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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관례 깨고 사무총장 된 박명재, 뭐부터 혁신?


입력 2016.06.28 10:20 수정 2016.06.28 10:22        문대현 기자

밀박, 함박 신조어 만든 박명재, 콘텐츠 부재 비판도

새누리 "현재로서 들 수 있는 최적의 카드"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직후 박명재 신임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직후 박명재 신임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이 27일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두 번째 사무총장으로 재선의 박명재 의원을 선택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다고 알려진 박 의원은 화합면에서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지만 혁신에 있어서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비대위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박 총장 임명안을 의결하고 곧바로 임명장 수여식을 진행했다. 박 총장은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엇보다도 당의 발전, 박근혜정부의 성공, 대권창출이 우선"이라며 "화합과 결속, 변화를 위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의원들 간 서로 다른 견해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다름의, 차이의 문제다. 공감의 폭과 이해의 넓이를 넓혀가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중립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당무를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밀박'(모든 박씨를 밀어주는 박씨), '함박'(함께하는 박씨)으로 칭하기도 했다.

박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과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지낸 정통 공무원 출신이다. 그는 당내 양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모두와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상욱 대변인은 26일 박 총장 내정을 발표하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성공적인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할 적임자라고 김 위원장은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희옥호' 1기에 탑승했던 권성동 전 사무총장은 비박계로 분류됐던 인물로 김 위원장과 사사건건 의견 충돌을 빚었다. 27일 사퇴를 선언한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니 '계파 청산'을 제1기치로 내세운 비대위는 전혀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특정 계파의 옳고 그름을 떠나 각 계파별 색채가 너무나도 뚜렷해 화합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던 것.

김 위원장은 "박 의원은 높은 경륜과 애당심을 가진 분으로 어려운 시기에 화합 속에 당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 말은 곧 박 총장에게 큰 변화와 완전한 혁신보다는 좁게는 비대위 내, 넓게는 당 전체의 계파를 모두 아우르며 오는 8월 9일 전당대회까지 당력을 하나로 모아주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총장은 오래도록 공무원 생활 중 다양한 리더를 경험하며 키워 온 합리적 성향을 바탕으로 항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김희옥호'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조타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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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박 총장 내정 소식을 전하며 "사무총장 혁신으로 당내 상황이 정리됐다. 혁신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 총장에게 당 화합과 동시에 새로운 혁신도 기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 총장이 혁신에 적합한 인재인지에 대해선 의문스럽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중립의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모든 것이 조직적으로 움직여지는 우리 정치 특성상 무언가를 새롭게 추진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27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을 하려면 본인의 콘텐츠가 있어서 대중이 볼 때 '저 사람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당을 이끌겠다'는 기대가 들게 해야 하는데 박 총장은 그것과는 거리가 좀 멀다"며 "또 평소 정치적으로 자신의 소신이나 철학이 뚜렷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합, 소통, 포용, 민주, 통합 등의 이름에는 어울리는 면이 있다"며 "기존에 거론되던 홍일표, 이철우 등 3선 의원들이 선임되지 않은 것은 이 사람들이 강성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권성동 전 사무총장도 강성이었는데도 김 위원장과 부딪히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새누리당의 혁신이라는 것은 이미 물 건너 갔다.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당은 무난하게 전당대회 준비를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박 총장에게 혁신에 대한 큰 기대를 한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3선 의원들로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선 "전당대회 이후 대부분 지도부가 교체될텐데 3선 의원들에게 지금의 사무총장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 큰 비중있는 자리라 할 수 없다"며 "오히려 8월 전당대회 이후 선임될 사무총장이 더욱 비중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새누리당에 복당한 윤상현 의원도 재선 시절이었던 지난 2014년 5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대비해 꾸려진 '이완구 비대위'에서 사무총을 맡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지방선거에 이어 7.14 전당대회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뒤 7월 말 직에서 내려왔다. 이후 사무총장은 신임 지도부였던 김무성 전 대표에 의해 3선의 이군현 의원이 맡게 됐다.

이러한 외부의 평가에 대해 지 대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은 이미지나 성격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실제로 일을 어떻게 하는지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고심 끝에 (박 총장을) 현재로서는 최적의 카드로 생각해 결정했다. 박 총장은 예전 장관을 지낼 때에도 의욕적으로 일을 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무총장을 재선 의원으로 임명한 것은 격을 낮춘 것이 아니라 40여일 남은 전대 분비와 혁신비대위의 혁신을 추진해나가는 데 박 총장을 가장 적합한 인사라고 본 것"이라며 "단순히 선수로 따질 일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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