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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진 "약자 위한 엄마투사 되겠다"


입력 2016.02.19 10:03 수정 2016.02.19 11:14        문대현 기자

<4·13 도전! 여성 비례를 만나다 ②> '엄마 투사' 신의진, 선명한 정책 경쟁하고 싶다

코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에서 여풍(女風)이 심상찮다. 여야 모두 여성 정치인 증가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전보다 많은 여성이 총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통상 ‘지역구’는 여성에게 ‘험지’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여성 정치인의 등용문은 ‘비례대표’다. ‘데일리안’은 이번 총선에서 등용문을 넘어 지역구 개척에 나선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 편집자 주 >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그를 생각하면 연상되는 단어다. 사실 초면부터 친근한 이미지의 사람은 아니다. 이 때문인지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어느새 적당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데일리안'은 지난해 7월부터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을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대변인은 당 행사나 공식 회의 석상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기에 취재진과 대화를 나눌 일도 많다. 그러나 대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기회는 없다. 섣불리 입을 열었다가는 당을 어려움에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평소 신 의원 본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개인 인터뷰를 하며 만난 신 의원은 다르게 느껴졌다. 신 의원은 까칠하고 시크할 것 같던 모습 대신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고 평소 자신이 말 하지 못 했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놨다. 신 의원은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영락없는 대한민국의 중년 여성, 엄마였다.

그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이후 소아정신과 의사로 근무해오던 2008년 터진 아동 성폭력 '나영이 사건' 주치의로 이름이 알려졌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7번을 부여 받아 당선된 신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서울 양천갑에 도전한다. 같은당 길정우 의원이 지키고 있는 곳이다. 신 의원은 "아이들의 고통이 있는 곳에는 항상 내가 있었다"라며 "양천갑 지역 아이들과 부모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민생을 챙기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양천갑의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7명에 달하며 후보들 간 네거티브가 치열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들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담긴 당원 명부가 특정 후보에게 유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회 입성 이후 맡은 상임위원회 외에도 당 아이가행복한학교만들기 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학교폭력대책 특별위원회 위원, 당 아동·여성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간사, 국회 아동·여성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 당 가족행복특별위원회 부위원장, 당 세월호사고대책특별위원회 위원, 당 아동학대근절 태스크포스 위원장 등 수많은 일을 해온 그는 "상호 비방만 일삼는 혼탁한 정치인 대신 선명한 정책을 제시하는 '끝장 민생 전문'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 삶은 엄마가 되기 이전과 된 이후 확 달라졌다. 내 아들이 어릴 때 틱장애라는 신경성 질환을 앓아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힘든 시기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어려운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엄마의 마음으로 지역을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약자를 위한 엄마 투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의'사를 하다가 '의'원이 됐다.

"선거를 치러야 진짜 정치인이 될 것 같다. 최근 지역에서 민심을 얻는 방법이 굉장히 어려운 과정인 것을 체험하면서 지역구 의원이 존경스럽기 시작한다. 민심 얻기라는 것이 정치가로서 엄청 중요한데 얼마나 어려운 길 인지를 새삼 느끼고 있다."

-비례대표로서 상당히 많은 일을 했다. 대표적 업적을 말해달라.

"내가 비례대표로서 일을 억척스럽게 했다. 특히 나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4대악 척결'이 내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이 내가 맡았던 분야다. 불량식품은 대통령의 아이디어였지만 나머지 세 개는 내가 다 챙겼다. 이 외에도 4년 간 법안 발의를 비롯해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일단 나는 국회에 들어오면서 성폭력과 관련한 법안이 너무 미비하다보니 이것과 관련한 대책을 세우는 데에만 4년을 써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을 1년에 끝냈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하나 있다. 2012년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당시 내가 현장에 내려간 날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처음으로 연찬회를 연 자리였다. 내가 당시 원내대변인이라 사회를 보기로 한 날이었다. 매우 중요한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주를 가야한다고 당시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말하고 나주로 갔다. 그 때 내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갔다. 나와 진 의원은 '여야가 싸우지 말고 대선 때 성폭력 관련 숙원사업을 다 해결하자'고 약속했고 실제로 쟁점을 없앴다.

