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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도 경제도 아닌 충청이다? 여도 야도 '구애'


입력 2016.05.16 10:55 수정 2016.05.16 11:01        고수정 기자

정치권, 충청권 출신 인사 대거 기용…대선 앞둔 전략

새누리 ‘반기문’ 영입,·더민주 ‘호남-충청 연합’ 포석

이원종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용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데일리안 이원종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용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데일리안

여야가 ‘충청’에 주목하고 있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 수뇌부에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일각에서는 ‘충청권 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표현한다. 충청이 24년 만에 지역 정당 없이 치러진 총선을 시작으로 내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캐스팅 보트’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여권과 야당 모두 ‘구애’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 인사 기용이 가장 도드라지는 곳은 단연 여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이 실장은 충북 제천 출신으로 충북지사를 세 차례나 지낸 ‘행정의 달인’이다. 같은 날 새누리당에서도 ‘충청’ 출신인 정진석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혁신위원장에 대전 출신 김용태 의원을 내정했다. 정 원내대표는 ‘JP의 정치적 제자’라고 표현될 만큼 차세대 충청 정치인으로서 주목되고 있다. 김 혁신위원장은 서울 양천을에 지역구를 뒀지만,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교를 나오는 등 충청에 뿌리를 뒀다.

새누리당의 충청 구애 움직임은 원내대표 경선 당시에도 있었다. 세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 조합에서 모두 충청권 인물이 포함됐다. 정 원내대표는 물론 원내대표 경쟁자였던 나경원 의원과 이명수 정책위의장 후보가 충청권 인사로 분류된다. 나 의원은 서울 동작 출생이지만 부친의 연고지가 충북 영동인 점에서 나 의원 스스로도 ‘충청의 딸’이라고 말한다. 이 의원도 충청 토박이로 지역구도 충남 아산갑이다.

야당에도 충청권 인사가 지도부에 이름을 올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충남 천안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완주 의원을 원내수석부대표에 임명했다. 박 원내수석은 야권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거캠프 대변인을 지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11일 정책위의장에 변재일(충북 청주·청원) 의원,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위원장에 오제세(충북 청주 서원) 의원을 임명했다. 국민의당 지도부에는 충청권 인사가 없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인사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야가 각각 영·호남에 텃밭을 두고는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 만큼, 지역 정당 없는 충청에 구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청은 역대 대선에서 대세를 가르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왔다. 이번 총선에서도 충청은 총 27석 중 새누리당에 14곳을, 더민주에 12곳을 안겼다. 1곳은 무소속 이해찬 의원의 지역구로 사실상 더민주 소속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여야에 거의 균등한 민심을 보였다고 풀이된다. 충청에서 단 한 번도 대통령을 배출한 적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열망을 자극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6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여야가 모두 대선 준비에 들어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평론가는 “여권과 야당이 꼭 충청권 인사를 기용해야겠다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역 배려 차원에서 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여야의 상황을 공통적으로 따져 보고, 총선에서 충청 민심도 여야 모두에 가능성을 열어놓는 선택을 한 것을 봤을 때 대선을 겨냥한 구애라고 분석된다”며 “충청에서 단 한 번도 대통령이 배출되지 못한 것을 의식한 것도 있다”라고 했다.

다만 총선 이후 정치 지형이 변화된 만큼 여야가 인선에 내포한 의미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우선 여권의 경우 총선에서 차기 주자로 꼽히던 인사들이 낙마하거나 내상을 입으면서 꺼낼 ‘카드’가 사라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당, 특히 친박계에서는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의 안정화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혁신과 쇄신에 걸맞은 새 인물을 부각해야 한다. ‘반기문 대망론’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올 연말에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충청권 인사다. 차기 대선주자를 뽑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며, 충청과 영남권에서는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 실장을 자신의 ‘오른팔’로 선택한 것도 반 총장과의 관계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이 실장과 반 총장은 충청권 출신 인사 모임인 ‘청명회’에 함께 소속돼 있는 등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에서도 이달 말 방한하는 반 총장의 일정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16일 YTN 라디오에서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반 총장을 (대권주자로) 모셔야 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말”이라며 이를 증명했다.

이에 대해 이 평론가는 “이번 인선을 통해 여권에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 전략에 돌입한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며 “여권의 대선 주자는 결국 주류인 친박계의 손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놓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도 “여당은 지금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인 데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오래 전부터 반 총장을 대안으로 여기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며 “여당이 총선에서 선전한 곳이 충청이라고 봤을 때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과 충청을 연합으로 가정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의 경우 ‘대선 주자’보다는 ‘민심 구애’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장기간 여야 주자를 통틀어 1위를 유지하고 있어 여권에 비해 다른 ‘카드’가 비교적 불필요하다. 이 때문에 캐스팅 보트로 작용한 충청 민심을 더욱 끌어안아야 한다는 전략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5대 대선에서의 더민주 전략을 재구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15대 대선 정국을 앞두고 더민주의 전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민련의 김종필 전 총리와 손잡으면서 ‘DJP 연합’을 구축했다. 호남과 충청, 보수와 진보의 표를 결집시키며 헌정 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다고 평가된다. 더민주가 그동안 해왔던 ‘대선 승리 방정식’(호남+영남 개혁세력+진보 총망라)이 지난 대선에서 통하지 않은 만큼 충청에 눈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엄 소장은 “야당과 진보가 보수를 이긴다는 소위 친노 진영의 오래된 대선 승리방정식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확립됐는데, 지난 대선에서 실패했다”며 “호남 입장에서는 호남과 영남 연합론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권 교체를 위해 DJ의 대선 승리 방정식을 대입해야 하고, 그래서 충청권 인사 기용을 통해 충청에 기틀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충청권 인사 기용이 인물난에 따른 것이라는 단순한 의미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총선 참패에 따른 책임론 화살이 친박계에 가 있고, 당 내에서 혁신위원장 등 중량감 있는 임무를 수행할 적자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더민주도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에 도전하는 중진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우연찮게 충청권 의원들이 지도부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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