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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교육청-자사고, '친일인명사전' 구입 두고 또 충돌?


입력 2016.03.02 17:00 수정 2016.03.02 17:05        하윤아 기자

자사고 "특정도서 구입 강제하는 것은 학교장 자율권 침해"

교육청 "학교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예산 편성·집행하는 것이 원칙"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둘러싸고 교육청과 자사고 간의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11월 8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둘러싸고 교육청과 자사고 간의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11월 8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자사고·특목고에 친일인명사전 구입을 위한 목적사업비를 내려보낸 가운데, 서울지역 22개 자사고 교장들이 구입을 유보하고 추후 예산 반납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로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취임 직후인 지난 2014년, 자사고 지정취소 문제 이후 또다시 교육청-자사고 간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5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이 없는 서울시내 중학교 335개교와 고등학교 248개교 등 총 583개교에 구입 예산을 교부했다. 이번 친일인명사전 구입비 교부 대상에는 서울지역 자사고와 특목고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 학교회계전출금 명목의 예산 1억 7490만원을 내려 보냈다. 그리고 학교에는 지난달 12일까지 소속 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에 정산서를, 각 교육지원청에는 지난달 17일까지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에 관내 해당교의 예산 집행 결과를 수합해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사립고가 구입 거부 의사를 표했고, 서울 시내 자사고 22개교 역시 구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은 지난달 29일 ‘데일리안’에 “어떤 도서든 간에 도서구입은 학교장의 자율영역이고 학교 운영위원회 혹은 도서관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특정한 도서를 도서관에 비치하라고 하는 것은 심대한 학교장 자율권 침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특정도서 구입을 강제하는 것은 학교장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오 회장은 “평생 교직생활 중에 이러한 전례가 없다”면서 “진정한 교육자치는 학교장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교육 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도서라면 각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절차를 밟아 결정할 일이지 세금으로 특정도서 구입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재차 부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청의) 후속 공문이 내려오면 그에 따라 대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법적 근거로 마련된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 따라 해당 학교는 목적에 맞게 예산을 편성·집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본보에 “자사고거나 일반고거나 아니면 사립중고거나 공립중고거나 관계없이 교육청에서 목적사업비로 예산을 내려 보냈기 때문에 (해당 학교가) 이를 편성하고 집행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6년도 서울시교육청 학교회계 예산편성 기본지침에는 ‘특정사업 수행을 위해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되는 목적사업비는 학교회계 예산에 세입 조치해 그 목적에 맞게 세출 예산을 편성 집행’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 지침은 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것이고 실제 규정으로 볼 수 있다”며 “원칙적으로는 (학교가) 지침을 따라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청 측은 해당 지침을 따르지 않은 학교에 대한 행정적 제재 조치 여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표했다. 관계자는 “일단 학교에서 어떤 사유로 구입하지 않겠다고 했는지 사유를 파악하는 게 먼저고 구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서 내려졌는지도 확인을 해야 한다”며 “사유를 파악한 후에 (행정명령 등의 조치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자사고의 갈등은 지난 2014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당선 직후부터 이어져왔다. 조 교육감은 후보 시절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이후인 2014년 9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에 따라 기준점을 미달한 8곳의 자사고를 지정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한차례 갈등을 빚었다. 당시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가 위법성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해당 문제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법정 싸움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도 4곳의 자사고가 교육청의 운영성과 평가 결과에 따라 지정 취소 위기에 몰리면서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됐다. 당시 3곳의 자사고는 청문회를 통해 미흡한 항목에 대한 개선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했고, 이로써 2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나머지 1곳은 자사고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해 2016년부터 일반고로의 전환이 결정된 바 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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