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7.27 정전협정일 , 교과서까지 '전승절'로 왜곡하다니


입력 2016.07.28 11:50 수정 2016.07.28 11:58        박진여 기자

북, 중·고등 교과서에 "미군, '조선전쟁' 패배 인정"

탈북자 "6.25~7.27 ‘반미투쟁월간’ 반미 교육 혈안"

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주년이 되는 7월 27일, 북한이 어김없이 ‘전승절’(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주장하며 왜곡 선전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북한 '위대한 수령 김일성대원수님의 혁명력사'(고급중학교 제1학년용), 평양: 교육도서출판사, 주체102(2013)년, 160쪽. 서옥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제공. 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주년이 되는 7월 27일, 북한이 어김없이 ‘전승절’(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주장하며 왜곡 선전공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북한 '위대한 수령 김일성대원수님의 혁명력사'(고급중학교 제1학년용), 평양: 교육도서출판사, 주체102(2013)년, 160쪽. 서옥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제공.

북, 중·고등 교과서에 "미군, '조선전쟁' 패배 인정하며 정전협정 조인"
탈북자 "북, 6.25~7.27 ‘반미투쟁월간’으로 정해 반미·반한 교육 혈안"

6.25 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주년이 되는 7월 27일, 북한이 어김없이 ‘전승절’(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주장하며 왜곡 선전공세를 펼치고 있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 날을 우리나라에서는 정전협정 기념일이라고 부르지만, 북한에서는 “미국과 싸워 승리한 날”로 기념하고 있다.

북한은 6.25를 ‘조국해방전쟁’으로 부르며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20년 만인 1973년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을 지정했다. 이어 43주년이 되던 1996년부터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제정해 매년 성대한 기념식을 열고 있다.

북한은 올해도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을 맞아 언론 등 문헌을 통해 ‘반민투쟁’과 ‘김일성 띄우기’에 나섰다. 특히 아이들 교육의 근간이 되는 교과서에도 6.25 전쟁의 휴전에 대해 “미군이 북한에 항복한 날”로 왜곡하고 있다.

서옥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이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교과서들은 유엔군 사령관이 정전협정에 서명하면서 패배를 자인했다고 기술하며 이 모든 것이 김일성의 현명한 선군 영도 덕분이라고 왜곡 선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개정된 북한의 고급중학교 1학년(한국의 고교 1학년 해당) 교과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대원수님의 혁명력사’는 정전협정 체결에 대해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미제침략자들은 선군으로 억세어진 조선인민군과 우리 인민 앞에 무릎을 꿇고 정전협정문에 도장을 찍었다”면서 “그처럼 가열처절하였던 3년간의 조국해방전쟁은 우리 인민의 빛나는 승리로 끝났다”고 기술했다(평양: 교육도서출판사, 주체102(2013)년, pp. 195-196.)

2003년 개정된 북한의 중학교 4학년용 교과서 ‘혁명력사’에서도 “조국해방전쟁은 우리 인민이 전인민적인 영웅적투쟁을 벌려 력사상 처음으로 세계제국주의우두머리인 미제국주의를 타승하고 자기 조국을 수호한 세계사적의의를 가지는 위대한 혁명전쟁이였다”고 기술하고 있다.(평양: 교육도서출판사, 주체92(2003)년, p. 185.)

해당 교과서에서는 또한 클라크 당시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문에 서명하면서 “나는 정부의 지시를 수행함으로써 력사상 승리하지 못하고 정전협정에 조인한 최초의 미군사령관이라는 영예롭지 못한 이름을 띠게 되었다”고 고백했다고 주장했다.

서 연구위원은 “북한의 ‘전승절’은 6.25 전쟁 당시 맥아더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이어 국군과 유엔군이 38선 돌파로 북진을 거듭할 때 국경까지 도망쳤다가 휴전으로 목숨을 부지한 김일성이 1973년 휴전협정 20주년을 맞아 패전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호전성을 주입하기 위해 정전협정기념일을 둔갑시킨 것”이라며 “‘전쟁에서 이긴 날’이라는데 실상 뭘 이겼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당국은 주민들을 상대로 6.25 전쟁이 미국과 한국의 침략전쟁이었다고 규정하며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6월 25일 전쟁 발생일 부터 7월 27일 정전협정일 까지를 ‘반미투쟁월간’으로 정하고 해마다 대남 투쟁 분위기를 조성해 내부 결속을 다진다는 것이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한 탈북자는 27일 본보에 “북한은 7월 27일을 미국과 남한의 침략을 막아내고 3.8선을 지켜낸 ‘조선전쟁 승리의 날’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6월 25일부터 7월 27일을 ‘반미투쟁월간’으로 정해 반미·반한 계급교양의 핵심 기간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언론에서도 정전협정 체결기념일을 전후해 본격적인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는 지난 23일부터 “전승 63돐, 승리는 백두산대국의 영원한 전통”이라는 코너가 개설돼 기사, 사설, 영상, 시, 해설 형태의 선전 콘텐츠 30여개가 게재됐다. 주로 ‘전승업적’을 기린다는 내용으로 최고지도자 우상화, 사상 고취 등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위대한 김일성동지의 전승업적을 후손만대에 길이 빛내여나가자’는 제목으로 “우리의 7.27은 미제의 강도적인 침략으로부터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영예롭게 지켜낸 제2의 해방의 날이며 미제국주의자들을 멸망의 내리막길에 몰어넣은 긍지높은 승리자의 명절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26일에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조국해방전쟁승리 63돌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개최해 반미투쟁을 적극 선동하기도 했다.

이날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6.25 전쟁에 대한 북한 측 입장’을 보고하며 “조국해방전쟁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함으로써 조선의 군대와 인민은 조국의 자유와 독립, 혁명의 전취물을 영예롭게 지켜냈다”면서 “만약 미제가 또다시 이 땅 위에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온다면 조선의 군대와 인민은 항복서에 도장을 찍을 놈도 없게 모조리 격멸소탕하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이룩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박진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