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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상태 이화여대…학생들 이제 '출구전략' 모색할 때


입력 2016.08.24 04:04 수정 2016.08.24 04:05        하윤아 기자

<기자수첩>서면 고집하기보다 새로운 대화 자세 보여야

지난 8월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8월 10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학내에서 행진 및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평생교육단과대 사업 철회로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이화여대 사태가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미래라이프대학에 모아졌던 초점이 경찰의 캠퍼스 진입을 근거로 한 최경희 총장 사퇴 여부로 옮겨가 사태는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개강을 일주일여 남겨둔 대학 캠퍼스에는 현재 학생들의 농성장과 총장 측의 천막이 불과 몇 미터를 두고 떨어져 있지만, 그 가운데는 보이지 않는 벽이 놓여있다. 그 벽을 두고 학생들은 “총장이 사퇴하라”고, 총장은 “일단 만나 대화하자”고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당초 요구대로 학교 측이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지 20일이 지났다. 그러나 학생들은 지난달 30일 학교에 경찰 1600명을 동원해 농성 중인 학생들을 진압한 데 대한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여전히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퇴 이전에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미래라이프대학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이른바 ‘불통행정’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신설될 미래라이프대학의 커리큘럼이 평생교육원의 학사 과정과 겹치고, 신설하는 단과대 전공도 기존 단과대와 겹친다는 주장도 분노의 명분을 확실히 뒷받침했다. 결국 학생들은 ‘명분의 힘’으로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철회라는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 학생들은 경찰 진입 상황에 대한 책임을 사퇴 요구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한 가지 껄끄러운 사실이 있다. ‘교직원 감금사태’(학생 측은 ‘대치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라고 알려진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학교의 불통행정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학생들의 입장은 이해가지만 역설적이게도 학생들의 이러한 행동이 경찰동원이라는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이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과정에서의 불통행정은 사업 철회라는 대가를 치렀다. 그 안에서 파생된 상황에 대한 책임은 학교 측에도, 학생 측에도 있다.

설상가상 중재 역할을 할 이화여대 교수진 내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이 갈리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초반 양측 중재에 나섰던 교수협의회는 “학생들과의 신뢰 회복에 힘쓰지 않는 총장의 행보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학생들의 최 총장 사퇴 요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단과대 학장단은 “초기 요구 사안이 완수된 만큼 학업에 집중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며 농성 중단을 호소했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시급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학생들은 서면 대화만을 고집하기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대표자를 내세우기 힘들다면 이해관계가 없는 대리자를 내세우는 방법 등 다양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총장을 비롯한 대학 측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징계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 또한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총장의 사퇴가 학내의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고 했다. 그렇다. 이화여대의 학생들이 보다 슬기롭게 이번 사태에 대처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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