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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갔다 내려갔다' 최룡해, 2인자 굳혔나


입력 2016.05.24 05:34 수정 2016.05.24 05:36        하윤아 기자

전문가 "최룡해 장의위원장 임명은 신설된 정무국 역할과 연관성 있어"

리수용-리용호 등 '외교라인' 약진 두드러져…군 세력 약화는 여전

22일 평양에서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장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22일 평양에서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장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에 최룡해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무국 부위원장이 임명됐다. 그간 숱한 권력 부침을 겪은 최룡해가 장의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이번 7차 당대회에서 신설된 정무국이 북한 내 권력 조직 중에서도 중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강석주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따르면 최룡해는 장의위원장으로 가장 첫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최룡해는 지난해 말 사망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는 김기남 노동당 비서 다음인 6번째에 거명된 바 있어, 5개월 사이 권력 서열이 높아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장의위원회 명단은 북한의 당·정·군을 통틀어 권력의 순위에 따라 이름을 나열하고 있어 현 북한 엘리트 권력 서열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치러진 노동당 대회를 통해 건재를 과시한 최룡해가 장의위원장에 임명됨으로서 명실공히 북한의 권력 실세로 다시 떠올랐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최룡해가 탄탄대로만 달려왔던 것은 아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당시는 물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에도 여러 차례 혁명화 과정을 거치며 이른바 ‘충성검증’을 받아왔다. 특히 김정은 집권 후에는 황병서에게 총정치국장 자리를 내주며 노동당 근로단체 비서로 물러나기도 했다. 그는 곧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복귀했지만 또다시 정치국 위원으로 강등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심지어 지난해 말에는 지방의 한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실제 그는 2015년 11월 초 사망한 리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실각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올랐고, 신설된 정무국의 부위원장으로 김정은 바로 다음에 거론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영자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3일 ‘데일리안’에 “최룡해는 정치국 상무위원 중 유일하게 신설된 정무국의 부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인물”이라면서 “그런 최룡해가 이번 장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는 것은 정무국이 그만큼 국가의 주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룡해라는 개인의 위상이 강화됐다는 점에 집중하기보다는 신설된 정무국이 국가의 주요 사무를 관장하는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리수용 전 외무상과 리용호 신임 외무상 등 외교라인의 약진도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리을설, 지난해 12월 김양건 장의위원회 명단에서는 이름을 찾을 수 없었으나 이번 강석주 장의위원회 명단에 새롭게 등장해 권력 서열이 급부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리수용의 경우에는 7차 당대회 집행부 39명 가운데 22번째로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주석단 배치에서도 김정은 바로 뒷줄에 자리해 당내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번 장의위원회 명단에서도 최태복 당 비서 다음인 6번째에 호명돼 권력의 상층부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리용호는 지난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장의위원회 명단에 포함된 뒤 줄곧 거명되지 않다가 이번에 다시 장의위원회 명단에 진입, 21번째로 이름을 올리며 권력 엘리트로 부상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본보에 “김일성 사망 이후 외무상이 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리수용은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점에 미뤄 상당한 권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리수용, 리용호 등으로 외교라인이 교체돼 앞으로 이들이 북한 외교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대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른바 ‘공안라인’도 여전히 부동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지도부 출신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은 김양건 사망 당시와 비교해 순위에 큰 변동이 없었다. 이에 더해 정찰총국장을 겸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영철이 이번 장의위원회 명단에서 10번째에 거론되며 순위가 급등했다.

반면, 군부의 세 약화는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번 당대회 당시 정치국 위원에서 물러난 군 원로 리용무와 오극렬은 이번 장의위원회 명단에서도 10계단가량 밀려났다.

이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직지도부 출신 인물들은 여전히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고, 김영철은 계속 승진하고 있는데 야전군 세력들은 계속 몰락하고 있다”며 “소위 선당정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공안세력들이 김정일 시대 부상했던 인물들을 제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핵·미사일 총책인 리만건 군수공업부장의 권력 서열이 점차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리을설 사망 당시 156번째에 거론된 리만건은 약 한달 뒤 김양건 사망 당시에는 29번째로 이름을 올렸고, 이번에는 11번째로 호명돼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아울러 안정수 경공업부장의 부상도 주목된다. 그는 과거 장의위원회 명단에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지만, 이번에 35번째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대회 당시 김정은 바로 뒷줄에 자리가 배치돼 리만건과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현재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이번 당대회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천명한 이상, 핵과 경제 분야를 이끌어갈 책임 인물로 리만건과 안정수를 발탁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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