고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으로 불붙은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을 피하기 위한 대응’으로 평가한다.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가 COI의 보고서로 전 세계에 알려지며 북한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론의 밀려오는 비난을 면하고자 단순히 ‘눈속임’ 식의 감추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희박하게나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최고위층이 반인도범죄의 책임자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될 가능성이 보이자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을 허용하는 대신 이번 결의안에 포함된 ‘반인도범죄 혐의자 ICC 제소 권고 조항’을 삭제해달라는 물밑 거래까지 시도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 대북 압박·결의안 채택, 북한인권단체의 피땀 어린 결실”

북한의 내부적 변화를 이끈 국제사회의 압박과 COI 보고서,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이 있기까지는 북한인권단체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이들은 인권 침해의 핵심이자 온상인 정치범수용소의 실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직접 해외 정부기구 관계자를 만나는 등 수년간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이와 관련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최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NGO 단체가 북한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권유린을 ‘반인도 범죄’로 판단할 수 없을뿐더러 일차적으로는 폐쇄적인 북한 사회 내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NGO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북한의 인권상황이 얼마나 열악하고 참혹한지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ICNK는 유엔 내 북한 반인도범죄 조사위원회 설립을 목적으로 전 세계 40여 개 이상의 인권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로 구성된 국제연대로 현재 회원단체로는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 국내 북한인권단체와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권 NGO가 포함돼 있다.

특히 ICNK는 이번 결의안 채택의 핵심이 된 COI의 설립을 위해 EU국가들과 일본, 영국, 미국 의회와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직접 작성한 북한인권 보고서를 전달하고 처참한 북한의 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 ICNK 제공.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 ICNK 제공.
권 사무국장을 비롯한 ICNK 회원들은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 상황을 분석하고 조사할 공신력 있는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COI 설립 결의안 채택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들의 투표권을 확보하기 위해 막후교섭 즉, 로비활동을 펼쳤다.

권 사무국장은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작성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큰 서유럽 국가나 일본, 미국 등을 대상으로 삼고 로비활동을 했다”며 “각국에 지부가 있는 국제NGO 회원들과 하루에 수십통씩 메일을 주고받으며 당국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파악한 보고서를 간략하게 만들어 직접 관계자들을 만나 설명하고 COI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권 사무국장을 포함한 ICNK 회원들은 인권유린 상황을 증언할 탈북자, 현지 단체 회원들과 결합해 주요국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났다.

이 과정에서 과거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고문을 받은 한 탈북자는 자신의 신체부위에 남아있는 고문의 흔적을 보여주며 북한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가 개선돼야 한다고 호소했고, 해외 정부 관계자 가운데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이들의 노력은 마침내 유엔 인권이사회의 COI 설립 결의안 채택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3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제22차 회의에서 EU, 일본이 공동 제안하고 미국이 지지한 COI 설립 결의안이 이사국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마이클 커비 위원장과 북한인권특별보좌관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COI는 그로부터 약 1년간 정치범수용소 내의 비인간적인 고문 등 인권유린을 포함해 북한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했다. 물론 이 조사 과정에는 ICNK의 적극적인 보조가 있었다.

이후 COI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 북한의 범죄 행위를 국제사회에 낱낱이 밝혔고, 북한인권결의안 통과의 발판을 마련했다.

권 사무국장은 “2011년 ICNK가 만들어지면서 COI 설립하자고 주장했을 때 당시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버마(미얀마)에서 국제NGO 단체들이 COI를 설립하자고 10여년간 활동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당시의 막막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그 당시 우리의 목표는 너무나도 선구적이었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북한인권NGO들의 활동 경력도 깊어지면서 인권유린을 알리는 일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며 “COI설립이나 결의안 채택에 그치지 않고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국제적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ICNK 회원들은 해외에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단체들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 여론 환기 필수적”

ICNK를 포함한 북한인권단체들은 유엔의 결의안 채택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여론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제사회에서는 이미 북한인권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북한도 이 같은 국제사회의 여론에 굉장히 크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정작 한국사회는 북한인권에 너무나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사회에 북한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설명하고 계속해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활동에 대해 한국사회가 관심을 가지는 것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북한인권NGO 최초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협의지위’를 획득한 성공적인통일을만드는사람들(성통만사)의 남바다 사무국장은 “유엔 외에도 여러 나라들이 북한을 계속 접촉할 때마다 인권 문제를 언급하고 국제사회가 꾸준히 신경 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북한에서도 상당히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성통만사가 지닌 ‘유엔 협의지위’란 일종의 공식 발언권으로 실제 성통만사의 김영일 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직접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남 사무국장은 “우리 단체는 유엔 회의에 공식적으로 참석해 직접 발언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인권상황에 대해 꾸준히 알려 인권을 개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북한인권단체들이 국제사회에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각국 관계자들과 연결시키는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우리 정부가 서독과 같은 유화책을 통해 정치범수용소의 인권유린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서독이 정치범 석방 등을 위해 동독에 경제적인 지원을 했듯 북한이 인권 상황을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선다면 우리 정부가 북한에 일정 부분 도움을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강 대표는 북한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방북 초청과 관련해서는 “일단 (특별보고관이) 방북을 한 뒤 북한에서 운영 중인 수용소들에 대해 공개할 것 요구하고, 열악한 환경의 교도소도 방문해 인권유린 실태를 강력하게 호소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밖에 권 사무국장은 “한국 정부도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켜 정책적으로 실행해 북한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이 현재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데 향후 북한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돼 북한 주민의 안전을 생각하며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정책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 사무국장은 “그저 꿈같은 통일상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라 통일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북한에 대해 깊이 있는 안목을 가진 인적 자원을 키워나가는 것도 한국 정부가 안고 있는 숙제”라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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