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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더민주는 광주 전원 물갈이를 노렸다


입력 2016.03.09 23:50 수정 2016.03.09 23:52        이슬기 기자

문재인 '혁신안'으로 호남 의원 대거 탈당 이끌어

김종인 '2차 컷오프'로 북구갑 정리, 서구갑도 배제할까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종인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종인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결국 원래 의도대로 광주를 싹 다 물갈이한 거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광주 물갈이'의 끝이 보이고 있다. '문재인표' 혁신안에 반발한 광주 의원들의 대거 탈당으로 일찍이 6석이 정리됐고, 나머지 2석 중 1석은 '김종인표' 전략공천으로 정리를 끝냈다. 남은 건 광주 서구갑뿐이다.

국민의당 호남 의원실 관계자는 9일 “어차피 컷오프 대상이 될 게 뻔한데, 공천 못 받든지 알아서 나가든지 하라는 것 아니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당 잔류를 택했던 강기정 의원(북구갑)에 이어 박혜자 의원(서구갑) 역시 공천 배제를 비켜가긴 어려울 거란 예측도 조심스레 내놨다.

홍창선 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차 현역의원 경선지역 10곳을 발표했다. 여기엔 친노 운동권 인사이자 '세작'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경협 의원, 음주 후 경찰지구대에 호통을 쳤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유대운 의원도 포함됐다. 하지만 당초 경선 지역에 포함됐던 광주 서구갑과 전북 익산갑(이춘석 의원)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비대위와 상의를 거쳐 정무적 판단 하에 10곳으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관위의 판단도 있고, 정무적으로 옆지역을 고려하는 판단도 좀 있다. 축구선수를 교체하더라도 지금이 공격시간인지 수비시간인지에 따라 넣고 빼고가 다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두 지역구가 경선지역에서 제외되자, 자연스레 해당 지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 가능성도 회자됐다. 물론 박 의원과 경선이 예정됐던 서구갑 송갑석 예비후보가 4건의 전과를 보유한 데 대한 지적이 나오면서, 당내 재논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직 정책위의장이자 공무원연금특위 간사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던 강 의원마저 공천에서 배제된 만큼, 박 의원 역시 이를 피해가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물론 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지역 여론조사, 당 기여도 등 갖가지 기준에 따라 컷오프를 단행하긴 했지만, 일각에선 결국 문재인 전 대표에서 시작한 '호남 물갈이'를 김종인 대표가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란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 당시 발족한 혁신위원회는 현역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를 공천에서 원천배제하는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호남·비노계에선 즉각 "친노발 공천 학살"이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이같은 내홍은 광주 의원 6명을 비롯한 대규모 탈당으로 이어졌다.

특히 컷오프 발표 전 이미 탈당한 의원들 대다수가 하위 20%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걸러낼 사람은 이미 다 나갔다'는 혁신안 무용론이 제기됐다. 당시 탈당을 감행한 한 의원은 "자를 사람을 다 컷오프 명단에 넣어 둔 거 아닌가. 문 대표가 손에 피도 별로 묻히지 않고 광주의원들을 다 내보냈다"고도 했다.

텃밭 물갈이에 대한 의지는 김종인 대표에게도 또렷이 나타났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광주를 찾아 '광주선언'을 발표한 뒤, 박 의원 등 호남 인사들이 모인 공식 석상에서 "호남 의원들에게 죄송하지만, 의정활동이 유권자들에게 굉장히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과거에는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되고, 국회의원 되면 그걸 엔조이하며 안주하는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쏘았다.

이어 "호남 유권자들은 그런 현상이 또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마치 새로운 기치를 내건 것처럼 호남의 한을 풀겠다고 얘기하니까 호남 유권자들이 그쪽에 관심을 초기에 많이 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그래서 광주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고 전략공천은 가급적 절제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호남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지 약 한시간 뒤, 국회에선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이 더민주 잔류를 선언했던 강 의원의 지역구(광주 북구갑)에 대한 전략공천을 발표하면서 당은 다시 한 번 '발칵' 뒤집힌 바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문 대표는 '혁신안'으로, 김 대표는 '2차 컷오프'로 광주 물갈이라는 공동 과제를 완수했단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홍 위원장은 이날 "광주에 새롭고 유능한 젊은이가 서류를 준비중"이라며 "깜짝 놀랄만한 젊은이"라고 예고하면서 광주 전략공천 2호에 대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앞서 더민주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을에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전략공천했다.

다만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의 서구갑 전략공천설과 관련, 김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인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곳은 몰라도 광주는 안된다. 예전에 혁신안을 만들면서 친노들과 (연결점이) 있어서, 광주 공천은 곤란한다"고 일축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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