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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더블 해본 오승환, 평행이론 재연할까


입력 2016.07.28 14:41 수정 2016.07.28 14:4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008년 라이언 프랭클린 이후 더블-더블 도전

KBO리그 첫해 신인왕 물론 트리플 더블 작성

2008년 프랭클린 이후 불펜 더블-더블에 도전하는 오승환. ⓒ 게티이미지 2008년 프랭클린 이후 불펜 더블-더블에 도전하는 오승환. ⓒ 게티이미지

입단 첫 해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찬 오승환(34)이 세인트루이스에 희귀한 기록을 안겨줄 전망이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종료 후 한신과의 재계약 대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그를 원하는 팀이 있었다. 바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강자 세인트루이스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과 내년 시즌 옵션이 포함된 1년 계약을 맺으며 연봉 500만 달러의 적지 않은 액수를 안겼다. 다만 오승환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보직이었다. 프로 데뷔 후 줄곧 마무리로만 활약했던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중간 계투를 맡아야 했다.

중간 계투 역시 마무리 투수와 마찬가지로 등판이 예고되어 있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로 인해 컨디션을 조절하기 쉽지 않지만, 9회 또는 상황에 따라 8회 등판이 고정된 마무리와 달리 셋업맨들은 그야말로 언제 출격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메이저리그라는 낯선 환경에 놓인 오승환이 애를 먹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시즌이 시작되고 3개월이 흐른 현재, 팀 상황은 오승환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필이면 지난 시즌까지 붙박이로 맹활약하던 트레버 로젠탈이 갑작스런 부진에 빠지며 자연스레 오승환에게 기회가 왔다. 마이크 매서니 감독 역시 오승환을 주전 마무리 투수로 낙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신인 선수에 대한 대우치고는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그렇다면 마무리를 맡게 된 뒤에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오승환은 보직 변경 후 7월 한 달간 11.1이닝을 소화했고 6개의 세이브를 수확하는 동안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 중이다. 시즌 평균자책점(1.72)보다 다소 높지만 월평균 피안타 개수가 오히려 줄었고 삼진 페이스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주목할 부분은 앞으로 오승환이 써내려갈 기록이다. 올 시즌 14개의 홀드를 기록한 뒤 마무리로 전업한 오승환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두 자리 수 세이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 바 구원 부문 ‘더블-더블’이 유력하다.

홀드 기록이 집계된 이후 세인트루이스 역사상 세이브와 홀드 모두 10개 이상 올린 선수는 2008년 라이언 프랭클린(17세이브-13홀드)이 유일하다.

구원 부문 한 시즌 더블-더블은 투수 분업화가 철저한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지난 시즌에는 짐 존슨(10세이브-25홀드), 켄 자일스(15세이브-12홀드)만이 이뤘고, 2013년과 14년에는 각각 5명씩 나왔다.

더블-더블이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다. 팀의 주전 마무리가 급작스러운 부상이나 난조에 빠질 경우 셋업맨이 그 자리를 메우는 상황이다.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처럼 말이다.

더군다나 세인트루이스는 투수 분업화 시대를 열었던 토니 라루사 감독이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팀이다. 따라서 투수들의 보직이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데 이는 후임인 매서니 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랭클린이 구단 유일의 더블-더블을 기록했던 2008년은 올 시즌과 똑 닮았다. 당시 주전 마무리였던 제이슨 이스링하우젠은 이전 시즌 재기상을 받았던 영광을 뒤로 하고 다시 부진에 빠졌고, 결국 셋업맨이었던 프랭클린과 자리를 맞바꿨다.

이후 붙박이 마무리가 된 프랭클린은 이듬해 38세이브로 정상급 클로저가 되었고, 이스링하우젠은 방출 수순을 밟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프랭클린이 35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인생반전을 이뤘다는 점이다. 오승환도 34세에 기적을 써나가고 있다.

또 하나. 오승환은 지난 2005년 삼성 입단 첫해 지금과 같이 셋업맨에서 출발해 마무리를 꿰찬 케이스다. 그해 기록은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로 더블-더블이 아닌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트리플-더블을 이룬 경험이 있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과연 평행이론은 재연될 수 있을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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