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아이돌은 왜 축제무대에서 예의가 없나


입력 2016.09.25 09:18 수정 2016.09.25 09:25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행사 의미보다 자기 홍보 열중 생명력 당연히 짧을수밖에

2일 반딧불축제가 열리고 있는 무주군 반딧불축제장 특설무대.ⓒ연합뉴스 2일 반딧불축제가 열리고 있는 무주군 반딧불축제장 특설무대.ⓒ연합뉴스

무덥고 긴 여름을 지나 가을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니 가수들에게 가을은 매우 바쁜 계절이며, 이는 아이돌 가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수많은 축제는 경제적인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홍보의 장이 되기 때문에 부지런히 돌아야 한다. 지역을 모두 고려한다면 수백개의 축제 마당은 공연 무대가 되는 법이다.

한국에서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는 음원이나 음반이 아니라 바로 이런 행사의 출연료를 좀 더 상위에 랭크 시키기 위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각 개최측에서는 어떤 가수를 부르느냐에 따라 권위를 확보하기도 한다. 방송에 많이 노출 될수록 주최 조직의 역량이나 지명도가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나 아이돌 그룹에게 어려운 점도 있는데 무리한 스케줄 때문에 벌어지는 피로 발생과 사건 사고들이다. 사실상 기획사들의 목표와 의도대로라면, 가을에는 별 탈 없이 맑은 날씨가 되어야 한다. 투자 비용을 확실히 상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리하게 일정을 잡고, 강행군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 레이디스 코드는 사고를 당했고 멤버들은 참혹한 일을 당했는데 이때 당시 차량 속력은 무려 135km였다. 역시 무리한 스케줄 때문에 벌어진 결과였다. 이는 본인들도 그렇지만, 팬들에게도 매우 좋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무리한 스케줄과 공연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 바로 기본적인 예의의 무시와 그에 따른 자기 손해 현상이다. 바쁜 일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각 공간의 공연 무대는 사실상 일정한 목적을 위해 그들을 초청한 것이다. 주최측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사를 알리기 위해서 이들 아이돌 그룹을 초청한다. 하지만, 대부분 어디에 와 있는지 어떤 행사인지도 모른다. 정말 바쁘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아예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도 모를 뿐더러 관심이 없는 경우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바쁘다. 그런 가수들은 시간이 지나면 주최측에서 다시 부를 일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홍보를 위해서만 무대를 차지하고 있다면, 인기가 없거나 신상의 이미지가 가시면 다른 이들로 언제든 대체가 가능한 상품에 불과 해질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최소한 팜플렛 정도는 읽고 언급은 해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9월 23일 대학로에서 열리는 장애인문화예술축제 전야행사에 오른 가수는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다른 행보를 보여 새삼 신선한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행사의 이름은 물론, 취지와 의미 가치를 되새기고, 마침 장애인인권 운동가와 자폐아를 둔 부모님 가정을 무대에 올려 대화와 즉흥 스토리 노래극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똑같은 노래도 어디나 같은 레퍼토리로 임하는 태도와 다른 면모였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인상 깊은 모습으로 남았다. 당연히 다음에도 주최 측에서 부르고 싶은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모든 가수들이 해야할 의무는 없다. 하나같이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해당 축제나 행사에서 힘들게 노래하는 가수들의 태도만을 지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그들에 대한 매니지먼트의 한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이 어딘 지도 모르고 끌려다니는 상황에서 그들이 스스로 파악하고 언행을 하기에는 힘든 면이 있다. 어떤 관점에서는 기획 육성된 젊은 아이돌들이 스스로 자신을 스타일 있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빼곡하게 잡혀 있는 스케줄은 더욱 이를 힘들게 한다. 단지 소화해야할 일정에 불과하고 수익을 위한 강행군일 뿐이다.

하지만 반드시 바로잡아야할 점이다. 자신들의 생명력을 길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참여한 이들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물론 개념돌로 근본적인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해당 행사의 의미와 가치를 언급하고 의미부여하는 멘트는 그렇게 길지 않아도 되지만, 효과는 길고 오래갈 수 밖에 없다. 습관이 안들고 체질화가 되어 있지 않아 낯설고 데면데면할 뿐이다. 그들이 못한다면 기획사가 아이돌이나 가수에게 무대를 제공한 행사에 관한 개요와 의미를 공유하게 만드는 노력쯤은 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헌식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