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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맞짱 승부에서 자살골만 넣은 이창명


입력 2016.05.24 13:29 수정 2016.05.24 13:41        민교동 객원기자

경찰 측 음주운전 혐의 입증 위한 증거 확보

이창명, 음주운전 부인…동석자들 증인 거부

“화요는 소주가 아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2년 사이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로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들이 다시 연예계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평균 자숙 기간이 6.6개월이었다. 사실 요즘에는 물의 연예인의 자숙기간이 물의 내용보다는 연예인 개개인의 특성과 더 밀접해지고 있다.

인기가 많고 호감형인 연예인은 자숙기간이 평균보다 조금 짧지만 비호감이던 연예인은 작은 물의 하나로 연예계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너무 신뢰를 많이 얻은 유형이던 연예인들은 오히려 하나의 실수로 빚어진 물의에 실망하는 팬들이 너무 많아 컴백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반면 2000년대 초반에는 사안에 따라 일정 수준의 자숙 기간이 정해져 있었다. 딱히 규정된 자숙 기간은 아니지만 연예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사안으로 매스컴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물의 연예인 관련 기사를 작성할 정도였다.

2000년대 초반에도 음주 운전은 대략 6개월여의 자숙기간이 통용됐다. 사고나 무면허 등의 악재가 더해진 음주운전은 이보다 더 긴 자숙기간이 필요했다. 이런 흐름이 요즘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몇 년 새 음주운전에 연루된 연예인 가운데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노홍철의 경우 1년여의 자숙기간이 필요했다.

개그맨 이창명이 지난달 20일 차량을 몰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교차로에서 사고를 낸 가운데 음주운전 의혹과 관련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그맨 이창명이 지난달 20일 차량을 몰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교차로에서 사고를 낸 가운데 음주운전 의혹과 관련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균 6.6개월. 만약 이창명이 교통사고를 낸 직후 깔끔히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그에게도 6.6개월여의 활동 공백이면 충분했을 수도 있다. 물론 교통사고를 낸 터라 자숙기간이 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 다른 차량이나 사람과 충돌한 교통사고가 아닌 터라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아 사고지만 그리 큰 악재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음주운전을 강하게 부인하는 이창명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 있다. 법원까지 가서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받는다면 모르겠지만 음주운전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창명의 자숙기간은 6.6개월을 훨씬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자숙기간이 무한대로 늘어날 수도 있는 절대물의의 영역인 ‘대국민 거짓말’이라는 침범해서는 안되는 영역까지 다가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창명은 지난달 20일 차량을 몰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교차로에서 사고를 냈다. 그런데 사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창명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정리를 부탁한 뒤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여기에 첫 번째 혐의인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가 적용됐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다른 차량이나 사람 등 피해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 사건인만큼 우선 급한 것은 역시 사고를 당한 이창명의 건강이다. 당연히 사고 후 조치를 해야 했지만 당시 몸 상태가 빨리 응급실에 가야 했다면 이 정도는 대중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후 20여 시간 동안 연락이 두절됐다는 부분이다. 그날 오후 늦게 경찰서를 찾은 이창명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고 연락이 되지 않은 까닭도 해명했다. 음주운전 관련 혐의는 강하게 부인했다. 이미 20여 시간의 시간이 흘러 그의 몸에서 술의 흔적도 사라진 뒤였다.

음주운전 도중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이처럼 잠적했다가 혈중알코올농도가 ‘0’가 된 뒤 나타날 경우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런 논란에 강신명 경찰청장이 직접 이창명 사건을 언급하며 음주 여부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연이어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 나서 강력한 수사 의지를 천명했다. 이처럼 경찰 수뇌부가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이창명 사건은 어느새 경찰 전체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음주를 부인하는 이창명과 음주를 입증하려는 경찰의 싸움이 시작됐다. 경찰은 사고 직전 이창명이 머물렀던 식당 내 CCTV 영상과 식당 종업원의 진술을 확보했다. 반면 이창명과 동석했던 이들은 진술을 거부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경찰은 이창명이 사고 직전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건 통화 내역과 중앙선을 넘어 운전하는 사고 직전 운전 영상 등도 확보했다. 이처럼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되는 간접 증거는 거듭 공개됐지만 이런 정황들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돼 유죄를 이끌어 내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여기서 경찰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바로 경찰이 확보한 인근 병원 응급실 진료기록. 여기에는 이창명이 의사에게 ‘소주 2병을 마셨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기본적으로 의사가 응급실 진료기록에 거짓을 기재해 놓을 까닭이 없다.

강신명 경찰청장에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까지 나선 상황이라 그런지 경찰은 이창명의 음주 의혹을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가 마련됐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사고 후 미조치, 자동차관리법상 불법 명의 이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의무보험 미가입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이창명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건 경찰에 맞서는 이창명 측의 모습이다. 우선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평상시 공황장애와 과호흡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사고 직전 술자리에 동석했던 이들이 모두 일체의 진술을 거부했다. 이창명 측은 “같이 술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이창명이 술을 마시지 않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경찰 조사에 응해 음주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지만 정작 진술은 거부하고 있다.

또한 이창명 측은 응급실 담당 직원들이 이창명에게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경찰이 응급실 직원들을 통해 당시 이창명에게 술 냄새가 난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과는 반대 주장이다. 또한 응급실 CCTV에 대해서도 경찰은 술 취한 사람의 행동으로, 이창명 측은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의 행동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찰이 꺼내 든 비장의 카드인 응급실 진료기록에 대해서도 이창명 측은 ‘음주사실을 숨기기 위해 응급실로 도주했다는 것’과 ‘음주사실을 숨기러 응급실에 간 이창명이 소주 2병 마시고 운전했다고 이야기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소주 2병’에 대해 경찰 조사에서 당일 마신 술은 소주가 아닌 ‘화요’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두 가지 정황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다만 사고 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 20여 시간 동안 연락두절 상태였다는 그날의 상황 자체가 대부분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고 대중이 다른 연예인의 음주 논란보다 더 이 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역시 바로 이 부분이다.

또한 화요는 소주의 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소주라고 표현해도 문제가 없다. ‘처음처럼 2병’이나 ‘참이슬 2병’이라고 말했다고 ‘소주2병’이 아닌 것은 아니듯이 ‘화요2병’ 역시 ‘소주2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처럼 이창명 측은 거듭 경찰과 상반된 주장을 내놓으며 다투는 분위기를 연출해왔다. 경찰과 다투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 관리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이창명에겐 ‘불법 명의 이전’과 ‘의무보험 미가입’이라는 두 가지 혐의가 더해졌다.

이는 소위 말하는 ‘불법 대포차’를 의미한다. 이번 이창명 사건을 두고 한 연예관계자는 “이창명 씨가 평소 술을 못 드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 이번 사건을 의아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미안한 얘기지만 차라리 음주운전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랬다면 음주운전 하나로 끝날 일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안 좋은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고 말했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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