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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에 묻힌 조훈현, 엇갈리는 당내 반응


입력 2016.03.10 18:29 수정 2016.03.10 18:32        문대현 기자

바둑 수와 정치 수는 다르다는 우려와 함께 기대감도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 국수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입당서에 서명한 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바둑계의 전설 조훈현 국수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입당서에 서명한 뒤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의 축하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프로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이 4·13 총선 비례대표 공모 참여를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했지만 이른바 '윤상현 녹취 파문'에 묻힌 모양새다. 당내 의원들은 조 9단의 입당에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조 9단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 지도부와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조 9단은 "바둑계를 위해서 그리고 스포츠와 문화에 기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당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조 9단의 입당은 원유철 원내대표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원내대표는 국회 바둑모임인 '기우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바둑 인구가 약 1천만 명에 이르며 마인드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다"며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조 9단의 입당을 환영한다"고 반겼다.

조 9단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권 내의 순번으로 점쳐지는 20번 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9단의 입당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로 지난 1월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원 원내대표는 조 9단에 대해 "바둑으로 세계를 재패하고 바둑한류를 세계에 전파한 인재"라고 치켜세웠다. 원 원내대표는 지도부에게 조 9단 인재영입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대표는 "외부 인사를 말하는 건가, 뭘로 영입한다는 얘기냐"며 "좋은 분을 추천하면 검토하겠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후 이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아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그치는 듯 했지만 지난 9일 일부 매체의 보도를 통해 그의 입당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그간에 비춰보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이철희 전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김빈 빈컴퍼니 대표 등 다양한 직군의 인사들을 영입한 더불어민주당에 비하면 그간 새누리당의 인재 영입은 다소 초라했다. 지난 1월 10일 김 대표가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개한 6인(김태현배승희변환봉최진녕 변호사, 박상헌 정치평론가,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의 인사가 인재 영입의 전부였다.

이후 2개월이 더 된 시점에서 나온 '2호' 인재영입은 당 안팎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다. 이 때문인지 10일 오전 최고위 회의장은 평소보다 더 많은 취재진이 운집해 조 9단을 향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케 했다. 회의 시작 몇 분전 장내로 들어온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기자들에 막혀 본인의 자리에 들어가지 못 하는 촌극이 발생했을 정도였다.

예정된 시간보다 6분이 지난 9시 6분, 조 9단은 지도부와 함께 입실했고 카메라 플래시세례와 함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입당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간 새누리당은 '윤상현 녹취 파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근 살생부·여론조사 유출·막말 등 잇따른 당내 파문에 대해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을 사자성어로 말한다면 '이전투구'다"라고 비판했고 이인제 최고위원은 "대의를 위해 작은, 사소한 감정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김 대표가 윤상현 의원의 사과를 받을 것을 종용했다. 원 원내대표도 회의 종료 직전 "윤 의원이 김 대표가 있는 최고위에 와서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에서는 김을동 최고위원의 고성이 터져나왔고 간간이 누군가 탁상을 내리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회의가 마무리되기 전 먼저 자리를 떠났고 이후 윤 의원이 최고위장을 찾아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시간 내내 대다수 취재진은 '윤상현 녹취 파문' 취재에 열중했다. 해당 취재는 11시 8분 원 원내대표의 백브리핑을 끝으로 종료됐다. 불과 두 시간전 조 9단 입당 소식에 반응하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최고위를 마친 원 원내대표는 대기하고 있던 조 9단과 함께 11시 40분께 원내대표실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최고위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의 수에 비하면 확연히 줄어 있었고 질의응답의 양도 비교적 적었다. 윤 의원에게 수 많은 질문이 쏟아지던 것과는 달리 조 9단 간담회에선 취재진들이 어떤 질문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윤상현 녹취 파문'에 조 9단의 입당 소식이 뒷전으로 밀리는 듯한 뉘앙스로 볼만한 현장 분위기였다.

"바둑의 묘수가 정치적 묘수와 같나?"…조 9단 향한 우려

조 9단이 다소 김 빠지는 현장 분위기 속 입당한 가운데 당내 일각에선 정치계로 들어온 조 9단을 향한 우려의 의견이 새어나왔다. 바둑의 수싸움을 정치의 수싸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해서 바둑을 향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타이밍상으로는 적절한 영입이라 본다"면서도 "평생 바둑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분이 정치 쪽을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둑의 수싸움에는 능할지 몰라도 정무적인 감각은 그것과는 다르다. 또한 정치는 자신의 생각을 말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도 아직은 의문"이라며 "만약 당선이 된다면 첫 입법 발의를 통해 정책에 대한 부분이 검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새누리당에 이제는 활기차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인물이 왔으면 좋겠다"며 "지금 비례대표를 보면 4년 동안 입 한 번 안 떼고 점잖만 빼다 끝나는 사람도 많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을 봐라. 비례대표가 얼마나 많이 활동하는가"라며 "비례대표는 현실적으로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반면 조 9단을 향해 기대의 시선을 보내는 의견도 있었다. 새누리당 사무처 내 한 관계자는 본보에 "직능을 대표하는 비례대표의 특성상 매번 총선 때마다 우려의 목소리는 많았다"며 "조 9단이 당선됨녀 바둑계 외에도 문화,레저,스포츠 쪽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 9단 같이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 비례 후보로 오면 총선 선거운동에서 유세활동에도 가담할 수 있는 등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19대 때 비례 후보였던 이에리사 의원도 처음에는 '탁구인이 정치를 할 수 있냐'는 우려를 받았지만 선거 유세 때도 도움이 됐고 지금 의정활동을 잘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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