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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에서 양향자까지...더민주, 더친문 됐다


입력 2016.08.27 22:06 수정 2016.08.27 22:19        이슬기 기자

현역 유은혜 낙선, 민평련계와도 등돌려

"문재인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는 표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로 당선된 추미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로 당선된 추미애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세론은 건재했다. 일찍이 친문(친 문재인)계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세론의 중심에 서 왔던 추 후보는 27일 ‘예상대로’ 신임 당 대표에 올랐다. 추 신임대표와 함께 친문계의 지원을 받았던 양향자 후보와 김병관 후보 역시 각각 여성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유은혜 후보로 대표되는 김근태계와도 선을 그은 셈이다. 이로써 더민주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완벽한 친문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무엇보다 추 신임대표의 ‘문심 잡기’ 전략이 예상대로 힘을 발휘했다. 그는 '맞서겠습니다. 지키겠습니다. 필승대표 추미애'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문 전 대표를 1등 대선후보로 규정해왔다. 자칭 비문 후보이자 문재인 지도부에서 원내대표직 당무를 거부했던 이종걸 후보를 향해 “대선 경선 뒤에도 맘에 안 든다고 당무를 거부해서야 되겠느냐”며 정면 비판키도 했다. 아울러 야권통합과 후보단일화에 앞서 강한 후보 만들기가 우선이라며 문 전 대표에 힘을 실었다.

당 일각에서 추 신임대표가 당선될 경우 대선 경선에서 공정성 시비가 불가피하단 우려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당내 세력이 적고 친문 이미지가 옅은 김상곤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가 이뤄질 거란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보다는 지난 대선 당시 뒤늦은 단일화 과정에서 야기된 혼란에 대한 우려가 한층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노들, 만만치 않은 대표 뽑았다”

친문계가 신임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일단 당내 갈등 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전대가 다가올수록 친문 일색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이는 비주류 집결 현상으로 나타났다. 지난 예비경선 당시 이종걸 후보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컷오프를 통과하며 본격적으로 힘을 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 신임대표는 두 후보에게 당 주요 업무를 맡겨 통합을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나머지 46%의 표심이 친문 지도부에 등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내지도부와의 관계도 주목된다. 당장 사드 당론 채택 문제가 걸려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우상호 원내대표의 경우,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적 모호성의 일환으로 사드 배치 당론 채택을 유보한 바 있다. 또한 최근 3당 협상에서도 청문회 핵심 증인 채택 문제를 유보하는 대신, ‘백남기 청문회’를 성사시키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며 강경파를 직접 설득해낸 협상파이기도 하다.

반면 추 신임대표는 앞서 당선을 전제로 사드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드 정국에서 김 대표와 원내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강경파 의원들과 친문계 원외 인사들 상당수가 추미애 캠프에서 선거를 도우며 반대 당론 채택을 주창해왔다. 따라서 이들을 등에 업은 추 신임대표는 지도부 입성 직후부터 우 원내대표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여야 관계도 쉽지 않다. 친박(친 박근혜)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친문계로 꼽히는 추 신임대표의 마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민주 친노들이 만만치 않은 당 대표를 뽑았다”며 “추미애 의원은 김상곤 후보와는 달리 자기 정치를 오랫동안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경험도 많지만 결코 쉬운 사람이 아니다. 자기 뜻을 어떤 식으로 펼지 모른다. 친노들이 고생 좀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평련과도 등 돌린 친문...비문계 세규합 가능성 높아져

대세론이 휩쓴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은 양향자 여성최고위원의 당선이다. 총선 당시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외부인사 그룹을 중심으로 ‘추미애·양향자·김병관’ 후보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다만 당 안팎에선 친문계가 ‘전략적 선택’을 할 거란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즉, 문 전 대표의 지지층 확대를 위해서라도 김근태계(민주평화국민연대) 인사인 유은혜 후보를 끌어안음으로써 경선 국면에서 범친문 연합체의 성격을 보인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양 최고위원의 당선으로 친문계의 폐쇄성은 한층 짙어졌다. 익명을 원한 정치권 관계자는 “유은혜를 끌어안아서 민평련과 연합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선 경선에서도 문재인 대표가 훨씬 안정적이고 강한 후보로 거듭날 수 있을 텐데, 결국 유은혜까지 내팽개쳤다”며 “결국 문재인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대 결과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문 세력 규합 시나리오도 가시화됐다. 그간 정치권에선 비주류로 분류됐던 여권 비박(비 박근혜)세력과 야권 비문(비 문재인) 세력이 대선을 앞두고 전략적 결합을 꾀할 거란 전망이 팽배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류계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 전 대표를 사실상 대선 후보로 정한 만큼, 두 사람을 제외한 차기 대선 잠룡들 측에선 공정한 경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친문 지도부의 출범으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더민주 잔류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 전 고문이 비문 세력 규합의 구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리인’을 거부한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번 전대에서 나타난 친노·친문계의 분열 현상을 계기로 당내에서 구체적인 세력을 구축할 기회를 얻게 됐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이날 전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경쟁은 끝났고 단결이 남았다. 다시 하나가 돼야한다”며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모두가 손을 잡고 정권교체 한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전대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라고 하여 분열의 언어, 배격의 논리로 상처를 주는 일들이 대단히 걱정스러웠다”며 “출마했던 분들 모두가 우리 당의 든든하고 자랑스런 자산이다. 상처난 마음에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그 분들이 다시 힘을 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성원을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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