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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짜리 꿈'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5월은 푸르지 않다


입력 2016.05.05 05:41 수정 2016.05.05 05:53        목용재 기자

<다문화가정 사각지대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만나다①>

30일 마다 갱신 단기비자로 한국체류 기간 연장하는 '사연'

정부가 지난 2006년 4월 다문화가족 사회통합지원대책을 마련한 이후 10년이 지난 올해 3월, 황교안 국무총리가 다문화 정책 10년 성과를 계승하면서 성장주기별 자녀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등 다문화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다문화사회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다문화가정의 '사각지대'인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정책과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다. 일선 실무자들조차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개념조차 정리돼있지 않아 업무의 혼선을 빚기도 한다. 데일리안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잠정적 한국인'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 높이자는 취지로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한국 정착 생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그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중도입국 청소년 진로지원 프로그램 '무지개 Job아라' 수강생들이 바리스타 직업 체험을 하고 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제공.(자료사진) ⓒ연합뉴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중도입국 청소년 진로지원 프로그램 '무지개 Job아라' 수강생들이 바리스타 직업 체험을 하고 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제공.(자료사진) ⓒ연합뉴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생활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는 중국 국적의 A양(19, 한족)과 B군(16, 중국 동포).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비자 확보다. '중도입국청소년'이라는 이유로 그들이 발급받을 수 있는 비자는 단기비자뿐이다. 단기비자로는 귀화시험 자격요건인 거주기간 3년을 채울 수 없다는 점이 아이들의 고민이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무작정 부모님을 따라 한국 생활을 시작한 A양과 B군은 점차 한국 생활에 적응하며 한국 정착을 꿈꾸게 됐다. 부모님이 한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들어왔지만 중국과 다른 편리한 대중교통, 깨끗한 생활환경, '한류문화'의 본산, 상대적으로 발전된 사회에 대한 동경 등 이들은 점차 한국이라는 사회에 매료됐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귀화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3년 이상 거주라는 그들에게는 불가능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A양과 B군이 소지하고 있는 비자는 각각 C-3-9(일반관광) 비자와 C-3-8(동포방문) 비자로 한국 체류가 가능한 기간은 최대 90일 정도다. 이 아이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한 조건으로 이들은 정기적으로 중국으로 돌아가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잠재적 국민'인 이들에 대한 비자발급 기준을 장기적이고 전략적이 차원에서 좀 더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A양은 지난 2월에 입국한 이후 비자 갱신을 위해 벌써 세 차례나 중국을 다녀왔다. 30일짜리 비자이기 때문에 조만간 또다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B군(2015년 9월 입국)은 '중국 교포'라는 이유 때문에 A양보다 사정이 낫지만 3개월에 한 번씩 두 차례 중국을 다녀왔다. B군도 세 번째 중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비자만 발급 받기 위해 엄마랑 중국에 2~3일씩 다녀오는데요, 너무 불편하고 복잡해요. 중국에 머무는 동안 한국어를 배우지 못하는게 제일 아쉬워요."(A양)

"중국에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서 아침에 중국으로 가서 비자를 발급받고 오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데요, 시간과 돈이 너무 아까워요. 공부도 못하고, 학원도 못가고 하루를 그냥 날려야 하니까요."(B군)

한 중도입국청소년이 한글공부를 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한 중도입국청소년이 한글공부를 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A양과 B군은 지난 1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중국에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장기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소연했다.

16세의 B군은 비자 갱신을 위해 혼자 중국을 다녀올 정도로 비자 갱신이 능숙해졌다. 일상이 돼버린 셈이다. 30일마다 한 번 씩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A양은 일정에 비자 갱신일을 반드시 기록해 놓는다. 짐 꾸리는 일도 익숙해져버렸다. 이 같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은 한국인으로서 살고 싶다.

A양은 "중국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으면 한국 대학교에서 웹디자인을 공부하고 싶다. 한국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지다인 회사에 취직해 이곳에서 정착해 살고 싶다"면서 "대학입학과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해 한국어를 더 잘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B군도 "한국에서 요리사가 되면 장기비자로 변경도 가능하고 돈도 벌 수 있어서 영주권도 취득할 수 있다"면서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한국에 정착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4일 법무부에 따르면 비자는 외국인의 외국허가 신청에 대한 영사의 입국추천 행위로 신청인의 입국 및 체류 목적, 활동범위에 따라 종류가 세부적으로 나뉜다. 영주권을 포함해 한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F계열의 비자를 취득하는 것이 중도입국청소년들의 바람이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체류기간이 2년인 방문동거(F-1)비자를 얻으려면 출생당시 한국국적이었던 입양인이나 정부수립(1948.8.15) 이전 해외로 이주한 동포1세, 주한외국공관원의 가사 보조인, 외교 혹은 협정 자격에 해당하는 자의 동거인 등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

체류기간이 3년인 거주(F-2) 비자의 경우 외국인 투자가, 대한민국 국민의 미성년 외국인 자녀, 혹은 영주권(F-5)을 갖고 있는 사람의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 난민 등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

6개월 기간의 구직비자와 체류기간이 2년인 유학(D-2)비자도 있지만 중도입국청소년들의 자격으로는 발급받을 수 없다. 상당수 중도입국청소년들의 부모들조차 단기비자인 경우가 많아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장기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쉽지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중도입국청소년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확립돼 있지 않다"면서 "여성가족부조차도 이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도 "정부조차 중도입국청소년의 개념을 정립해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보살핌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정부에서 다문화가정을 올해 다시 강조해서 일선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일선의 실무자들조차 이들의 사정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지적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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