또 세월호 참사 당시엔 팽목항에 내려갔더니 의사나 간호사들이 내려와 있지 않더라. 그 자리에 필요한 사람은 링거라도 놓아주는 사람인데 부처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만 하고 있더라. 내가 (보건복지부) 차관에게 항의했고 결국 의사, 간호사 분들을 다 데려왔다. 곳곳을 쫓아다니면서 다 하느라 정말 힘들었다. 또 당시 안산 시민들의 정신건강이 얼마나 안 좋았겠나. 그 때 내가 지역의 온갖 조직을 다 모아놓고 회의하면서 가정방문도 하고 상담도 해주고 병원으로 보내는 과정을 진행했다. 그 비용이 석 달에 30억 정도 들었는데 보건복지부하고 안행부가 핑퐁게임하느라 돈을 안주더라. 그 위중한 상황에. 그 당시 여당 원내대표이었던 최경환 의원에게 가서 말했고 최 의원이 그 예산을 편성해줘 겨우 그 시스템이 돌아갔다.

윤 일병 집단폭행 사망사건 이후엔 군병역문화특위에서 부적응하는 사병 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했고, 최근에는 인천지역에서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11세 소녀 사건이 있었는데 아동학대근절 TF 위원장으로 최근까지 아동학대특별법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아동학대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총체적 새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구 관리에 TF 활동까지 잠도 잘 못 자고 있다."

-비례대표를 하다가 지역구 도전에 나선 이유가 있다면.

"내가 19대 국회에 없었으면 제가 만약 없었으면 이뤄질 수 없었을 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학교 폭력과 관련하여 교사들에게 가장 실효적인 정책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학교경찰 대책이라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중학생만되더라도 학교 폭력이 굉장히 무섭다. 선생님들 기가 질려서 통제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학교 폭력전담 경찰관을 배치했다. 여기에 400억이 들었다.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정책을 추진해서 민생을 챙긴 보람이 있다. 이런 일은 전문가가 제대로 나서서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례대표는 한 번 밖에 못 한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해서 정책을 손 보려면 지역구에 나가서 선거를 치러보는 정치인 돼야하기 때문에 지금 힘든 고생을 하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렇다면 왜 서울 양천갑인가.

"정치를 하면서 내가 꾸는 가장 큰 꿈은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교육이 아닌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교육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죽이는 획일적인 교육이 정말 나쁜 것인지 알게 됐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같이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교육 정책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지역구로 고르고 싶었다. 그 지역 주민들이 나와 함께 웃어줘야 하지 않나.

내가 아동 관련 책을 많이 썼다. 사실 우리 큰아들이 틱장애라고 일종의 신경성질환을 앓았다. 어쩔 땐 학교 못 갈 정도로 어려웠다. 학교 적응이 어려우니 나도 아들과 함께 아픔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전문가 엄마로서 그에 관한 책을 많이 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책이 가장 많이 팔린 곳을 생각했다. 출판사에 많이 팔린 지역을 물어보니 (안양) 평촌, 목동, 상계동이었다."

-양천갑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양천구는 교육열과 수준이 높은 곳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높은 곳이다. 해마다 교육부에서는 학생정서행동평가를 한다. 양천갑은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는 지수가 전국 10위권이다. 어쩔 땐 6위를 한 적도 있다. 이 곳의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불안해하고 아버지는 지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해야할까가 자연스레 떠올려졌다. 내가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어려움이 이 곳에 다 있었다. 이 지역에 나서 좋은 학교를 간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는데 아이들이 모두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더라. 이 곳은 무자비한 폭력보다는 은근히 따돌리고 괴롭히는 일이 많은 곳이다. 나는 처벌 위주의 규제보다 아이들의 심성을 곱게 만들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노르웨이에는 올베우스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있다. 학생들에게 특활시간에 학교 폭력 상황을 만들어서 서로 토론을 시키는 것이다. 상대의 관점을 이해시키고 서로 경청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800억짜리 프로젝트인데 과학적 데이터에 따르면 노르웨이가 학교 폭력을 이것으로 잡았다고 한다.

