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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양동시장 간 더민주 초선들...4년 뒤에는?


입력 2016.05.15 07:55 수정 2016.05.15 09:15        조정한 기자

<기자수첩>술자리 호기로 시작된 시장 방문 시민들 쓴소리 숙연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표창원, 최운열, 임종성, 박용진, 김경수 등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13일 오전 광주시 서구 양동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를 마친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표창원, 최운열, 임종성, 박용진, 김경수 등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13일 오전 광주시 서구 양동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를 마친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당선자 1박2일 워크숍 마지막 날인 지난 13일. 초선의원 20여 명은 광주 양동시장과 송정5일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국밥을 먹었다. 이들의 모습은 흡사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를 떠올리게 했다. 전날 '광주시민에게 듣는다' 대담에서 광주지역 인사 5명에게 호남 참패 이유를 비롯 각종 쓴소리를 78분간 들은 뒤였다.

우상호 더민주 신임 원내대표는 워크숍 시작 전 당선자들에게 "123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이 됐지만 호남에서 패배했다"며 "오늘은 겸허하게 경청, 반성하고 (새로이) 거듭나겠다는 약속을 드리려고 왔다"고 말해 '놀러 온 것이 아님'을 확실히 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앞으로 결석하거나 불성실하게 활동할 경우 상임위원회 배치 때부터 불이익을 드릴 것이다"고 일침을 놓은 데 이어 두 번째 경고였다.

'더민주'에 대해 비교적 잘 알지 못하는 풋풋한 초선의원들은 워크숍 첫날부터 호랑이 같은 다선(多選) 의원들 사이에 섞여 김종인 당 대표의 경제민주화 특강과 쓰디 쓴 호남 민심을 들었다. 이어 6선(20대 국회 기준) 문희상, 정세균 의원 등과 한 조가 돼 릴레이 토론까지 했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초선 30여 명은 이날 저녁 간단한 뒤풀이 자리에서 "광주까지 왔는데 이대로 갈 수 없다. 가서 절이라도 하자"며 아침에 시장을 방문하겠다는 호기를 부렸고 워크숍 내내 '선도부장'으로서 의원들의 행동거지를 감시한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허락까지 받아냈다.

양동시장 상인들이 콩나물, 두부 따위를 반 이상 팔아치운 13일 아침. 이 계획을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박용진 당선자와 표창원 최운열 김경수 임종성 당선자 등 5명은 양동시장 입구에서 "국회 의원 당선된 초선들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워크숍하고 왔습니다. 잘하겠습니다" 등을 외치며 시장 곳곳을 누볐다. 한 당선자는 "열심히 하겠다. 도와달라"고도 했다.

상인들은 대부분 웃음으로 응원했지만 쓴소리도 던졌다. 얼린 동태를 팔기 좋게 썰던 한 상인은 "열심히 해야 밀어주지. 얼마나 열심히 했길래!"라며 소리쳤다. 웃고 있었지만 칼질엔 힘이 들어갔다. 부모님에게 혼나는 아이처럼 당선자들은 "잘할게요" "우리가 더 잘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려고 직접 나왔어요"라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초선의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골 국밥집이라고 알려진 한 가게에서 뜨거운 국밥을 천천히 비워냈다. 노 전 대통령이 식사했던 자리에 앉은 김 당선자를 보고 농담을 건네며 웃음꽃을 피우던 것도 잠시, 국밥 한 숟가락에 당의 고민을 얹어 삼켰다.

표 당선자는 "호남에서 더민주가 참패해 광주시당이 와해되고 있다"며 걱정했고 이에 "'광주 비상대책위원회' '호남 비상대책위원회' 만들어달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냐"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논의했다. 김 당선자는 "호남에 방문했을 때 지역 주민들과 막걸리라도 한잔하며 친해져야 고민들을 들을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며칠 전 김 대표가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며 신신당부한 것을 실천하려는 모습이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준비운동을 마친 초선들에게 20대 국회 개원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4년이라는 국회의원 임기를 선물로 받게 된 이들은 우 원내대표로부터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등 당내 계파에 연연하지 말고 오는 2017년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도록 '성실히 일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여기에 호남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이개호 의원(담양·장성·영광·함평)을 도와 '호남을 챙겨달라'는 시민들의 암묵적인 주문까지 들은 상태다.

"국회라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여러분들이 확신하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항상 '국민들이 어떤 변화를 원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 대표가 초선의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시민을 만나겠다는 생각으로 양동시장 방문을 추진한 것처럼 확신을 실천으로 옮기는 그 '초심(初心)'을 이들이 4년간 유지할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조정한 기자 (impactist9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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