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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방송의 위력 "북 청진서 설운도 노래 들리는 정도"


입력 2015.08.26 18:31 수정 2015.08.26 18:34        목용재 기자

<통일방송 콘퍼런스>탈북자들 "대북방송 나오면 온 신경 집중"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통일방송이 주최한 제1회 통일방송 콘퍼런스 '통일시대 방송의 역할'에서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통일방송이 주최한 제1회 통일방송 콘퍼런스 '통일시대 방송의 역할'에서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통일방송이 주최한 제1회 통일방송 콘퍼런스 '통일시대 방송의 역할'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통일방송이 주최한 제1회 통일방송 콘퍼런스 '통일시대 방송의 역할'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 "지난 2001년 북 청진에서 설운도의 ‘너만을 사랑했다’라는 노래를 길거리에서 부르는 사람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북조선 인민들이 ‘화약내’를 풍기는 김 씨 일가 칭송가가 아닌 (대북방송을 통해 알게 된)남한 노래에 매료됐다는 건데요, 당시 저도 대북방송을 통해 남한노래 80여곡을 즐겨 부르곤 했습니다."(장성무 국민통일방송 부대표)

#2.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북방송 프로그램은 트로트와 북한 내부 소식이었습니다. 북 조선 인민들은 북조선의 사건, 사고 등 나쁜 소식들은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북방송을 통해 듣는 내부소식에 호기심이 집중될수밖에 없죠. 특히 최고 지도부에 대한 방송이 나오면 온 신경이 집중됐었습니다."(평안남도 출신 46세 남성 탈북자)

#3. "국가안전보위부 남편과 함께 이어폰 하나로 같이 대북방송을 들었습니다. 중국산 라디오로 대북방송을 들었는데 음질은 좋지 않았지만 방송을 통해 들은 내용으로 중국 인민폐 등 환율계산을 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러다보니 장마당 장사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평안북도 출신 52세 여성 탈북자)


민간대북방송에서 대북방송을 제작, 송출하고 있는 장성무 국민통일방송 부대표가 26일 국민통일방송이 주최한 ‘제1회 통일방송 콘퍼런스-통일시대 방송의 역할’에서 대북방송을 청취한 탈북자들의 증언과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장 부대표는 지난 4~5월 두달 간 최근 입국한 100명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북라디오 청취 실태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외부정보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말했다.

탈북자인 장성무 부대표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은 2000년대부터 중국을 통해 한국 드라마·영화 등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외부 정보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북한 내 라디오 보급률·청취율도 함께 높아졌다.

장성무 부대표는 이날 콘퍼런스의 발제자로 참석해 “북한이 남측에 대북방송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대북방송 청취자였던 한 북한군 상위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 속에는 남한을 인정하고 동경하는 의식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대북방송의 효과를 평가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장 부대표는 “북한 내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내놓고 라디오를 듣고 있다”면서 “지난 시기 라디오를 듣다가 걸려서 간첩이라는 누명까지 쓰고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 사람들을 수 없이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라디오에 귀기울이는 것은 외부소식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부대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대북방송을 통해 외부세계의 각종 뉴스를 접하고 환율이나 세계 경제동향 등을 파악하기도 한다. 또한 장마당에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대북지원물자 지원여부와 상황 등을 듣고 이를 장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20~30세대의 젊은 대북방송 청취자의 경우, 남한의 최신가요를 듣기위해 라디오 주파수를 이리저리 돌리는 경우가 상당수다.

장 부대표는 “대북방송을 많이 듣는 사람들은 방송을 ‘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먹었다’고 표현한다”면서 “내용도 뉴스나 정치 분석 등에 귀를 기울이는데 청취시간은 15분에서 30분 내외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분야에 집중해 듣는 사람의 경우 다른사람들보다 정보를 빨리 입수해 거기에 맞게 장사에 써먹을 수 있다”면서 “실제로 방송을 듣고 큰 이득을 봤다는 여러 명의 탈북자들이 있다. 이분들 대부분이 지난 2009년 11월 화폐개혁 때 망하고 분대해 탈북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1990년대부터 라디오를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라디오를 통해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자 자연히 친구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나에게 달려와 물어보곤 했다”고 덧붙였다. 대북방송 청취자들을 통해 외부 정보가 북한 내부에 확산되는 셈이다.

아울러 장 부대표는 대북방송을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좀 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방송 출력의 강화와 대북방송 컨텐츠 강화를 주장했다.

장 부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한국말로 하는 방송이면 닥치는 대로 다 듣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일 잘들리는 한국말 방송을 듣고 다음으로 내용이 들을 만 해야 한다”면서 “북한주민들 입장에서 제일 잘 들리는 대북방송이라고 하면 ‘KBS한민족방송’인데 이 방송을 듣는 주민들은 적다. 방송 내용이 북한 인민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증표”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방송의 운영비 대부분은 미국 국무부와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고 있어 전파 송출비, 인건비, 프로그램 제작 비용 충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고출력의 주파수 운영과 양질의 컨텐츠 생산이 쉽지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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