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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고래 싸움에 당협위원장 등 터진다


입력 2016.05.24 05:32 수정 2016.05.24 05:34        문대현 기자

정진석호 출범 후 더 심해진 계파 갈등

원외 당협위원장 "원외 인사들 목소리 더 반영하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축하를 위해 열린 '충청향우 친선의 밤' 행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축하를 위해 열린 '충청향우 친선의 밤' 행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진석 원내대표 취임 후 터진 새누리당 계파 갈등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의 내홍은 점점 깊어만 가는 가운데 원외 당협위원장들도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보도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는 오는 25일 원내·외 당협위원장 총회를 열어 당 쇄신 방향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할 예정이었으나 알려지지 않은 사정으로 무산됐다.

당 관계자는 "당초 예정돼 있지 않던 일정"이라고 설명했으나 당 안팎에서는 비박계가 수적 우위를 점할 것을 우려한 친박계가 반발해 무산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17일 친박계 인사들의 집단 보이콧으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줄줄이 무산된 이후 당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친박계와 비박계는 자신들의 프레임에 빠져 배치되는 주장만 하고 있을 뿐이며 나홀로 당을 이끌고 있는 정 원내대표는 그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정 원내대표는 22일 언론과 통화에서 "친박과 비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 굳이 분류할 필요가 있다면 주류, 비주류라고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에게는 '친박'도 '비박'도 아닌 '낀박'이라는 새로운 닉네임이 부여됐다.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엎고 원내대표에 오른 정 원내대표의 요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칭호로 볼 수 있다.

지지부진한 계파 싸움이 계속되는 상황에 당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 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분분하다.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PK(부산·경남) 지역 비박계 인사들이 당을 나와 제4당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비박계가 국민의당과 연합을 할 거라는 추측도 있다.

이와 함께 친박계와 비박계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정치적 타협을 단행해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조기전당대회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설'일 뿐 여전히 당의 앞 길은 불투명하고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 사이 국민들이 갖는 여당에 대한 신뢰도는 서서히 추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새누리당의 극심한 계파 갈등에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중앙당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아 민심을 잃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2월 6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새누리당의 극심한 계파 갈등에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중앙당에서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아 민심을 잃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2월 6일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속 타는 원외 당협위원장 "너무나 실망스럽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원내에 있는 의원들은 물론 각 지역을 지키고 있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표정도 일그러져 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과는 무관한 중앙 정치에서의 계파 갈등으로 당이 바닥 민심을 잃어 가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14년부터 수도권 한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아오다 20대 총선에 나서 낙선한 한 인물은 2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바닥 민심을 듣기 위해서는 중앙당에서 원외 당협위원장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이날 25일 원외 당협위원장 총회가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했다는 그는 "전당대회 같은 행사 때마다 공약으로 원외 위원장들도 적극적으로 당무에 참여시킨다고 말은 해놓고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며 "요즘은 지역을 돌다 보면 선거 직후보다 더 분위기가 악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외는 친박, 비박과 같은 포지셔닝이 잘 없는데 원내 중심의 기득권 체제에서의 일들로 원외 위원장들까지 피해 받는 경우가 많다"며 "무조건 원내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원외까지 포괄해 운영하는 것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원외 당협위원장 출신 인사는 본보에 "당이 차라리 없는 게 나은 상황까지 되고 있다. 서로 네 탓만 하고 있는 이게 무슨 당이냐"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원외 당협위원장 총회 무산에 대해 "정 원내대표의 입장에서는 친박계 때문에 총선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원외 당협위원장을 모아 놓고 위세를 더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며 "친박계가 그것을 몰랐을 리는 없고 그래서 미루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은 전쟁에서 완전히 철수하지도 못하고 진격하지도 못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기만 하는 상황과 같다며 "더 이상 당에 대해서 기대를 한다든가 서운한 감정도 없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내뱉었다.

당이 파산 상태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계파 갈등에만 빠져 있는 상황에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 말고 다른 방안을 모색할 길이 없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저마다 볼멘소리를 내놓았다. 그 중 일부는 더 이상 이 사태를 지켜볼 수 없어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서울 지역에서 원외 당협위원장을 맡아오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한 인물은 "나는 최근 당협위원장직을 내려놨다"고 털어놨다. 지금의 당 상황에 더 이상 희망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모습이다. 목불인견(눈으로 차마 참고 볼 수 없다)"이라며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지금 뭐가 원인인지 다 알 수 있는데 중앙에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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