또 이 곳은 먹고 살만은 하지만 품격있는 문화에 대한 열정이 강한 곳이다. 문화사랑방처럼 카페를 만들어서 주민들이 문화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유휴지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있다. 유휴지를 품격있는 문화 개발지로 만들 것이다. 지금은 이 지역의 정치인들이 이것에 대한 구심점이 되지 못 하고 있다."

-블로그 이름이 '신의진의 엄마이니까'더라. 무슨 의미인가.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는 엄마가 된 것이었다. 내 정신세계 자체가 달라졌다. 난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취 위주의 사람으로 자랐다. 그러나 아이를 키워보니 성취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몸에 익혔다. 우리 아이가 아프다 보니 아픈 아이만 봐도 눈물이 났다. 이게 엄마다. 어려운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도와주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블로그 이름을 그렇게 한 것은 나에게는 단순한 모성 어필이 아니라 투사라는 정신이다. 그 마음이 없으면 바꾸지 못한다. 나에게 엄마라는 것은 정말 큰 의미다. 이렇듯 엄마의 마음으로 지역을 돌보겠다는 것이다."

-여러모로 나경원 의원과 닮은 것 같다. '포스트 나경원'의 느낌이 난다.

"나 의원과 만나면 할 이야기가 많다. 나 의원의 딸도 몸이 불편하다. 우리가 만나면 잠도 안 자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 의원과 나에게 '모든 것을 다 누리려 하냐'고 비판도 한다. 그러나 왜 우리가 정치계로 뛰어들었겠나.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는 이유가 있다. 나는 나 의원과 정치를 시작한 동기도 비슷하다보니 정치적 롤모델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나 의원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도 나는 나 의원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 나 의원의 담대함을 배우고 싶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사실 외모상 차가울 것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듣다 보니 몰랐던 이야기가 참 많다. 최근 지역구를 돌다 보면 어떤가. 주민들의 반응은.

"최근에 주민들이 마음을 연 것이 느껴진다. 두 달 동안 맹렬히 지역을 돌았더니 좋은 소문이 도는 것 같다. 이전에는 진짜 나오려는지, 어떤 사람인지 의구심을 품던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소탈하고 괜찮은 사람 이라는 이야기도 돈다. 선거사무소에도 단순히 내가 궁금해서 오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지역민들을 만날 때는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 한다. 부산사투리도 많이 쓰고 내 나이대 여느 엄마들처럼 편한 복장으로 지역민들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니 사람들이 생긴 것과 너무 다르다며 깜짝 놀란다. 정답고 다정하고 경청하는 정치인이 되려 하고 있다."

-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현안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최근 공천관리위원회를 두고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생존권 싸움'이라고 비판하는데.

"그렇게 보이는 것이 가슴 아프다. 지금 두 분은 모두 옳은 말을 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자칫 잘못하면 빚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이 후보를 결정해야 하지만 신인에 대한 배려도 더욱 필요하다. 두 분 다 옳은 말을 하고 있으니 서로 잘 녹여내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당의 모습이 계파 나눠먹기로 비춰져선 안 된다."

-20대 때 국회로 다시 살아돌아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너무 힘들다. 부의 격차를 가리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전문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정치권에 남아있어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개혁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민생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을 해야 한다. 전문가이면서 민생을 챙길 수 있는 '끝장 민생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한다. 나보고 '중독 문제를 고치는 방법을 물어보면 2시간 넘게 아무 것도 안 보고 연설을 할 수 있다. 전문가적인, 그리고 엄마의 마음으로 민생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다시 국회로 들어와야 한다.

또한 아무것도 모르고 정치권에 왔지만 생각보다 많이 혼란스러운 곳이었다. 참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나는 정책 경쟁을 하고 싶은데 상호 비방만 나오고 있다. 나만의 힘으로는 혼탁한 정치권을 헤쳐나갈 수 없다.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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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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