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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발의한 법이 왜 엉망인가 하면...

  • [데일리안] 입력 2015.02.14 10:22
  • 수정 2015.02.17 23:13
  •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인터뷰>형사입법 세미나 여는 류여해 한국사법교육원 교수

"국회 사무처내 법제실 전문성 떨어져 법안 가결률 낮아"

한국사법교육원 교수이자 한국형사정책학회 총무간사인 류여해 박사.한국사법교육원 교수이자 한국형사정책학회 총무간사인 류여해 박사.
“법은 누가 만든다고 생각하세요?”

오히려 기자에게 물었다.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입법기관 아닌가요.” 착실하게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백프로 맞다고 할 수 없네요.” 그의 말이다.

내심 ‘찔끔’했다. 뭔가 정답을 맞춰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다시 답했다. “의원이 직접 만들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법을 전공했거나 담당 상임위 분야에서 오래 일한 의원실 정책 보좌진들이 만들지 않을까요.”

그가 다시 말했다. “그것도 맞지만 백프로라고 하기는...”

이번에는 기자 ‘본연’의 자세로 물었다. “그럼 법을 누가 만드나요?”

한국사법교육원 교수이자 한국형사정책학회(회장 정현미) 총무간사인 류여해 박사를 만난 것은 지난 6일 광화문 근처 한 커피숍에서다. 요즘은 법률평론가로 시사방송 패널로 출연하고 있어 24시간도 부족해 잘게 쪼개서 사용하는 류 박사가 또 하나 ‘일’을 벌였다.

오는 24일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과 함께 ‘2015년 형사입법정책세미나’를 열기로 한 것. 세미나에서는 입법 절차와 국회 법제실의 역할 등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고 류 박사는 한국형사정책학회 간사로 전체 사회를 맡았다.

세미나 주제발표 내용 가운데 류 박사가 관심을 두고 살피는 것은 국회에서 이뤄지는 입법절차에 대한 문제점과 각 의원실의 입법과정에 실제 관여를 하고 있는 국회사무처 산하 법제실의 역할에 대해서다. 이는 3년 전인 2012년 국회 법제실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 ‘당신을 위한 법은 없다’를 출간한 저자이기도 한 이유다.

“법은 누가 만드는지 아느냐”는 류 박사의 질문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40조에 따르면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 아울러 제52조에는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즉 법안을 제안할 수 있는 권한이 국회의원과 정부라는 의미다.

이 가운데 의원의 경우 ‘법’을 만들 때는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회 사무처 내에 있는 법제실의 도움을 받는다. 두 곳 다 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지만 입법조사처를 법제 자문기관이라고 한다면 법제실은 실무기관이다. 법제실은 의원이 의뢰한 법안을 검토하고 법안 내용에 관해 의원실과 조율하며, 법안 작성 기준에 맞춰서 정리한 뒤 이를 다시 입안을 의뢰한 의원에게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그러면 입안 의뢰를 했던 의원은 그것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한다. 실질적으로 입법 활동의 실무역할을 한다. 결국 ‘법’을 만드는 주체에는 국회 법제실 법제관들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기도 한다는 설명이었다.

류 박사는 “나도 처음에는 실제 법을 만드는 핵심인 법제관이라면 당연히 법을 전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외국에서는 법제관의 경우 법학과 출신이고 박사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라는 표현이 목에 걸렸다. 그럼 실제 아니라는 말인가.

류 박사는 법제실의 존재부터 재차 설명을 이어갔다.

“법조인 출신 의원이라도 정치적 함수에 의해서 어느 한쪽에 유리하고 편향된 법을 입안할 수 있고, 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의원들은 이미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법률체계에 혼란을 가져오는 법안을 입안하기도 한다. 이때 보편타당한 상식과 대한민국 헌법정신, 법류의 기본원칙에 의거하여 법안을 1차적으로 조율하고 조정하는 기관이 법제실이다.”

