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테러나도 태풍 와도...여자들은 재난대처 몰라도 돼?


입력 2016.06.28 10:00 수정 2016.06.28 17:39        하윤아 기자

<남녀 따로 있는 국가재난 교육 훈련>여성 교육기회 전무

국민안전처 "여성에 강제적 의무 부과? 논의 필요한 사항"

크고 작은 각종 재난·지해 사고가 일어나면서 안전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정작 재난과 재해, 사고를 접했을 때 우리의 대처 능력을 얼마나될까.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19세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역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대응 방법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을 채 넘기지 못했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응답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군 입대-예비군-민방위 등을 거치면서 형식적으로라도 재난·재해 등에 대한 대처 교육 및 훈련을 받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데일리안은 재난과 재해에 대한 여성들의 교육 및 훈련 기회가 전무한 실태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5월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열린 '2016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훈련 참가자들이 화재발생 상황을 가정해 대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열린 '2016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에서 훈련 참가자들이 화재발생 상황을 가정해 대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끊임없는 북한의 위협과 국제 테러범죄 확산, 화재·감염병 등 사회재난과 지진·태풍·미세먼지에서 비롯되는 자연재난까지 우리의 생존과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위기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면서 안전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유독 성인 여성들은 재난·재해 등 긴급상황 대처 교육 및 훈련에 소외돼 있다.

지난달 31일 국민안전처가 공개한 '2014년 재난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14)간 50건의 대형화재 등 대규모 사회재난으로 759명이 사망하고 91조 7846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4일 역시 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 5월 재난안전종합상황 분석 및 전망'에 따르면 최근 10년(2005~2014)간 총 186건의 자연재난으로 270명의 인명피해와 6조 2695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렇듯 자연·사회재난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재난에 대비한 안전 교육이나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법적으로 정기적인 재난 및 안전 교육을 받는 미성년자와 성인 남성에 비해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은 실정이다.

현행 아동복지법, 학교보건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등에는 아동과 학생이 재난에 대비해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부는 '학교현장 재난유형별 교육·훈련 매뉴얼'을 마련해 일선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발간 5년차인 올해, 해당 매뉴얼을 개정해 최근 증대되고 있는 여러 위기 상황에 대한 내용을 추가·수정할 방침이다.

지난 2011년 발간된 교육부의 매뉴얼에는 폭염·황사·태풍·호우·대설·감염병·식중독·실습안전·화재·방사능 방재·지진·해일·민방공 대피·방사선 대피 등 상황별 행동 요령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내용에는 각 상황에 대한 일반적 개념과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개별 상황 발생 시 취해야 할 행동요령이 자세히 안내돼 있어 학생은 물론 학교와 교사의 위기 상황 대처 및 대응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성인 남성(만 20~40세)의 경우에는 민방위기본법에 따라 연 10일, 총 50시간의 범위에서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나 국가적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한다. 민방위 교육·훈련 대상자들은 정기적으로 전·평시 재난안전 사고 예방 및 대처 요령을 실습함으로써 위기 상황 시 역할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물론 현역 군 생활과 예비군 훈련을 통해서도 재난과 재해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국민 재난대비 종합훈련'(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나 자발적인 지역별 여성 민방위대, 재난재해에 대한 자발적 자원봉사 활동 등에 참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재난에 대비한 교육, 훈련을 받을 기회가 사실상 전무해 위기상황에서의 대처 면에서 다소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 현실이다.

4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원효대교 남단 일대에서 원효대교 폭파 붕괴 등 대규모 복합재난 상황을 가상으로 민·관·군 합동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원효대교 남단 일대에서 원효대교 폭파 붕괴 등 대규모 복합재난 상황을 가상으로 민·관·군 합동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실제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9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역량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해당 조사에서 남성의 44.3%가 '재난 및 안전사고 예방·대비·대응 방법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여성은 그보다 낮은 32.8%만이 '방법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재난 및 안전사고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다'는 남성이 36%인 반면, 여성은 14.2%로 성별 간 현저한 차이가 나타났다.

재난 및 안전사고 교육 경험과 관련, 평생 한 번이라도 재난이나 안전사고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남성은 81.4%, 여성은 53.5%가 '있었다'고 답해 역시 성별 간 차이가 드러났다. 최근 3년 이내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남성 46.1%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그 절반 수준인 24.4%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평생 한 번도 재난안전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661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분석한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교육내용 등의 관련 정보를 몰라서', '교육기관이 어디인지 몰라서', '받을 만한 교육 과정이 없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등에서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여성들이 어린이나 노약자를 돌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부분에서 훨씬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재난안전 관련 법령에 비상시 영유아,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재난약자를 동반한 보호자를 위한 교육내용을 보완하고, 소관 부처에 관련 교육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소관 부처는 이 같은 여가부 측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소방기본법, 안전관리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재난약자 및 재난약자를 동반한 보호자에 대한 개념과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 작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과 관련, 재난 안전 정책 관련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 측은 "현재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재난안전 교육은 없다"면서 여성에게 강제적으로 교육이나 훈련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범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할 문제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5월 제정된 '국민안전교육진흥기본법'도 국가차원에서 안전교육 전문가 양성 및 프로그램 개발을 하고 안전교육 시설에 대한 실태 점검 및 강화 등에 대해서만 명시하고 있을 뿐 정작 교육을 받아야 하는 수요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해서는 명시해놓고 있지 않다.

정규 교육과정의 미성년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활동을 명시하고 있지만 성인여성들에 대한 교육 부분은 여전히 부재해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특정 국민에게 강제성을 띠고 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은 법적 근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고, 관련 부처와의 협조도 필요한 부분"이라며 "다만 2008년부터 실시해온 범국민 재난대비 종합훈련은 대부분의 재난 분야를 다루고 있고 참여 범위도 중앙부처와 지자체, 일반 국민까지 아우르고 있어 (여성들의) 참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민방위교육법 제23조의 2에 따르면 민방위 대원이 아닌 일반 주민들도 국가재난안전교육을 받고자 하면 총리령에 따라 이를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주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것"이라며 "많은 예산을 들여 큰 규모로 수용시설을 짓는 것 보다는 지역단위에서 작은 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이 쉽게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