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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던 더민주 전대에 '대선불복' 폭탄 던진 추미애


입력 2016.07.28 20:27 수정 2016.07.29 12:15        이슬기 기자

장하나 강동원 등 '대선불복' 발언때마다 중도층 이탈

당내에서도 "일낼까 걱정했는데...왜 오버하느냐" 질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대선불복' 늪에 발을 담갔다. 내달 27일 열리는 당 대표 선거에 도전한 추미애 의원의 출마 선언문 내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당 지도부가 외연확대를 위해 사드 배치 당론까지 유보하며 '수권 정당'에 방점을 찍고 있는 시점에, 이 같은 논란은 더민주에 적잖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 의원은 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은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개입한 유례없는 관권선거였다. 이번 대선에도 이와 같은 헌정질서 파괴행위가 지속된다면 정권교체의 희망도 사라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무너질 것"이라며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내각 총사퇴 후 선거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즉각 추 의원의 발언을 '대선불복'으로 규정하는 한편, 더민주 전체에 대한 공세로 확대하고 나섰다. 김명연 새누리당 대변인은 "5선 중진 의원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 수준의 막말 사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 관권선거로 당선된 ‘불법 대통령’인가"라며 "더민주는 51.6%의 국민 지지를 얻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과 국민의 뜻을 부정하는 분이 당 대표가 되어도 무방하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대변인은 이어 "18대 대선이 끝난 것도 4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대선 불복의 미몽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지지자를 향한 인기영합 위주의 반민주주의적인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추미애 의원의 행태를 보며 안쓰러움마저 느낀다"며 "현직 대통령의 여당 탈당은 책임 정치에 대한 부정이다. 국민은 이렇게 편협한 사고를 지닌 분이 제1야당의 당 대표 후보라는 사실에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최근 더민주는 대선을 앞두고 간판급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물론, 당 대표와 원내지도부까지 나서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그간 폭탄 발언으로 여러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당 대포' 정청래 의원마저 중도층 표심과 외연확장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전대 불출마를 선언해 "더민주가 달라졌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보수층 대선주자 부재와 새누리당의 내분으로 야권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진영 논리에 발목잡혀 중도층이 이탈하는 위험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추 의원의 발언으로 더민주는 다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범주류계로 분류되는 중진 의원실 핵심 인사는 김종인 대표를 비롯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결심한 이종걸 의원을 언급한 뒤 "이쪽(이종걸)에서 문제를 일으킬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저쪽(추미애)에서 터뜨렸다"면서 "물론 틀린말은 아니지만 좀 오버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대선불복'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정의당, 무소속을 거쳐 새정치연합(더민주 전신)에 입당한 강동원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대정부질문에서 18대 대선의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며 "선거 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결국 문 전 대표가 나서 "당의 입장과 무관하다"고 수습을 시도했다.

장하나 전 의원도 2013년 1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고 보궐선거를 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현재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지난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는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총동원된 총체적 부정선거임이 명백하다"며 "부정선거 대선결과 불복을 선언한다"고 밝혀 파문이 인 바 있다. 이에 더민주는 "장하나 의원 개인의 입장일 뿐, 당의 입장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대변인 성명을 냈다.

더민주는 이같은 프레임이 씌워질 때마다 지지율 하락은 물론, 전략적으로도 상당한 곤란에 처해왔다. 추 의원의 발언이 당내 핵심 주류계의 지지를 얻고 송영길 의원 등 타 후보를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읽히지만, 전직 최고위원이자 제1야당 당 대표 후보의 발언인 만큼 더민주 전체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친노친문 핵심 지지층의 표심을 모으려고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판세가 오히려 더 불리해진 건 당연하고, 당 차원에서도 골치아픈 문제가 됐다"며 "박근혜정권이 거의 다 끝나가는 마당에 아직도 불법대선이라는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히 폭탄 수준이다. 전대가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질 수 있는데, 그렇게 우발적인 태도는 본인과 당에도 악재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추 의원 측 관계자는 해당 회견문에 대해 "발표 전에 캠프 관계자들과 미리 의논이 된 내용"이라며 말을 아꼈다. 공식 입장 발표 여부를 묻자 "어떤식으로 대응을 할지 김광진 대변인을 비롯해서 캠프 보좌진들과 지금 계속 의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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