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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K리그 발언, 팬들은 왜 '수준'에 예민해졌나


입력 2015.02.23 00:17 수정 2015.02.24 09:28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휴가 중 K리그 수준 발언..과장된 오역으로 쌓였던 응어리 또 터져

K리그 대하는 국내 분위기 달라지길 발라는 팬들 마음 크다는 증거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 ⓒ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스페인 휴가 중 K리그를 언급했다.

지난 21일 스페인 언론 '아스'가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이 인터넷을 타고 국내에 전해졌다. 이를 놓고 국내 여론이 들끓었다.

내용 전체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내용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조언이다. '아스'가 레알을 주로 다루는 언론이며 슈틸리케 감독이 레알서 선수 생활을 꽃피웠기 때문에 특별할 것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생활과 한국 축구대표팀에 관한 내용은 기사 후반부에 포함돼 있다. 주된 내용은 한국에서의 실생활과 통역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유독 'K리그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부 매체에서 이를 다소 격양되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K리그, 솔직히 수준 이하다"라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K리그의 실력이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는 굉장히 높다"라는 뜻이라는 게 정확한 해석으로 드러났다.

결국, 뉘앙스와 흐름을 살리지 못한 오역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K리그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 등을 통해 과장된 기사를 향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사실 그 이면에는 K리그 팬들이 그간 느낀 소외감과 실망감이 뒤섞여있다. K리그 팬들은 아시아축구연맹(이하 ACL)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K리그가 '아시아 최고의 리그'라고 자부한다.

실제 K리그 팀들은 본격적으로 ACL 체제가 갖춰진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K리그 팀들이 5년 연속으로 ACL 결승에 오르기도 했다. ACL은 약 40억 이상의 인구가 주목하는 대회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여론과 분위기는 K리그를 외면하고 있다는 게 팬들의 주장이다. 시즌 중에도 공중파 중계는커녕 케이블 스포츠채널에서조차 K리그를 보기는 쉽지 않다는 게 주된 근거다. 아시아가 주목하는 가운데 K리그 팀들이 승승장구하는 ACL 생중계는 드문드문 이뤄지고 있다고 팬들은 비판한다.

실제 지난 2013년 FC서울이 ACL 결승에 올라 광저우에버그란데와 싸울 때도 팬들은 이방인이 됐다. 국내 중계가 아닌 해외 중계를 인터넷으로 뒤져 결승전을 봐야 했다. 프로야구는 전 경기 중계가 되지만 K리그는 인터넷 중계 정도가 겨우 이뤄지고 있다는 게 팬들이 가장 실망하는 부분이다.

일부 K리그 팬들은 월드컵이나 국가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만 축구에 관심을 두는 이들에 대해 큰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K리그가 활성화돼야 밑에서부터 한국 축구가 커 나간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에는 K리그 선수들이 일본, 중국, 중동 등으로 떠나면서 팬들의 실망이 커졌다. 분명 ACL 성적과 외국인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해 리그 수준은 K리그가 그들보다 더 높다고 확신하는데 돈 때문에 선수를 뺏기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소외감은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이 K리그 선수들을 두고 'B급 선수'라고 표현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극도로 민감해졌다.

이후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하면서 다소 분위기가 달라지는 추세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막을 내린 2015 아시안컵 직후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경기 템포(속도) 등에서 차이를 느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유럽 리그에서 뛰지 않는 이상 K리그보다 속도감이 떨어지는 곳에서 뛰면 발전할 수 없다는 뜻을 선수들에게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현장을 찾아 이정협(상주)을 발탁했다. 한교원(전북)을 활용해 그의 가능성을 엿봤다. 그러면서 차두리(서울)를 중용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런 모습에서 K리그 팬들은 위로를 받고 희망을 봤다.

하지만 그런 중간에 일부 언론이 슈틸리케 감독의 말을 다소 강하게 전달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의 응어리가 다시 터진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서 K리그의 미래를 보는 동시에 그를 통해 K리그를 대하는 국내 분위기가 달라지길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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