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대학생들이 ‘통일교사’로 교단에 선 사연이...


입력 2015.05.30 09:54 수정 2015.05.30 10:00        하윤아 기자

수원 광교고 학생들 상대로 '통일수업' 진행하며 통일교육 필요성 강조

학생들 "통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29일 오후 경기 수원 광교고등학교에서 대학생 통일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통일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통일문화 제공. 29일 오후 경기 수원 광교고등학교에서 대학생 통일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통일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통일문화 제공.

“북한에도 비행기가 있어요?”
“북한 사람들도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있나요?”


29일 오후 경기 수원 광교고등학교 2학년 교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대학생 ‘통일교사’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간단한 자기소개 뒤 대학생 통일교사들은 본격적인 통일 수업에 들어갔다. 호기심가득한 눈으로 통일교사들을 바라보던 18살 학생들은 터울이 크지 않은 오빠, 형, 언니, 누나가 준비한 수업에 차츰 빠져들기 시작했다.

비영리단체 청소년통일문화(조승수 대표)는 이날 수원 광교고에서 ‘대학생 통일교사와 함께하는 통일교육’ 행사를 진행했다. 사전에 통일수업을 신청한 1학년 1개, 2학년 6개 학급에 대학생 통일교사들이 배치됐다.

이들은 ‘행복한 통일 만들기’라는 주제 하에 남북한 청소년 생활비교·북한사회의 특징·통일 상상력 키우기·내가 만드는 통일 등의 내용을 담은 자료를 준비해 청소년들과 직접 북한인권, 통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통일교사들은 북한의 정치체제, 경제는 물론 북한 학생의 학교생활,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간간히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때 이른 폭염 더위에 공책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 통일교사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부 정보의 유입을 막는 북한에서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영상이 유튜브 조회수 4건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누가 봤을 것 같아요?”(통일교사)
“김정은이 봤을 것 같은데요.”(학생)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어요. 왜 그럴까요?”(통일교사)
“김정은을 신처럼 믿어야 하니까요.”(학생)

“통일이 돼 북한에 간다면 어떤 것을 가장 먼저 해보고 싶어요?”(통일교사)
“백두산에 가보고 싶어요.”(학생)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학생들은 평소 북한에 대해 궁금했던 점들을 하나씩 꺼내들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은 통일교사에게 북한 인터넷에도 게임이 있는지, 북한 사람들도 패스트푸드를 먹는지, 북한에도 비행기가 있는지, 북한이 중국에게 땅을 팔고 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통일교사는 “북한에는 우리가 접속하는 인터넷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 게임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평양에 패스트푸드점이 생겼다고 한다. 북한에 비행기는 있지만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어 주민들이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북한은 상당히 폐쇄적이라 부정확한 정보가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받아들기보다는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통일교사의 답변을 듣던 학생들은 놀랍다는 듯 '토끼눈'을 뜨거나 "대박"이라면서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29일 오후 경기 수원 광교고등학교에서 대학생 통일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통일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통일문화 제공. 29일 오후 경기 수원 광교고등학교에서 대학생 통일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통일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통일문화 제공.

대학생 통일교사의 수업을 들은 광교고 2학년 1반 황혜정 양은 “북한에 대해 몰랐던 점을 많이 알게 됐다”며 “북한 친구들은 같은 또래인데 우리에 비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2학년 8반 박기석 군 역시 통일수업에 대해 “재미있었고 유익했다”면서 “그동안 북한이나 통일 문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수업을 듣고 새롭게 관심이 생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같은 반 권모 양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슬로건을 주제로 한 학교 토론대회에 나간 적이 있어서 평소 통일에 대해 고민도 하고 생각이 많았다. 이번에 통일수업을 들으면서 북한의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이 어떤지 많이 알게 됐고 통일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통일수업을 진행한 대학생 통일교사 권세원 씨(중앙대 4)는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저 자신도 북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며 “저를 포함한 우리사회 대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무관심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통일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일교사 김가영 씨(서울여대 3)는 “나이차가 크지 않은 친구들에게 선생님이 돼 무엇인가를 가르친다는 점 때문에 무척 긴장했다”면서 “열심히 준비했고, 청소년들을 만나서 진실 되게 북한 주민의 모습과 통일에 관한 생각을 전하자라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전국의 몇몇 초·중·고교에서 통일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통일문화’는 청소년에 걸맞은 교재와 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한편,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통일교사를 선발해 집중 양성하고 있다.

청소년통일문화는 오는 6월 둘째주부터 서울 역촌초등학교에서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향후 수도권을 비롯한 지방 청소년들과 만나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조승수 청소년통일문화 대표는 “북한문제와 통일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문제”라며 “대학생들이 진심을 다해 청소년들과 만나서 우리의 미래를 논해보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활동 취지를 밝혔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