사실 말이 조율과 조정이지 어떤 경우에는 의원실에서 ‘어떠어떠한 내용으로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직접 법안의 초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류 박사는 “법제실 법제관들의 전문성이 중요하다”며 “입법고시 출신이나 변호사 특별채용을 통해 들어온 법 전문가들도 있지만 문제는 9급이나 8급 공무원에서 시작해서 다른 부서에서 일하다가 5급 정도가 되면 순환보직에 따라 법제실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경우 순환보직이 많으니까 그나마 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최소한 법을 잘 모르는 경우 교육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류 박사는 “헌법, 형법, 민법 등 기초적인 내용을 단 몇 달이라도 이수하게 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하우가 축적이 되어야 법제실도 전문가 그룹이 형성된다”고 아쉬워했다. 류 박사의 비판은 단순히 현 법제관들이 법학을 전공하지 않아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각 영역에서 쌓아온 노하우들을 축적한 경력은 무시할 수 없지만 공무원 특성상 순환보직이기 때문에 최소한 법을 만드는 법제실에서 일을 할 때는 법적인 전문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류 박사는 “법안 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박사는 “예를 들어 어떤 형벌과 관련 3년형을 5년형으로 개정할 경우 왜 2년형을 더 올려야 하는지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그냥 3년형은 여론상 너무 낮다고 하니 5년형이 적당하겠다는 수준은 안된다. 그 근거에 대해 자료를 첨부하고 누가 만들었는지 실명도 밝혀야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박사가 ‘법안 실명제’의 필요성을 중시 여기는 이유는 의원입법 법안 발의는 갈수록 폭발적으로 느는데 상대적으로 가결률과 질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지난 2013년 6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국회의 의원입법 현황과 주요국 사례의 비교’에서 밝힌 의원안 발의현황을 보면 15대 806건, 16대 1651건, 17대 5728건, 18대 1만1191건으로 15대 국회부터 거의 2배씩 증가하는 추세다. 기자가 지난 11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들어가 제19대 국회가 시작한 2012년 6월 5일부터 2015년 2월 현재까지 의원발의된 법률안 현황을 보니 발의안은 1만2350건이다. 예측한대로 증가하는 추세인 셈이다.

문제는 가결률, 즉 제출된 의안이 합당하다고 결정하는 비율이다. 16대는 27.0%, 17대는 21.2%, 18대는 13.6%, 19대는 8.4%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법안의 합당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류 박사는 발의안은 늘어나지만 가결률이 더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들을 다시 발의하는 이른바 ‘법안 재탕’이 이뤄지는 경우가 상당수”라며 “물론 국회 본회의에 부쳐지지 않아 사장된 좋은 법안을 다시 논의의 장으로 불러낸다는 명분도 있겠지만 시간의 격차에 따른 상황의 변화를 전혀 감안하지 않고 아무런 고민 없이 재활용하는 것은 입법부 구성원으로서 스스로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 이면에는 법제실의 무사안일한 태도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류 박사가 주장하는 법제실 법제관의 전문성, 법제실 운영의 투명성, 법안 실명제 등에 대해 하나하나 수긍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류 박사가 이러한 내용을 지적한 이후 벌써 3년이 지났다.

류 박사는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며 “지금 법제관은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지금 의원실은 예전처럼 실적을 위한 ‘폐기법안’을 재활용하지 않고 제대로 입법활동을 하고 있는지, 법안을 만들 때 왜 법을 만들었는지와 그 타당성에 대해 지금이라도 레퍼런스를 첨부할 의사는 있는지”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세미나 준비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초 세미나를 공동개최하기로 한 의원실이 한달반을 함께 준비해놓고 취소해 이상민 의원실과 다시 준비했고, 국회 법제실에 요청한 자료가 계속 미뤄져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이러한 속사정을 잠시 내비친 류 박사는 “의원의 입법발의 과정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풀기 위해 24일 행사를 기대해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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