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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영국 총리처럼 교육평등주의 깰 잠룡 없나


입력 2016.09.24 11:41 수정 2016.09.24 11:42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무한경쟁 시대에 걸맞은 인재 양성 절실

인터넷 화면 캡처. 인터넷 화면 캡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취임 후 첫 주요 개혁 과제로 ‘중등학교(우리의 중·고교) 평준화 탈피와 선발 입학제 확대’를 내걸었다고 한다. 메이 총리는 특히 “모든 공립학교에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이 될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이는 한 마디로, 오랫동안 영국을 지배해 온 교육 평등주의를 폐기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50여 년 동안 교육평준화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머지않아 대선 열기가 불어 닥칠 텐데, 우리에게도 ‘교육평준화’를 깨뜨리겠다는 대선 후보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그래머 스쿨’과 관련하여 영국의 교육제도를 간략히 살펴본다. 영국의 중등교육은 본래 엘리트 양성이 목적이었다. 부유층 자녀들은 능력만 있으면 고등교육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빈곤층 자녀들은 능력이나 의욕이 있을 경우에만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공교육에 열려 있었다. ‘1944년 교육법’에 따라, 공립학교 학생들은 중등교육을 받은 후 세 가지 진로 가운데서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대학진학이 목표인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 기술을 가르치는 테크니컬 스쿨(technical school),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던 스쿨(secondary modern school). 이 같은 진로 결정을 위해 초등학교(primary school)를 마친 11세 정도의 학생들은 ‘일레븐 플러스’(eleven plus)라는 진로선택시험을 치러야 했고, 성적 결과에 따라 세 가지 스쿨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노동당 정부가 1940년대에 정권을 잡고, 11세 어린 나이에 ‘일레븐 플러스’ 시험을 보아 장래를 선택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모든 학생들에게 평준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렇게 해서 영국에서 ‘교육평준화’ 정책이 도입되어 오랫동안 실시되어 왔다.

그런데 공립학교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그래머 스쿨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실제로는 주로 중산층 이상 학생들이 다닌다. 반면 빈곤층 학생들은 경제적 여건 때문에 그래머 스쿨 진학이 어려워 능력을 더 키워줄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된다. 그래서 메이 총리는 “그래머 스쿨 확대 금지가 오히려 차별을 부추기고, 좋은 공교육이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전 총리는 ‘특권층 학교 반대’라는 취지로 그래머 스쿨 확대를 금지했었다. 이와는 달리 메이 총리는 이제 “모든 공립학교에 그래머 스쿨이 될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나섰다. 한 마디로, 교육평준화를 깨뜨리겠다는 의지다. 이를 놓고, 교사노조 등은 “그래머 스쿨 확대는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공교육을 해치는 조치”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도 교육 평등주의를 깨뜨려야

영국의 교육 개혁에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교육 평등주의’다. 고교평준화가 그 대표다. 고교평준화는 박정희 정부에서 당시 민관식 문교부 장관의 제안으로 도입되었다. 고등학교 입시에서 낙제 경험이 있었던 민관식 장관이 고등학교가 ‘일류, 이류’ 등으로 등급 매겨져서는 안 된다고 보고 고등학교를 평준화했다.

여기에다 196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2016년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는 50여 년 동안 한결같이 교육 평등주의를 고수해 왔다. 우리나라의 교육 평등주의는 역대 모든 정부가 실시해온 규제의 ‘합작품’이어서 그 등장 배경과 내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교육 평등주의는 ① 고교등급제 금지(또는 평준화) ② 본고사 금지 ③ 기여 입학제 금지라는 ‘3불(不)정책’으로 표현된다. 여기에다 ‘반값 등록금 제도’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교육은 아직도 평준화 논리에 따른 본고사 폐지, 고교 등급(입학)제 폐지, 기여 입학제 금지라는 틀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고, 3불정책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최근 한 TV 대담에서 한국은 인재 양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출산율을 높여 인재를 양적으로 양성하면서 교육 평등주의를 깨뜨려 인재를 질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평등주의가 가져온 폐해들

50년 가까이 실시해 온 교육 평등주의의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 몇 가지를 열거한다.

• 대학진학률이 2005년 82.1%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이처럼 높은 대학 진학률이 높은 청년 실업률의 원인으로 인정받는다.

• 25∼34세 연령층 학생 등록률이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2013년).

• GDP 대비 사교육비 비율이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2011년).

• 총교육비 중 사교육비 비율이 OECD 국가 가운데 2위다(2011년).

• 학생 1인당 교육비가 OECD 국가 가운데 4위다(2011년).

(자료: OECD, Education at a Glance(2014).)

기업가들, 인재 양성에 거액의 사재를 사회에 바치다

인재 양성을 위해 거액의 사재를 사회에 바친 기업가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최근 사재(私財) 3000억 원을 출연하여 ‘서경배 과학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 연구를 위해 매년 연구자 3∼5명을 뽑아 5년간 최고 25억 원까지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서경배 회장은 “과학을 포기하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재단이 지원한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조원까지 돈을 더 내놓겠다고 했다.

‘노벨상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기부자는 서경배 회장만이 아니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한 이종환 삼영화학 회장은 이 분야의 선구자다. ‘관정이종환교육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재단소개>에 이어 <인사말>에서 “관정 장학생 여러분들이 노벨상 수상자가 되기를 바랍니다.”가 뜬다. 이종환 삼영화학 명예회장은 2000년에 사재 10억 원을 출연하여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2016년 9월 현재 출연액이 8천억 원을 넘어섰고, 1조 원으로 확충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 추진 중이다. 이 재단은 국내는 물론 동양까지 통틀어 가장 큰 장학재단이다. 이 재단은 2000∼2016년간(봄학기 기준) 장학생을 8,802명(국내 4,821명, 국외 3,981명)이나 배출했고, 장학금과 기부금 등으로 1,886억 원을 지출했다.

‘교육 평등주의’를 깨뜨리겠다는 대선 후보를 기대하며

지금은 치열한 경쟁시대다. 어느 분야든 1등만 살아남는다.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를 놓고, 밀리지 않으려고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애플을 보라. 어느 한 쪽이 잠간 곁눈 파는 사이 다른 한 쪽이 독식하게 될 판국이 아닌가. 어디 휴대폰 시장만 그러겠는가.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승패는 사람이 결정한다.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가들은 거액의 사재를 사회에 바치지 않는가. 곧 다가올 대선에서는 영국 메이 총리처럼 해묵은 ‘교육 평등주의’를 깨뜨리고, 무한경쟁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대선 후보,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글/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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