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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 폭스바겐 샀어? 왜 그랬대?"


입력 2016.08.03 13:03 수정 2016.08.13 19:27        박영국 기자

<기자의눈>'부러움'에서 '부끄러움'으로 전락한 'VW'엠블럼

폭스바겐 TV 광고 '남들에겐 질투, 당신에겐 기회'편 캡처. 폭스바겐 TV 광고 '남들에겐 질투, 당신에겐 기회'편 캡처.

“처남 차 바꿨어?”, “폭스바겐인데?”

한때 ‘낯간지러운 CF’로 화제를 모았던 폭스바겐 TV 광고 속 대화 내용 중 하나다.

이 광고 때문에 한때 폭스바겐 운전자들이 차를 숨기고 다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유치함의 도를 넘어선 광고로 평가받았지만 적어도 광고가 방영될 당시에는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나 품질에 대한 평은 좋았으니 ‘VW’ 엠블럼에 대한 오너드라이버들의 자긍심과 주변의 질투를 구매로 유도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수긍이 갔다.

하지만 요즘 폭스바겐을 타는 ‘처남’과 ‘김과장’과 ‘지수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더 이상 질투나 부러움을 찾아보긴 힘들 것 같다.

한때 자긍심이었을지 모를 ‘VW’ 엠블럼이 이제는 배출가스 조작과 서류 위조와 안하무인격인 똥배짱의 상징이 돼 버렸으니 말이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오랜 기간 국내 수입차 시장을 지배해온 배경에는 자동차 자체의 상품성 뿐 아니라 각 회사들이 지난 브랜드 가치가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브랜드별로 쌓아온 명성에 더해 자동차의 종주국이자, 기계강국, 규칙에 철저한 ‘독일’이라는 국가의 이미지가 이 나라 자동차 업체들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높여주는 역할을 했다.

폭스바겐이 BMW나 벤츠와는 달리 대중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같은 대중 브랜드인 일본차보다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하고도 더 많이 팔 수 있었던 것도 ‘독일차 프리미엄’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불거지면서부터 이 이미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후속 조치로 미국 소비자에게는 100억달러(약 11조7000억원)의 배상액을 책정해 놓고 한국 소비자에게는 한국 규정이 허술하다는 이유(그보다는 한국 시장 규모가 미국에 비해 보잘것없는 수준인 게 더 큰 이유겠지만)로 한 푼도 내놓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서 균열은 더욱 커졌다.

한국에서 배출가스와 소음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차량 인증을 받은 뒤로는 ‘VW’ 엠블럼에 ‘사기꾼’의 이미지가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환경부가 공개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인증서류 위조 증거. 독일에서 인증 받은 아우디 A6의 소음테스트 서류(위)를 차명만 A7으로 위조(아래)했다.ⓒ환경부 환경부가 공개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인증서류 위조 증거. 독일에서 인증 받은 아우디 A6의 소음테스트 서류(위)를 차명만 A7으로 위조(아래)했다.ⓒ환경부

폭스바겐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더욱 떨어트린 것은 검찰과 환경부가 인증서류 위조의 결정적인 증거(표 참조)를 들이댔음에도 불구 “인증서류 수정은 인정하지만, 해당 차량들은 배출가스기준과 소음기준을 만족할 수 있으므로 인증취소 요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다.

마치 “성적표를 위조했지만 나는 충분히 100점을 맞을 능력이 되므로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어린아이의 투정을 보는 듯하다.

이제 폭스바겐에 독일 철학자 칸트로 대변되는 독일인들의 정직하고 규칙에 철저한 이미지를 대입하는 이들은 없을 것 같다.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박영국 데일리안 산업부 차장대우.
브랜드 가치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줌과 동시에 중요 자산 중 하나인 차량을 처분할 때의 잔존가치를 보장해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도 수입차 타고 다니는 이들의 고개가 국산차 오너보다 뻣뻣한 상황인지라 수입차에서 브랜드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그 가치를 스스로 짓뭉갰다. 설령 행정소송이나 재인증을 거쳐 판매가 재개되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이 과거 폭스바겐이 지녔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해줄 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폭스바겐 오너들이 “오~폭스바겐 샀어?”라는 감탄보다는 “왜 하필 폭스바겐을 샀어?” 라는 질문을 더 많이 받을 것 같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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