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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지지자들도 부처님을 닮아가야 하나


입력 2016.06.16 09:40 수정 2016.06.16 09:41        고수정 기자

<기자수첩>혁신을 기대했지만 하는 것마다 퇴행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책 워크숍에서 단체사진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정책 워크숍에서 단체사진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패배, 또 패배. 쓴 잔을 셀 수 없이 마신 한 프로 스포츠구단은 약 2년 전 감독과 선수를 교체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했다. 당초 언론은 물론 스포츠 팬들은 구단의 선택이 파격적이고 신선하다고 호평했다. 그렇게 ‘명가 재건’을 꿈꿨다. 하지만 현재 이 구단의 성적은 초라하다. 물론 기회는 많이 남아 있지만,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혹자는 이 구단의 좋지 못한 성적이 같은 전략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로라하는 감독과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힘찬 출발 신호를 켰지만, 결국 체질을 바꾸지 못해 고개를 들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치도 스포츠와 같다. 새로운 기치를 내걸거나 자신의 행보를 정당화 할 때, 혹은 선거 패배 후 자성의 목소리를 낼 때 ‘혁신’을 외친다. 혁신은 통상 감독 또는 선수 교체, 포지션 재배치 등의 전략을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시대적 소명’이라는 유려한 말을 붙여서 정당화 한다.

14일, 새누리당도 이 구단처럼 파격적이고 신선한(물론 자평이다) 전열 재정비를 택했다. 당 대표에게 사무총장 이하 당직 임명에 대한 전권을 주는 등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2명을 임명하던 지명직 최고위원을 1명으로 줄이고, 청년 최고위원 1명을 별도 뽑기로 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지도부의 머릿수는 이전과 같이 9명으로 유지되고, 집단지도체제에서 이른바 ‘단일성지도체제’로 개편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4·13 총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데 따른 결정이다. 전당대회에서 감독과 선수를 바꾸고, 체질까지 바꾸는 모양새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팬과 여론의 비난을 잠재운다는 의도다.

하지만 벌써부터 혹평이 나온다. 당을 지켜보는 국민은 물론, 심지어 당 내부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당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밀실야합의 길로 갈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청년 최고위원’ 신설만 다를 뿐 결국 패배의 원인으로 꼽히는 계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특정인에게 당권을 준다는 데 묵계하고 있다는 풍문도 돌고 있다. 결국 ‘무늬’만 바뀌고 ‘체질’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김재경 의원은 15일 “공천 등 핵심이 되는 문제를 남겨둔 채 대표의 권한만 강화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이자 한국정당 발전사의 퇴행이 되고 말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이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에도 무감각해진 당을 쇄신하고, 아닌 척하면서 뒤에서 서로 돕고 챙겨주는 계파문제의 핵심을 해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적, 제도적 모든 면에서 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퇴행적 관행은 과감히 깨뜨리겠다”는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온데간데 없는 듯하다. 앵무새처럼 ‘혁신’을 외쳤던 새누리당은 새 얼굴로 리그에 뛰어들지만, 같은 방식으로 패배를 반복하는 스포츠 구단처럼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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