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 '한진 책임론'
"대책수립의 핵심인 화주정보와 운송계획을 한진 측이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정부는 물류대란에 따른 대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근본적 원인이 한진그룹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등 '한진 책임론'을 폈다.
임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도 "원칙적으로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책임을 한진측에 돌렸다. 이후 조 회장의 사재 출연 400억원 등 총 1000억원의 지원을 끌어냈지만, '더 큰 결단'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기업 부도덕 반드시 지적돼야" "개탄스럽다" 한진 겨냥한 정부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해운과 물류에 끼칠 영향을 관련 부처와 공유했지만 준비에 한계가 있었다"며 "물류 대책을 세우려고 했지만 한진해운 측이 채권단의 화주정보 공유 요구 등에 전혀 응하지 않아 한계가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한진측을 겨냥, "이 같은 기업의 부도덕은 반드시 지적돼야 한다",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례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부처 간 협의에 한계가 발생한 이유는 대책수립의 핵심인 화주정보와 운송계획을 한진 측이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산업은행이 법정관리 신청 전 한진에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전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부도나면 13조원 손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은 최선의 결정이었다"며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채권회수 가능성 등에 대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만든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지원이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졌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주장에 대해 "구조조정은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홍 전 회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우조선을 정상화해야 하는 이유 중에는 국책은행의 부실화를 막아 정책금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도 있다"며 "대우조선이 부도에 이르렀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일시에 13조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과 수은의 여신이 14조원에 달하는데, 충당금은 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대우조선이 부도가 나면 13조에 달하는 손실을 일시에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책은행 관리 기업의 워크아웃 개시시점이 늦고, 부실징후 이후에도 자금지원 규모가 컸다'는 지적에 대해 "국책은행이 보신주의에 바탕을 두고 구조조정을 약하게 했는지 여부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지원 결정,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우조선에 대한 자금지원에 대해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즉각적인 회사의 손실이 왔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어 "채권단이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해 왔다"면서 "분식 위험을 당시 인지했지만 그런 정도로 해야만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원한다든가 부실이 드러났는데 국민 혈세로 지원하는 것은 더이상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이러한 원칙을 세우고 가다 보면 한진해운처럼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서별관회의가 '밀실에서 불법으로 이뤄진 회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불법이 아니다"고 거듭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