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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필리버스터에 "아유,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요!"


입력 2016.02.24 16:56 수정 2016.02.24 16:59        전형민 기자

<현장>은수미 필리버스터 중간에 김용남과 언쟁

김용남 "달을 가리켰는데 손가락을 본 것"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처리 반대를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9시간 넘게 진행중인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의제와 관련이 없는 내용” 이라고 항의하며 야당의원들과 고성으로 설전을 벌이다 은수미 의원을 향해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라고 소리쳤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처리 반대를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9시간 넘게 진행중인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의제와 관련이 없는 내용” 이라고 항의하며 야당의원들과 고성으로 설전을 벌이다 은수미 의원을 향해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라고 소리쳤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아유,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요!"
"의원님은 공천 때문에 움직이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24일 오전 11시25분, 14시간이 넘어가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발언자는 물론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던 의원들마저 피곤해하던 찰나 본회의장에서 조용히 발언을 이어가던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발언을 듣던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돌연 언쟁을 벌였다.

이날 오전 2시30분부터 시작한 은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9시간째로 접어들던 무렵이었다. 김 의원은 "안건과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쓸 데 없는 이야기를 한다. 말 같은 이야기를 해야 듣고 있지"라며 비아냥대다가 이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발언을 이어가던 은 의원에게 급기야 "그런다고 공천 못받아요"라고 소리친 것이다.

그러자 즉각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지키던 야당 의원들의 맞고함이 터져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아유 진짜...", "할 말, 안 할 말이 있다고!", "경박하다", "김용남 발언을 용납할 수가 없다" 등의 고성과 비난이 쏟아졌다. 당사자인 은 의원도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저는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이것은 동료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사과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의제와 관련된 발언을 하세요"라며 사과하지 않았다. 은 의원이 계속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은 의원이나 발언을 끊지말고 계속하시라'고 맞받아쳤고 김 의원은 끝내 "사과할 일 없다"고 말하며 사과를 거부했다.

은 의원은 한 차례 해프닝이 빚어진 후 맥이 풀린 듯 한 시간여 정도 더 발얼을 잇다가 자신의 10시간18분 간의 필리버스터를 마무리 했다. "우리는 아무리 강해도 약합니다. 두렵지 않기 때문에 나서지 않는 게 아니라...."라며 감정이 북 받치는 듯 한숨과 함께 머뭇거린 은 의원은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라며 고 김대중 대통령의 1971년 장춘단 유세를 언급했다.

그는 "물론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이 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또 누군가, 고통을 당해야 할지도 모릅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제발 한 사람이라도 덜 고통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정부여당이 함께 찾읍시다"라고 촉구했다. 은 의원이 북 받친 감정 때문에 발언을 멈추고 미간을 긁자 의장석을 지키던 정의화 의장은 "은 의원, 너무 무리하지마세요. 건강도 생각하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10시간 18분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뒤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본회의 처리를 막기 위한 10시간 18분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제도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마친 뒤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를 갈아치우며 본회의장 발언대를 내려온 은 의원은 자리를 지키던 야당 의원들의 기립박수와 격려, 포옹 속에 퇴장했다.

한편 은 의원의 발언에 대해 '그런다고 공천 못받는다'고 발언해 사과를 요구받았던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개인적인 사적인 목적을 위해 의사당을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충분한 소지가 있다 그래서 지금 야당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의사진행방해발언을 신청하면서 또 앞다투어 발언기간 늘려가고 있어, 이런 잘못도니 태도에 대한 지적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은 의원의 사과요구에 대해서는 "달을 가르켰는데 손가락만 본 것이고, 최장시간 발언 기록을 깨기 위해 안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의제를 가지고 발언을 위한 발언을 거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해 사과요구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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